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논단 관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논단 관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국정농단 공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53) 삼성전자 부회장에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8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에 따른 횡령액이 86억8000여만원이라고 봤다. 또 삼성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이 충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이를 양형 사유로 반영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유무죄 판결은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취지에 따르기로 한다"며 "이 부회장 등의 승마지원 70억5200여만원에 영재센터 16억2800만원, 합계 86억8000여만원의 뇌물공여, 횡령, 범죄수익은닉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모든 사정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에 대해 실형 선고 및 법정구속이 불가피하다"며 "이 재판이 파기환송심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실형 선고된 피고인들에 대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법정 구속하고자 한다"며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의 최고 기업이자 자랑스러운 글로벌 혁신기업 삼성이 이같이 정치권력이 바뀔 때마다 범죄에 연루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뇌물 공여 따른 횡령 86억 인정…실형 불가피"

재판부는 삼성준법감시제도를 양형 조건으로 고려할 것인지에 대해 "삼성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범행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새로 강화된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한 것에 대해서는 "기업 총수에 대한 재판에서 총수가 자신도 대상이 되는 준법감시제도를 실효적 운영한다는 건 형법상 양형 조건의 하나로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고인의 진정성과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함은 분명하다"면서도 "새로운 삼성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성의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앞으로 새로운 행동에 대해 선제적 감시활동까지는 못하는 점 ▲준법감시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점 ▲협약 체결 외 회사에서 발생할 위법행위 감시체계가 확립되지 못한 점 등을 이유로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이 부회장이 초범이고,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뇌물요구를 하는 경우 이를 거절하는 건 매우 어려운 점, 환송 전 당심에서 이미 업무상 횡령 피해액을 전부를 회복한 점 등을 고려해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지금 이 시점에서 미흡한 점이 있으나 시간이 흐른 뒤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법윤리경영 출발점으로 대한민국 기업 역사에서 하나의 큰 이정표라는 평가를 받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한에 대한 대가로 총 298억2535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을 받는아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물론 경영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상황에 직면한 삼성이 글로벌 경쟁에 본격 대응하지 못하고 성장 기회를 놓쳐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국내 대표 기업으로도 불리는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이 부회장의 구속은 기업의 개별적인 리스크를 초월해 한국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봤다.

특히 이 부회장이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도 코로나 국면의 위기 극복을 위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현장 경영을 지속하는 등 대한민국 대표 기업인으로서 면모를 지속해 왔던 만큼 이번 판결이 더욱 안타깝다는 상황이다. 

학계에서는 오너 구속으로 인해 삼성그룹의 경영 체계가 단기적 영향을 받지는 않겠으나, 중장기적 대처에는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이 부회장 구속 당시 삼성 임원 인사가 2년간 미뤄지고, 중요한 투자나 구조조정도 불가능했다. 

삼성은 지난 2018년 '180조원 투자, 4만명 채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AI·5G·바이오·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최근 몇 년간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재계 "경제 악영향 우려...삼성 경영공백 현실화"

이같은 '뉴 삼성' 성장 전략에도 제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기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사주(社主)가 아니면 어려운 탓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재용 부회장은 코로나발 경제위기 속에서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진두지휘하며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데 일조해 왔는데, 구속판결이 나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또 전경련은 "장기간의 리더십 부재는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결정을 지연 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부디 삼성이 이번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 지속 성장의 길을 걸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총도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과 세계 각국의 자국 산업 보호 중심의 경제정책 가속화 등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 공백으로 중대한 사업 결정과 투자가 지연돼 경제·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심화될 글로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 글로벌 기업의 적극적인 사업확장과 기술혁신으로 신산업분야 등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며 "향후 삼성그룹의 경영 차질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행정적 배려를 당부한다"고 촉구했다.

상장사협의회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수많은 중견·중소기업 협력업체의 사활이 걸린 것을 강조하며 우려를 표했다.

정구용 한국상장사협의회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따른 경제의 피해가 엄청났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전망치보다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고 있는 중심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반도체 및 가전 등의 성과가 밑거름이 된 것"이라며 "이에 경제계는 이 부회장에 대한 선처를 탄원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삼성전자 임직원과 이 부회장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며 "경영공백에 따른 리스크가 있더라도 국내 경제의 원동력으로써 계속 힘써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이 부회장의 법정구속이 확정되자 코스피가 크게 출렁이며 한때 3000선까지 급락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