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임성원 기자] 교보생명 재무적 투자자들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와 관련,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FI)들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FI 측은 지난 21일 '교보생명 풋옵션에 대한 6가지 오해와 진실'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풋옵션은 신창재 회장이 약속한 것에 따른 것으로, 계약서에 근거해 합리적이고 정당하고 적절한 권리 행사이다"면서 "신창재 회장이 이러한 자신의 모든 약속을 위반하고 부인하고 있는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고 지적했다.
먼저 FI 측은 "지난 2012년 체결된 신창재 회장이 재무적 투자자과 체결한 계약서에는 2015년 9월 30일까지 교보생명이 상장되지 않으면 신창재 회장이 투자자의 지분을 다시 매수하기로 약정돼 있다"며 "재무적 투자자들은 기한이 3년이 넘도록 기다린 뒤 2018년 10월에서야 풋옵션을 행사했다"고 정당성을 부여했다.
40만9000원이라는 가격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FI 측은 "현재 검찰도 가격을 문제삼는 것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상장사인 교보생명의 가치는 시장에서 정해진 가격이 없으므로 이를 산정하기 위한 방법과 절차가 필요하다. 그러한 절차가 주주간계약에 모두 정해져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쌍방이 같은 날 평가액을 제출할 의무가 있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이러한 계약서에 따라 평가기관을 지정해 가격 산출을 의뢰했고, 딜로이트안진은 회계법인의 전문성과 기존에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통상적인 공식으로 가격을 산출했다"고 덧붙였다.
FI 측은 "반면, 재무적 투자자의 지분을 다시 살 의무가 있는 신창재 회장은 가격을 제시하기는커녕 평가기관을 지정하지도 않았다. 신 회장은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투자자측에 어떤 가격도 제출·제안한 적이 없다. 계약에서 정한 절차 자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만일 신 회장이 지정한 다른 평가기관이 (이제 와서 신 회장이 생각하는 가격이라고 언급되는) 20만원을 산출해 제출했다면, 계약서에 따라 양측의 가격 차이가 10% 를 넘어 두 가격은 무효가 되고, 다시 협의해 제3의 평가기관에게 가격 산출을 의뢰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계약 절차를 무시한 뒤 이제 와서 계약 절차를 다 이행한 재무적 투자자를 비난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고 주장했다.
FI 측은 신창재 회장이 주장하는 20만원은 어떤 근거인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FI 측은 "교보생명이 자체적으로 매년 평가해 작성한 회사의 내재가치는 재무적 투자자측 감정가인 주당 40만9000원을 초과한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딜로이트안진뿐 아니라 다른 재무적 투자자가 의뢰해 가격을 산출한 회계법인들도 비슷한 가격을 제시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점에 비추어 보면 신창재 회장이 이제 와서 주장하는 가격은 일방적이고 부당한 것이다. 게다가 교보생명의 CEO이며 회사를 발전시켜 가치를 높여야 하는 경영자인 사람이 스스로 자기 회사의 가치를 최대한 깎아 내리려 한다는 것은 어이 없는 노릇이다"고 힐난했다.
FI가 교보생명 경영권을 노린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 없다"고 선을 그었다. FI 측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각하게 되고 KAMCO도 10%의 보유지분을 매각하는 상황이어서 신창재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현재 재무적 투자자들이 ‘백기사’로 투자에 참여했다. 재무적 투자자들 덕분에 신창재 회장은 경영권을 방어했고, 지금도 공고히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들의 지분은 24%에 불과하고, 주식을 사가라고 요구하는 것이니 신회장이 약속대로 사간다면 재무적 투자자의 지분은 0%가 되고, 신회장은 지분율이 오히려 늘어난다. 지분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되 사가라고 요구하는 투자자를 가리켜 경영권 위협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경영권과 전혀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이어 풋옵션 분쟁은 교보생명과 FI 사이의 분쟁이 아니라면서 강조했다. FI 측은 "신창재 회장은 교보생명의 지분을 36.91% 보유한 주주이며 재무적 투자자들 역시 24%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이다. 이 분쟁은 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이 다른 투자자와 계약을 불이행해 발생한 것이다. 교보생명은 이 분쟁의 당사자가 아니며, 오히려 주주간 분쟁에 회사가 개입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부당할 수 있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개인이 아니라 전체 주주들과 임직원, 보험가입자를 위해 존재하는 기업이다"고 재차 강조했다.
끝으로 FI 측은 "부당한 평가를 통해 투자자들이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했던 것은 사실아니며, 재무적 투자자들은 평가와 관련해 부당한 이익을 얻은 적도 없고 그런 이익을 제공한 적도 없다. 조만간 공소장을 확인하면 어떤 것을 문제삼은 것인지 알 수 있겠지만, 정당한 가격을 산출하는 데 부당한 이익을 제공할 이유가 없다. 이부분은 공소 사실이 확인되면 법정에서 더 충분하게 소명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도 같은날 입장문을 통해 FI 측이 이번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교보생명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검찰이 풋옵션 가격 산정 과정에서 어피니티 컨소시엄(어피니티, IMM, 베어링PE,싱가폴투자청)과 안진회계법인의 부정한 공모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고 기소한 사실이 핵심이다"면서 "어피니티 측과 안진회계법인은 검찰에 기소까지 됐음에도 불구하고 반성은 커녕 공정하고 엄중한 사법적인 판단과 절차를 무시하고 부정하면서 본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히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는 지난 18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관계자 3명과 FI 관계자 2명을 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교보생명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한 어피니티 컨소시엄 등 FI가 풋옵션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안진회계법인이 FMV 평가기준일을 FI에 유리하게 산정했다고 결론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어피니티 컨소시엄 등 FI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평가 보고서를 바탕으로 지난 2019년 3월 국제 상공회의소(ICC) 중재법원에 국제 중재를 신청했다. 이번에 딜로이트 등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짐에 따라 향후 ICC가 어떤 중재안을 낼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