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배노동조합이 1월 27일 총파업을 선포했다. 이에 택배노조는 오는 1월 29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 (사진=박은정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이 1월 27일 총파업을 선포했다. 이에 택배노조는 오는 1월 29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 (사진=박은정 기자)

[뉴시안= 박은정 기자]"28년 만에 공짜 노동이었던 분류작업으로부터 해방된 날,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줬습니다. 그리고 6일이 지났습니다. 사회적 1차 합의는 파기되고 현장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참담한 심정으로 택배노조의 총파업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게 됐습니다. 불편을 겪게 되는 국민들을 생각하면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2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 전국택배노동조합이 개최한 '살기 위한 택배 멈춤, 더 이상 죽지 않기 위한 사회적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에서 진경호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총파업을 결정하게 된 심정을 밝혔다. 

기자회견은 과로로 쓰러져 숨진 택배 노동자들과 아직까지 병상에 누워있는 동료들을 기억하고자 묵도로 시작됐다. 기자회견 현장에는 택배노조의 분노와 외침이 가득했지만, 한켠으로는 설 연휴를 앞둔 이때 더는 동료를 잃고 싶지 않다는 이들의 마음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지난 1월 21일 정부와 택배노사는 분류작업을 택배 노동자의 기본 작업에서 제외하고, 사측이 전담 인력을 투입한다는 내용의 1차 합의문을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를 한 지 엿새가 지난 후, 택배노조는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택배노조는 택배사들이 지난해 10월 투입을 약속한 분류인력 외에 더이상 추가 인력을 투입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택배 노동자 16명이 과로로 숨진 후 CJ대한통운은 분류 인력 4000명,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각 1000명을 투입할 것을 약속했다.

택배노조 측은 "택배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택배사들은 지난해 자신들이 스스로 발표했던 분류인력 투입계획을 이행하는 것이 마치 이번 사회적 합의의 정신이고 합의 내용인 양 밝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투입계획은 사회적 합의문에 명시된 대로 택배 노동자가 개인별 택배 분류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계획"이라며 "택배 노동자들에게 분류작업을 전가하는 것이자 택배 노동자들을 과로사의 위험으로 내모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택배사들은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식 대책으로 여전히 일관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택배 노동자들은 또다시 죽음의 행렬을 묵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파업에는 CJ대한통운·우체국·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 등 4개 조합원 5500여명이 참여한다. 전국 택배기사의 약 10% 규모이며 이들 중 2600여명은 우체국 택배 소속이다. 택배노조는 사회적 합의 기구 합의안 타결 전인 지난 1월 20~21일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해 파업 찬성 결과를 얻었다.

택배노조는 오는 1월 29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택배사들을 향해 "분류작업 택배사가 책임져라"라고 외쳤다. (사진=박은정 기자)
택배노조는 오는 1월 29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택배사들을 향해 "분류작업 택배사가 책임져라"라고 외쳤다. (사진=박은정 기자)

설 선물 배송 대란, 현실화 되나

택배노조의 총파업으로 설 선물 배송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이 크게 증가해 배송량이 급증한 상황에서, 명절 전 2주는 선물 배송 수요가 몰리는 기간이다. 

다만 택배사들은 노조원 대다수가 우체국 택배 소속으로, 타 택배사는 피해가 적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자사 노조 인원이 많지 않아 대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해 10월부터 분류작업 인력 3500여명을 투입해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