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트레이 힐만 SK와이번스 감독이 인천 미추홀구 그랜드오스티엄에서 열린 'SK와이번스 제6대 트레이 힐만 감독 이임 및 제7대 염경엽 감독 취임식'에서 주장 이재원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베네수엘라 출신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영입, 국내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4대 프로스포츠에서 감독대행을 포함해서 37번째 외국 감독이 되었다.

1989년 12월 동독 출신의 프랑크 엥겔 감독이 대우 로열즈(12승11무7패) 팀에 부임하면서 프로구기종목 사상 처음으로 외국 감독을 받아들인 이후 32년 동안 37명의 외국 감독이 들어온 것이다.

이제 프로야구는 10팀 가운데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포함, 기아 타이거즈 윌리엄스 감독까지 두 팀이 외국 감독이 팀을 맡게 되었다. 또한 남자프로 배구도 대한항공이 로베르트 산틸리 감독이 팀을 선두로 이끌고 있다.

프로축구 2부 리그 부산 아이파크는 팀을 1부 리그로 승격시키기 위해 포르투갈 출신의 히카루드 페레즈 감독을 선임했다.

프로스포츠의 외국감독은 선수들을 선입감 없이 공평하게 선발, 기용하고, 비교적 선진 기술을 도입하는 등 긍정적인 면이 많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모든 팀마다 감독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파벌이 있게 마련인데, 그 파벌로부터도 자유롭다.

그러나 언어와 문화가 달라서 적응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이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최초로 성공한 외국 지도자는 복싱의 보비 리처드

우리나라 프로스포츠에서 성공한 최초의 감독은 고(故) 김기수 선수를 프로복싱 세계 챔피언으로 만든 미국인 보비 리처드 씨다.

보비 리처드 씨는 1966년 6월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WBA 주니어 미들급 세계타이틀 매치에서 당시 무적의 세계챔피언 이탈리아의 니노 벤베뉘티를 “때리고 껴안는 전법”으로 2-1(72-69, 68-72, 74-68)판정승을 거두고 한국 프로복싱 사상 처음으로 세계챔피언을 만들어 냈다.

김기수는 6년 전에 있었던 1960년 로마월드컵 복싱 웰터급 8강전에서 홈그라운드 니노 벤네뉘티에게 판정패(김기수의 아마추어 경력 88전 중 유일한 패배, 88전 87승1패)를 당했는데, 6년 만에 세계타이틀 매치에서 설욕한 것이다.

그 후 프로스포츠에서 우승을 차지한 감독들은 축구와 야구에서 나왔다.

포르투갈 출신의 넬로 빙가다 감독이 2010년 FC 서울을 우승으로 이끈 후 “(우승은) 선수들의 몫”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프로축구 포항에서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한 세르지우 파리아스 감독(브라질)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4년 11개월간 팀을 이끌었다.

세르지우 파리아스 감독의 포항 스틸러스는 2009년 FIFA 클럽월드컵 8강전에서 아프리카 챔피언 TP 마쳄베를 2-1(데닐손 2골)로 꺾고 4강에 올랐다. 그러나 4강에서 남미 챔피언 에스투디안데스에 1-2로 패해 3~4위전으로 밀려났다.

에스투디안데스 전은 다소 논란이 있었던 경기였었다. 신화용 골키퍼와 김재성, 황재원 등 3명의 주축선수가 퇴장을 당해 공격수 데닐손 선수가 15분 동안이나 골키퍼 장갑을 끼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포항은 3~4위전에서 북중미 챔피언 아틀란테 FC를 승부차기로 꺾고 아시아 축구 사상 최고의 성적(3위)을 차지했다. 그 기록은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브라질 출신의 주제 모라이스 감독은 2018년 말 프로축구 명문 팀 전북 현대 감독을 맡았다.

전임 최강희 감독이 2년 연속 우승을 시킨 팀이기 때문에 오히려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2019년 라이벌 울산 현대에 다 득점 14점이 앞서 3연패에 성공했고, 2020년에는 울산 현대에 승점 3점이 앞서 프로축구 사상 최초로 4연패(최다 우승 8회)의 위업을 달성한 후 계약기간이 끝나 팀과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떠날 때는 말 없이, SK 힐만 감독

SK 와이번스 트레이드 힐만 감독은 2018년 팀을 우승시킨 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야구보다 더 중요하다’며 미국으로 떠났다.

힐만 감독은 타자들에게 직접 배팅 볼을 던져 주는 등 감독과 선수 간의 수직 관계에서 평등한 관계를 설정하는 등 팀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대표적인 선수가 한동민이었다.

한동민은 2018년에 41개의 홈런으로 커리어 하이(종전 2017년 29개)를 기록했다. 그리고 2018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에 뽑히기도 했다.

한동민은 “감독님이 내가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믿고 기용해 준 것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로배구와 농구의 경우

프로배구는 대한항공이 2020-2021시즌을 앞두고 사상 처음 외국 감독, 이탈리아의 로베르트 산틸리 감독을 영입했다. 전임 박기원 감독이 2016년 4월 부임하면서 2016-2017시즌 대한항공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끌었다. 2017-2018시즌엔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 챔피언결정전에서 창단 49년 만에 첫 메이저 우승을 선사했고, 2019-2020시즌에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2020-2021시즌을 앞두고 과감하게 외국감독을 선택했다.

산틸리 감독은 특유의 친화력과 탈권위주의로 남자배구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으면서 팀을 선두로 이끌고 있다. 남자프로배구 최초로 외국감독 우승이라는 기록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

남자 프로 농구는 아직 성공한 감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실패한 외국 감독들

대표적으로 실패한 감독이 포항 스틸러스 발데마르 레무스 올리베이라 감독이다.

피파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해 가장 성공한 감독인 파리아스에 이어 2010년 시즌 포항 지휘봉을 잡은 브라질의 발데마르 레무스 올리베이라 감독은 성적이 좋지 않아 겨우 4개월 만에 경질됐다.

북한감독 출신의 노르웨이 얀 안데르센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2018년 10승12무16패로 K리그1 잔류를 이끌었다. 그러나 2019시즌 개막 2경기에서 1승1무로 잘 나가다가 이후 5연패를 당하면서 결국 경질 되고 말았다.

남자 프로농구에서 2005-2006시즌 인천 전자랜드 팀 감독을 맡았었던 미국의 제이 험프리 감독도 불과 6개월 만에 20전승17패의 참담한 성적을 남기고 물러나야 했다.

언어불통이 가장 결정적인 문제였다. 접전이 벌어지던 경기 종료 직전 감독의 맨투맨 수비 지시에 일부 선수가 지역방어를 쓰다가 3점 슛을 얻어맞고 패하기도 했고, 경기 도중 급한 지시를 할 때 통역을 통해야 의사소통이 되었던 것도 실패의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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