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멀티프로필 기능을 추가했다. (캡처=조현선 기자)

[뉴시안= 조현선 기자]알못(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별 것 아닌' 리뷰를 씁니다. '별점'을 매긴 평가도 더했습니다. 별리뷰입니다.

"이번 사진은 좀…", "자니? 좋아 보이네…", "바쁘다며 어디 놀러 간 거야?". 직접 들은 말은 아니지만 극사실주의에 기반해 옮겨봤다. 놀랍게도 다리 하나만 건너면 다들 한 번쯤은 경험했단다. 사진이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한 마디씩 얹고 가는 '시어머니'가 많아진 덕분이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진 반면, 오롯이 나만을 위한 영역이 줄어들었다. 아이러니다. 

카카오톡이 지난달 28일 '카카오톡 지갑' 서비스 이용자에 한해 '멀티 프로필' 베타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카오톡 친구 목록의 카카오톡 사용자들에게 각기 다른 프로필을 보여주는 기능이다. 카카오톡 최신 버전이 설치돼 있어야 하며, 카카오톡 지갑을 만들면 사용할 수 있다.

멀티 프로필을 이용하고 싶다면 카카오톡 지갑을 만들고, 카카오톡 친구 탭 상단에 '내 멀티 프로필' 영역을 통해 기본 프로필 외에 프로필을 추가 생성하면 된다. 현재 베타 서비스인 만큼 iOS, 안드로이드 이용자 구분 없이 순차 적용된다.

멀티 프로필은 최대 3개까지 생성할 수 있다. 어떤 친구들에게 어떤 프로필을 보여줄지는 사용자 스스로가 결정한다. 예를 들어 휴가지에서 찍은 사진을 가족과 친구들에게만 보여주고 싶다면 멀티 프로필에 해당 사진을 업로드하고 '친구 관리' 탭에서 원하는 사람을 선택해 해당 프로필로 이동시키면 된다. 

멀티 프로필이 보여질 친구들을 설정하지 않는다면 기본 프로필로 노출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친구 추가가 되어있지 않은 상대의 경우 기본 프로필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해당 기능을 200% 활용해 사용하고 싶다면 기본 프로필 사진을 '정상적'인 사진으로 지정해 둬야 한다. 이후 직장, 가족, 친구 등으로 멀티 프로필을 나눠서 지정해 두면 사생활 보호가 가능해진다. 

나나 남이나 평가는 생각보다 귀찮다는 것이다. 만들고, 만들고, 이동하고, 적용하고. 물론 내게 애정 어린 관심을 쏟아부으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한 마디'를 선사하는 이들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선 이쯤이야 별것 아니라는 의견도 있겠다. 

반대로 사생활의 선이 예민한 편인 이들에게는 강력히 추천한다. 세상엔 별사람들이 다 있다. 일면식만 있을 뿐인 남들의 프로필 사진을 보관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니, 여러모로 신박한 기능인 것은 분명하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정부가 역학 조사를 위해 연락처 기재를 강제하고 있는 것을 악용해 "방문했던 업체에 적힌 연락처를 보고 연락했다"는 꺼림칙한 경우도 차단이면 해결되니 긍정적이다. 물론 그 전에 카카오톡 내 'QR 체크인'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긴 하다.

또 여러 집단에 소속된 '인싸'들이라면 매 프로필마다 꾸미는 재미가 있겠고, 업무만으로도 벅차 집으로의 회귀본능이 굴뚝 같은데 달갑지 않은 스몰톡을 감당해야 하는 고달픈 사회인들에게도 유용하겠다. 내 주요 관심사를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진정한 프로필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기대감에 두근거리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A씨는 "직업 특성상 투폰이 아니면 내 사진을 올릴 수가 없었는데 너무 반가운 소식이다"라고 했다. 그는 건실하지만 까다로운 직장을 가지고 있으며, 약 2년 이상 프로필 사진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면 B 씨는 "귀찮다"는 반응이 전부였다. 

그러나 카카오톡이 앞서 선보인 '이모티콘 플러스'와 같이 카카오 지갑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단점이다. 어느 업종이든 '끼워팔기'란 흔한 일이지만,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베타 서비스 종료 이후 멀티 프로필을 기본으로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부 이용자들은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다.

단, 전 세계인들이 모두 카카오톡을 쓰는 그 날까지 '그분'께 멀티 프로필의 존재를 숨기는 혼신의 연기가 필요하다. 예컨대 직장 동료들이 각자 다른 프로필에 대해 언급하는 대참사를 막는 것은 개인의 역량에 달렸다. 단체 채팅방을 가지고 있다면 소속된 사람들 모두에게 같은 프로필을 적용하는 것이 맘 편하다.

반대로 내가 누군가에겐 '부장님' 같은 존재가 될까 서글프지만 감수해야 한다. 때로는 모르는 것이 약이다. 

용도와 목적이 어떠하든 잊지 말자. 카카오톡은 '판'을 깔아줬을 뿐 우리의 사회생활을 책임지진 않는다는 것을. 

◆카카오톡 '멀티 프로필' 자체 종합 평가 : 나는 부지런하지 못한 새다. 

가격 : ★★★★★
활용도 : ★★★★★
편의성 : ★★★☆☆
접근성 : ★★☆☆☆
인싸력 : ★★★★★
총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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