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 소비자가 '엔요' 제품의 빨대 부착이 환경에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본사에 편지를 보내자, 매일유업 최고 책임자가 소비자에게 보낸 답장.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매일유업 소비자가 '엔요 100' 제품의 빨대 부착이 환경에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본사에 편지를 보내자, 매일유업 최고 책임자가 소비자에게 보낸 답장.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뉴시안= 박은정 기자]2020년 초,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쓰레기 없는 세상을 꿈꾸는 방'에서 쏘아 올린 빨대 반납 캠페인이 식음료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채팅방에서 캠페인 의도에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매일유업 대표 상품 '엔요 100'에 붙어 있는 일회용 빨대를 모아 손편지와 함께 회사에 부쳤다.

4개월 후인 지난해 7월부터 매일유업은 '엔요 100'을 일회용 빨대 없이 판매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외침을 즉각 반영한 것이다. 당시 소비자들의 편지를 받은 김진기 매일유업 고객최고책임자(CCO)가 "빨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음용하기 편리한 구조의 포장재를 연구하고 있다"며 자필 답장을 보내 한 번 더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엔요 100은 액상 발효유 시장 점유율 50%가 넘는 제품이다. 빨대를 제거하는 것이 편의성이 줄어들 수 있어 매출 타격이 예상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매일유업은 편의성보다 친환경에, 나아가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친환경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빨대를 제거한 '상하목장 유기농 멸균우유'까지 출시했다. 어느새 빨대 제거는 매일유업에서 중점적으로 진행하는 친환경 정책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매일유업은 2019년 종이소재 패키지를 사용한 '상하목장 유기농 후레시팩'을 출시한 이후, 상하목장 우유를 비롯한 PET 소재 제품을 경량화했다. 

매일유업은 "빨대 제거와 패키지 변경을 통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342t(톤)가량 저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이 빨대 없는 '맛있는우유 GR 페트라팩'을 출시했다. (사진=남양유업)
남양유업이 빨대 없는 '맛있는우유 GR 페트라팩'을 출시했다. (사진=남양유업)

매일유업을 시작으로 남양유업도 빨대 없는 '맛있는우유 GR 페트라팩'을 출시했다. 이는 친환경 캠페인 'Save the earth' 활동으로 탄생한 제품이다. 남양유업은 소비자 모임 '지구지킴이 쓰담쓰담'과 '서울새활용플라자'와 함께 플라스틱 저감과 환경 문제 개선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탈(脫) 플라스틱'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은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제품을 구매할 때 편의성이 중요시됐다면, 이제는 환경을 위해서라면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의식 있는 소비자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고민하는 기업이 만나자, 친환경 움직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소비자 모임 '쓰담쓰담'이 전개한 '스팸 뚜껑은 반납합니다' 캠페인. (사진=쓰담쓰담)
소비자 모임 '쓰담쓰담'이 전개한 '스팸 뚜껑은 반납합니다' 캠페인. (사진=쓰담쓰담)

CJ제일제당이 지난해 추석 스팸 선물세트 일부에서 노란 플라스틱 뚜껑을 없앤 것도 소비자들의 외침이 반영된 것이다. 당시 쓰담쓰담을 중심으로 온라인상에서 '스팸 뚜껑 반납 운동'이 펼쳐졌다. 

쓰담쓰담은 "이미 완벽하게 밀봉된 스팸 캔 위에 플라스틱 뚜껑이 있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해외에서 제조·판매되는 스팸 제품에는 플라스틱 뚜껑이 없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설에도 플라스틱 뚜껑을 없앤 '스팸 선물세트' 2종을 선보였다. '백설 고급유' 선물세트는 모두 투명 용기로 바꿔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으로 구성했다. 또 선물세트 전면에 '투명한 용기, 수분리성 라벨'을 적용했다. CJ제일제당은 선물세트를 시작으로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스팸 낱개 제품도 점차 뚜껑을 없앨 예정이다.

매일유업, 남양유업, 그리고 CJ제일제당까지. 소비자들이 쏘아올린 공이 미치는 파급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쓰담쓰담은 최근 요구르트 이중 플라스틱 뚜껑 반납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마시고 남은 요구르트 플라스틱 뚜껑을 각 회사로 보내며 뚜껑을 제거해달라는 손편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올해에는 어느 기업이, 어떻게 친환경에 나설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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