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찬성 선수가 팬들 앞에서 훈련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9년 정찬성 선수가 팬들 앞에서 훈련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프로복싱을 포함해 지구상의 모든 격투기 선수들은 때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하는 선수에게 얻어맞을 각오를 하고 사각의 링(또는 옥타곤) 위에 오른다.

한국 타이틀 매치를 갖는 선수는 한국 챔피언급 데미지를, 세계타이틀 매치를 하는 선수는 세계 챔피언급 충격을…. 그러나 아무리 강한 데미지나 충격이라도 보이는 것은 거의 모두 견뎌낼 수가 있다.

그러나 피하거나 견디기 어려운 것이 있다.

바로 보이지 않는 데미지나 충격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프로복싱의 레프트 바디 즉 왼손으로 간 부위를 얻어맞는 경우인데, 사람의 간이 오른쪽에 있기 때문에 왼손 즉 레프트 펀치로 간에 타격을 받으면 자신도 모르게 온몸에 힘을 잃고 무릎을 꿇게 된다.

전 WBA 수퍼미들급 챔피언 출신 박종팔 선수가 현역 시절 레프트 버디를 가장 잘 쳤었다. 박종팔은 레프트 바디를 치기 위해 라이트 어퍼를 먼저 친 후 레프트 바디를 가격해서 재미를 보곤 했었다.

프로복싱뿐 만 아니라 UFC, 킥복싱, 무에타이 등 다른 격투기 종목에서도 ‘레프트 바디’에 버금가는 ‘상대가 모르는 보이지 않는 충격이나 데미지를 입혀’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다.

보이지 않는 충격에 당한 맥그리거

지난 1월 24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벌어진 UFC 237 메인이벤트에서 UFC 슈퍼스타 아일랜드의 코너 맥그리거가 라이트급 2위 미국의 더스틴 포이리에(미국)에게 충격적인 KO패를 당했다.

코너 맥그리거거는 7년 전인 2014년 더스틴 포이리에 에게 1라운드 KO승을 올린 적이 있어서, 이번 복귀전을 가볍게 생각했고, 대부분의 UFC 전문가들도 8대2, 심지어 9대1로 맥그리거의 승리를 예상했었다.

그러나 포이리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

포이리에는 맥그리거가 페더급으로 시작해서 라이트급 선수로 뛰고 있지만 웰터급 선수와도 싸운 경력이 있고, 펀치력만큼은 웰터급(네이트 디아즈와 1승1패)에서도 통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하기 때문에 정공법으로는 이기기 어렵다고 보고, 로 킥으로 다리를 집중적으로 공략해서 힘을 빼는 작전을 썼다. 하체에 힘이 빠지면 움직임이 둔화할 뿐만 아니라 펀치력도 약해지기 때문이다.

포이리에의 집중적인 로 킥 공격에 다리 힘이 빠진 맥그리거는 결국 2라운드 2분32초 만에 TKO패를 당해야 했다.

포이리에의 보이지 않은 공격에 해당되는 로 킥에 맥그리거가 처참하게 당한 것이다.

정찬성, 보이지 않는 충격에 두 번 당해

정찬성의 별명은 ‘코리안 좀비’다.

정찬성은 공격도 잘하지만 맷집이 워낙 좋아서 맞으면서 (타격을 하러) 들어가기 때문에 공격하던 상대 선수가 지칠 정도다.

그러나 맷집이 좋은 정찬성도 보이지 않는 펀치(타격)에 두 번이나 무릎을 꿇어야 했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2018년 11월 11일, 1년 9개월 만의 UFC 복귀전에서 경기 종료 1초 전 충격적인 KO패를 당했다. 정찬성은 2018년 11월11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펩시 센터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39 멕시코의 야이르 로드리게즈와의 페더급 메인이벤트 경기에서 5라운드 경기 종료 1초 전 로드리게즈의 기습적인 오른팔 팔꿈치 공격(보이지 않는 펀치)에 턱을 맞고 실신 KO패를 당했다. 로드리게스는 태권도를 해서 UFC에서는 킥이 가장 좋은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정찬성은 로드리게스의 펀치와 킥을 섞은 변칙 공격을 잘 방어하면서 5라운드 내내 여유 있게 경기를 운명하며 판정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경기 종료 1초 전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나온 상대의 팔꿈치에 턱을 얻어맞아 쓰러지고 말았다.

그야말로 보이지 않은 펀치(가격)에 당한 것이다.

정찬성은 그로부터 2년 후에 또다시 ‘보이지 않는 펀치’에 당했다.

정찬성은 2020년 10월 18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야스아일랜드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파이트 나이트 180 메인이벤트 페더급 매치(5분 5라운드)에서 미국의 브라이언 오르테가에게 경기 내내 고전한 끝에 심판전원일치 판정패(45-50, 45-50, 45-50)를 당했다.

정찬성은 2라운드 중반 주먹을 주고받는 접전을 벌이던 도중 오르테가에게 백스핀 엘보 공격(보이지 않는 펀치)을 허용한 것이 뼈아팠다.

큰 충격을 받은 정찬성은 그대로 옥타곤 바닥에 쓰러졌다가 곧바로 일어나기는 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고 난 후 '보이지 않은 펀치'를 맞은 이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2라운드 중반 보이지 않은 충격을 당한 이후 무의식으로 싸운 것이다. 오르데가에게 패하기 전까지 프랭키 에드가에게 1라운드 KO 승을 거두는 등 2연승을 올렸었던 정찬성은 개인 통산 6번째 패배(16승)를 당했다.

2011년 UFC 진출 후에는 3번째 패배다. 판정패를 당한 것은 UFC에 데뷔한 이후 처음이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