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년 연재 ‘대통령들의 스포츠’…⑥헝가리 슈미트 팔, 금메달리스트의 '망신'
2021 신년 연재 ‘대통령들의 스포츠’…⑥헝가리 슈미트 팔, 금메달리스트의 '망신'
  • 기영노 편집위원
  • 승인 2021.02.09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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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미트 팔 헝가리 의회 의장이 새 대통령으로 선출된 뒤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대통령들은 힘이 세다.

독일 총통 아돌프 히틀러는 2차 대전을 일으켜 600여 만 명의 유태인과 그 열 배에 이르는 6000여 만 명 가량의 군인과 민간인을 사망케 했고, 존 F. 케네디(구 소련의 후루시초프)는 쿠바 봉쇄로 3차 세계대전을 막아 수억 명의 생명을 구했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 시대(the Apartheid era)를 ‘용서와 화해’로 풀어냈고, 군부독재의 상징 전두환은 86, 88 때 스포츠 장려정책으로 체육인들로부터는 크게 미움을 받지 않고 있다.

리처드 닉슨과 마오쩌둥은 탁구를 매개로 냉전 관계의 미국과 중국(공)의 관계를 녹여내 인류 평화에 막대한 기여를 했고, 조지 웨아는 축구에서 얻은 명성을 바탕으로 스포츠인 최초로 라이베리아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대통령도 인간이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은 ‘코로나 19’에 감염되었다가 회복되었고, 일본의 아베 총리와 김영삼 대통령은 골프를 치다가 엉덩방아를 찧는 촌극을 벌였고,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인 알츠하이머를 앓다가 사망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리기도 했다.

스포츠는 그 나라 대통령들의 관심, 그리고 정책 변화에 따라 활성화 되거나, 침체되곤 했었다.

지구촌의 현역, 역대 대통령(수상)들은 그동안 어떠한 스포츠 정책을 폈었고, 그래서 그 나라의 스포츠는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알아보았다.

<이 연재물은 기자(시간의 물레 간 2013년, 대통령과 스포츠)의 저서를 보강한 것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팔 슈미트, 헝가리 대통령 논문표절로 물러나

헝가리 대통령은 의회에서 선출하고, 5년 중임제로 최대 10년까지 가능하지만, 정치적인 권한은 총리가 갖고 있다.

헌법 제12조 2항에 의해, 헝가리 대통령은 직무를 수행할 때 '대중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역할이나 임무'를 행사할 수가 없다.

그리고 대통령직 이외의 “수입을 받는 전문직 활동”에 종사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에 해당되는 활동 이외에 다른 활동을 통한 수당”은 받을 수 없다.

그러나 팔 슈미트 전 헝가리 대통령은 2010년 8월 6일 취임해서 불과 1년 8개월 만인 2012년 4월 2일 물러났다.

대통령이 현직에서 물러나는 경우는 본인 사망(9대 미국 대통령 윌리엄 헨리 해리슨, 재임 1841년 3월 4일~4월 4일, 한 달 만에 폐렴으로 사망), 살해(케네디, 박정희), 탄핵(박근혜), 망명(볼리비아의 모랄레스, 한국의 이승만) 등이 있지만, 팔 슈미트 대통령은 박사 학위를 딸 때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물러났다.

세계 유일의 올림픽 금메달 출신 대통령

팔 슈미트 전 헝가리 대통령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2개나 딴 진정한 엘리트 스포츠맨 출신이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단체전에 G 컬스카 선수 등과 한 팀을 이뤄 출전해 결승전에서 강팀 소련을 7대4로 물리치고 첫 금메달을 차지했다.

팔 슈미트는 4년 후에 벌어진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도 역시 남자 에페 단체전 결승전에 진출, C. 페니베시, G 쿨사 등과 함께 스위스를 8대4로 제압하고 두 번째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현역 시절 스피드가 있는 데다, 순발력까지 갖춰서 상대의 공격을 이용해서 역습으로 승부를 내는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가끔 ‘콩트로 아타크(Contre attaque)’라는 기술도 구사한다.

펜싱에서는 공격권이라는 게 있어서 상대방이 칼을 휘두르고 나서 찔러야 점수를 받는데, 콩트로 아타크 기술은 상대가 공격하기 전에 찔러 득점을 하는 기술이다.

헝가리의 펜싱 영웅에서 대통령까지

헝가리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과 함께 세계 펜싱의 정상을 다투는 펜싱 강국이다.

펜싱에서는 가끔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팀이나 중국의 중만 선수처럼 아시아 국가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유럽 국가들이 메달을 독식해 오고 있다.

그런데 세계스포츠 역사에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그 나라의 대통령에 오른 것은 팔 슈미트가 유일하다.

팔 슈미트는 1942년 4월 1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다.

1980년 스포츠 담당 차관이 돼서 체육계와 인연을 맺기 시작, 1983년 IOC 위원에 선임되었고, 1990년대에 IOC 부위원장, 스페인대사, 스위스대사를 거쳐 2002년에는 청년민주동맹의 부총재가 됐다.

그는 2010년 5월, 헝가리 총선 후 국회의장이 되었다. 그 후 대통령을 선출하는 의회 투표에서 273표를 획득해 헝가리 대통령에 당선 되었다.

그러나 2012년 1월 11일 주간 세계 경제의 웹 사이트에 팔 슈미트가 박사학위를 받을 때의 논문이 불가리아 전문가의 글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박사학위 논문 표절로 대통령에서 물러나

슈미트는 1992년 부다페스트 체육대학에서 "근대 올림픽 경기 프로그램에 대한 분석"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박사학위 논문이 불가리아 니콜라이 그레고리예프의 논문을 표절한 것이다.

그레고리예프의 원 논문은 1987년에 발표됐다. 그런데 팔 슈미트의 논문은 5년이나 늦은 1992년에 발표되었기 때문에, 팔 슈미트가 니콜라이의 원문을 통째로 표절 한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그런 사실(팔 슈미트의 표절)은 제멜바이스 대학의 ‘5인 조사위원회’에서 확인되어 2012년 3월 29일 박사학위가 취소됐다.

팔 슈미트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을 한 것으로 최종적으로 확인이 된 지 불과 3일 만인 2012년 4월 2일, 의회에 출석해 “대통령은 국가 통합을 대표해야 하는데 불행히도 나는 분열의 상징이 됐다”며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하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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