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태성 서울숲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이 상담 중이다. (사진=손진석 기자)
염태성 서울숲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이 상담 중이다. (사진=손진석 기자)

[뉴시안= 손진석 기자]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우울증과 무기력증, 불안감 등의 심리적 증상인 코로나 블루를 국민 10명 중 4명이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 해 정신 질환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필수적으로 착용해야하는 마스크와 최근의 사회적 환경으로 인해 찾아드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갑자기 찾아오는 공황장애를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 등 개인적인 여러 상황으로 발생한 불안이 극도로 치닫는 공황장애는 30~40대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정신 질환의 하나로 염태성 서울숲정신건강의학과 원장과 일문일답을 나눠봤다. 

◆ 공황장애는 어떤 질환인가?

= 공황장애는 갑작스럽고 심한 불안발작과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이 특징인 질환이다. 공황발작이 반복되고 이로 인해 평소에도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 공황장애로 진단을 내린다. 이런 증상들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며 사회적 기능 저하가 동반된다. 

◆ 공황장애의 원인은 무엇인가?

= 아직 정확한 발생기전은 모르고 있다. 생물학적인 취약성을 타고난 사람이 스트레스 등의 외부요인으로 인해 증상이 발현된다고 이해하고 있다.

◆ 공황장애의 주요 증세는?

= 갑자기 강렬한 불안과 공포가 이유 없이 몰려온다. 가슴 두근거림과 숨쉬기 어려움, 구토감, 어지러움, 온 몸이 떨리거나 땀이 나는 등의 신체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지속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나 보통 20~30분 정도 지속된다. 또 특정 장소나 상황이 공황발작의 유발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지하철이나 사람 많은 곳, 엘리베이터 같이 폐쇄된 공간에서 잘 발병하며, 사우나처럼 급격한 체온변화나 과한 음주나 흡연 등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가 필수인데, 마스크로 인해 공황장애가 악화된 환자들도 있다.

◆ 개인이 느끼는 공황장애의 강도는 어느 정도인가? 

=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불안과 공포감이 찾아든다. 물론 개인마다 강도의 차이는 발생할 수 있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준의 두려움과 통증을 동반하며 갑작스럽게 발작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환자가 공황발작이 다시 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심각한 불안감을 경험 할 수도 있다. 이런 공포감으로 공황발작이 아님에도 항상 공황발작을 겪는 것 같은 착각으로 불안한 상황을 유지하기도 한다.

◆ 공황발작이 찾아오는 상황이나 장소 등 상황은?

= 주로 신체적 혹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 잘 발생한다. 평소에 사람 많은 곳을 힘들어하는 사람은 지하철이나 번화가에서 증상이 생기는 일이 많다. 폐쇄된 곳에서도 증상이 생기고, 빌딩이나 비행기처럼 높은 곳이 증상의 발생장소가 되는 경우도 흔하다. 주로 스스로가 나를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이해하면 쉽다. 물론 경우에 따라 집에서 쉬고 있거나, 편한 상태에서 증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 공황장애는 다른 질병과의 연관관계는 없는가?

= 우울증이나 강박증 같은 다른 정신과 질환들과 같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또 범불안장애, 사회불안장애와 같은 불안장애에 속한 다른 질환들과도 공존하는 경우가 많아 초기 평가가 중요하다.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같이 생기는 경우는 매우 흔한데, 그렇다고 해서 이  두 가지가 항상 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울한 감정은 전혀 없이 공황 증상만 있는 환자도 많다.

공황장애는 다른 정신과질환들과 마찬가지로 급성 악화 후 회복되기도 하고,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기도 한다. 보통은 우울증과 같은 다른 공존질환이 없는 경우에 예후가 더 좋은 편이다.

정신질환의 경중을 절대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공황장애는 치료와 관리를 잘하면 장기적인 예후는 좋은 편이다. 공황장애 단독으로는 입원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다. 또 정신질환의 가장 큰 합병증이라 할 수 있는 자살 역시 공황장애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 공황장애 치료 방법은?

= 공황장애 치료에 가장 중요한 약물은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라고 불리는 약이다.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항우울제라고도 부르는데 사실 우울증 뿐 아니라 공황장애 강박증 등 다른 질환들에서도 가장 중요한 약물이기 때문에 엄밀히는 항우울제라는 명칭이 틀렸다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항불안제로 급성 증상을 조절하기도 하고, 신경전달 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로 증상 호전이 더딜 경우 다른 약들을 추가로 활용하기도 한다. 세로토닌은 행복감 등 광범위한 감정을 느끼는 데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복잡한 신경전달물질이다.

약물치료 외에 공황장애에서 중요한 치료는 인지행동 치료가 있다. 질병에 대한 이해와 발작이 발생했을 때의 반응 등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치료이다. 특히 공황발작이 생기면 죽을 것 같은 공포로 인해 증상이 더 악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공황장애로 인한 발작의 강도와 재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 치료에 걸리는 기간은?

= 증상이 심한 정도 등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치료에 대한 반응이 생기는 시기는 빠르면 1주일 정도, 보통은 1달 이내이다. 증상이 안정되고 스스로의 노력이 동반되어 공황발작의 재발없이 지내는 기간이 길어지면 조심스럽게 약을 줄이거나 끊어보는 시도하기도 한다. 

당장의 불안이 좋아졌다고 해서 스스로 약을 줄이게 되면 또 다시 발작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치료 중단 시기는 주치의와 충분히 상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

◆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 사람마다 발작을 유발하는 요인이 다르므로, 스스로 잘 파악해서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그런 상황들을 적절히 피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황장애는 병이기 때문에 증상이 심할 경우 스스로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 

무엇보다 공황발작이 생겼을 때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발작 상황에서 괴로움 때문에 불안이 커지고 호흡을 얕고 빨리 쉬게 되면 과호흡이 동반되어 발작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힘들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괴로움은 지나간다는 생각을 하고, 천천히 깊은 호흡을 반복하는 것이 상황을 쉽게 넘기는 방법 중 하나이다. 

이런 경우 치료가 너무 늦어지면 병이 심해지거나 우울증 등 다른 정신과 질환이 같이 생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조기에 병원을 찾아서 상담을 통해 평가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대부분은 약의 부작용으로 인한 불편감 없이 증상 조절이 잘 되고, 안정기에 접어들면 약을 끊는 것도 보통 어렵지 않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조언은?

= 코로나 상황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의 정신건강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 조급해하면서 화를 내거나 좌절에 빠져있기보다는, 소위 뉴노멀 시대에서 어떤 방식으로 적응해야 행복할 수 있을지 고심해 보는 것이 낫겠다.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너무 생각을 많이 하고 괴로워하면 마음의 병이 생기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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