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터리 공장(좌)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우). (사진=뉴시스)
LG화학 배터리 공장(좌)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우).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건을 두고 벌어진 소송전이 LG에너지솔루션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정황이 주효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ITC는 10일(현지시각)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모듈·팩 및 관련 부품·소재에 대해 미국 내 수입금지 10년을 명령했다. 미국 관세법 337조 위반으로 본 데 따른 조치다.

단, 현재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포드에는 4년, 폭스바겐에는 2년의 유예 기간을 뒀다. 또 이미 판매 중인 기아 전기차용 배터리 수리 및 교체를 위한 전지 제품의 수입도 허용했다.

또 ITC는 이미 수입된 품목에 대해 미국 내 생산, 유통 및 판매를 금지하는 영업비밀 침해 중지 10년을 명령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배터리 원자재 부품명세서 및 기타 영업비밀을 탈취해 LG화학의 원가 구조를 파악하고 이를 수주에서 낮은 가격에 입찰하는 데 활용했다는 주장과 ▲57개에 달하는 LG화학의 배터리 제조 핵심 비결이 담긴 SK이노베이션의 사내 이메일 등을 증거로 인정했다.

이는 지난해 2월 ITC가 SK이노 측에 내린 조기 패소 예비 판결이 그대로 인용된 결과다. 당시 ITC는 소송 전후로 SK이노베이션 측의  3만4000여개 파일 및 메일 등 증거인멸과 포렌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 모독 행위를 근거로 조기 패소를 결정했다.

예비 판결에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려달라며 ITC에 제출한 자료에는 LG화학 연구소 경력사원 인터뷰에 따른 LG화학의 전극 개발 및 생산 관련 내용이 담긴 이메일, LG화학과의 소송 관련 삭제를 지시하는 내용의 이메일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불복한 SK이노베이션은 이의를 제기하며 지난해 3월 ITC에 '예비결정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에 ITC는 이의제기를 받아들이며 "전면 재검토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조기 패소 결정을 번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1996년부터 2019년에 이르기까지 ITC의 영업비밀 소송에서 당사자가 요청한 예비결정 재검토는 모두 받아들였으나, 조기 패소 결정이 뒤집어진 전례는 없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