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 리그 기아 타이거즈 대 엘지 트윈스 경기, 엘지 공격 3회말 기아 선발투수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 리그 기아 타이거즈 대 엘지 트윈스 경기, 엘지 공격 3회말 기아 선발투수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프로야구 선수들은 새로운 팀을 선택하거나, 팀을 옮길 때 두 가지를 염두에 둔다.

우승할 수 있는 팀이냐, 그렇지 않으면 내가 뛸 수 있는 팀이냐.

양현종의 에이전트 ‘스포츠타즈’(대표 최인국)는 후자, 즉 양현종이 뛸 수 있는 팀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의 꿈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었는데, 양현종이 ‘마이너리그 거부권’ ‘40인 로스터 보장권’을 고집했을 때는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스플릿 계약을 감수한다고 하자 여러 팀으로부터 러브콜이 있었다.

결국 양현종은 자신이 선발로 뛸 가능성이 가장 높은 텍사스 레인저스팀을 택했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메이저리그에서 마운드가 가장 낮은 팀 부류에 속한다. 2019년에는 30개 팀 가운데 24위(5.06), 2020년에도 역시 24위(5.32)에 그쳤다.

마운드뿐 만 아니라 팀 전체 전력도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MLB.COM은 28위, 스포츠넛은 27위로 평가하고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지난해 새 구장(글로브 라이프필드)을 개장했지만 ‘개장 빨’도 받지 못하고 22승38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그쳤다.

2021시즌에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는 지난 시즌처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지구 1위를 다투고 그 뒤를 LA 에인절스와 시애틀 매리너스가 따르고 텍사스 레인저스는 최하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텍사스 마운드는 리빌딩 중

텍사스 레인저스는 2020시즌 좌우 원투 펀치 마이크 마이너와 랜스 린을 모두 트레이드했다.

좌완 마이크 마이너(1승6패)는 시즌 도중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 트레이드 했고(현재는 캔사스시티 로열즈), 랜스 린(6승3패)은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보냈다.

텍사스 마운드는 사실상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셈이다.

2021시즌 선발이 유력한 선수는 카일 깁슨(1m98㎝, 98㎏)이다.

깁슨은 2013년에 1라운드 전체 22순위로 미네소타 트윈스에 드래프트 되었다. 우완투수로 전형적인 땅볼 투수다. 93마일의 싱커, 85마일 대의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를 섞어 던진다. 미네소타 트윈스와 텍사스 레인저스(2020년) 팀에서 69승74패(4.57)을 기록했다.

2019년 미네소타 트윈스 에이스로 13승7패(4.84)를 올렸었지만, 지난해는 텍사스 레인저스팀에서 2승6패(5.35)에 그쳤다. 연봉은 3년 동안 2800만 달러를 받고 있는데, 연봉으로 볼 때는 텍사스 레인저스 에이스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도 “깁슨가 올해 우리 팀의 마운드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리하라 고에이(1m88㎝, 29세)는 포스팅을 거쳐 텍사스 레인저스팀에 입단한 우완 사이드암으로 니폰 햄 출신의 일본 투수다.

고에이는 최고 155㎞, 평균 148㎞로 트리쿼터 형 투수치고는 빠른 공을 던지는 편이다. 커터와 포크볼을 주로 던지는 땅볼 투수다.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니폰 햄 투수로 108승98패, 2020시즌은 8승9패(3.46)을 기록했다. 연봉은 2년간 620만 달러다.(2021시즌은 260만 달러)

깁슨과 고에이는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을 맺어서 부상이나 크게 부진하지 않는 한 선발로 뛸 것이 확실시된다.

마이크 폴레네비치(1m93㎝) 역시 우완투수다. 2010년 1라운드 19순위로 휴스턴 애스트로스팀에 드래프트 되었고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팀에서 44승42패(4.33)을 기록했다.

2018년 최고 100마일이 넘는 강속구와 슬라이더로 13승10패(2.85) 절정의 피칭을 보여주었지만 2020년 현저한 구속 저하로 1패(16.20)만 기록, 지명할당 되어 텍사스 레인저스와 2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만약 구속이 살아나지 않으면 선발그룹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있다.

양현종의 4,5선발 경쟁자들

조던 라일스 투수는 우완투수로 팀을 많이 옮겨 다니는 전형적인 저니 맨이다. 2011년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시작으로 콜로라도 로키즈,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밀워키 브르워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다시 밀워키 브르어스를 거쳐 2020년 텍사스 레인저스와 2년 1600만 달러에 계약을 했는데, 2020년 1승6패(7.02)에 그쳤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2세의 우완 투수 데인 더닝은 지난 2016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9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에 지명되었다.

그해 9월 화이트삭스로 트레이드됐고, 2018년에는 토미 존 수술을 받기도 했다.

1년간 재활을 거쳐 2020년 화이트삭스에서 빅 리그에 데뷔했다. 지난 시즌 화이트삭스팀에서 7경기 모두 선발로 나선 더닝은 34이닝을 책임지며 2승 평균자책점 3.97 탈삼진 35개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평균 92마일(약 148㎞)로 빠르지는 않지만 투심 패스트볼을 주 무기로 땅볼투수다.

키 201㎝ 장신 카일 코디는 우완투수로 2017년 텍사스 레인저스에 6라운드(15만 달러)에 지명됐다. 2018년 일찌감치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최고 156㎞의 패스트볼, 140㎞대 초반의 슬라이더가 주 무기다. 2020년 8월 20일 메이저리그로 승격됐고, 불펜투수로 8경기에 출전 1승1패(1.59)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남겼다.

좌완투수로는 콜비 알라드(6패, 7.75) 투수가 있는데, 콜비 알라드는 패스트볼(140㎞ 대 후반) 구위 보다는 제구력과 커맨드로 승부를 하는 투수다. 커터와 커브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는데, 지난해는 제구력이 흔들리면서 많이 얻어맞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양현종 연봉 국내 23억 원, 메이저리그 최대 14억원

양현종은 '신분'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는 1년짜리 스플릿 계약을 했다. 메이저리그에 있는 기간 동안은 기존에 계약된 연봉(130만 달러)을 받을 수 있지만 마이너리그로 떨어지면 날짜를 계산(마이너리그 연봉 2~5만 달러)해서 받게 된다.

양현종이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면 보장 연봉 130만 달러(약 14억4000만원)를 받고, 성적에 따라 보너스 55만 달러(약 6억1000만원)를 추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양현종이 수령할 수 있는 최고액은 185만 달러(약 20억5000만원)다.

양현종은 2월 13일 텍사스 구단이 함께 발표한 40인 로스터 명단 중 투수 23명엔 포함되지 못했다.

그러나 텍사스 레인저스 팀의 마운드 사정이 양현종과 선발 자리를 다툴 조던 라일스 등도 선발 경험이 많지 않고, 경쟁을 하는 선수 가운데 좌완투수도 콜비 알라드 한명 뿐이기 때문에 양현종이 스프링캠프를 잘 소화하고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텍사스 레인저스, 박찬호와 추신수

텍사스 레인저스팀에는 박찬호와 추신수가 속해 있었다.

박찬호는 텍사스와 5년 동안 6500만 달러(옵션 포함 7100만 달러)를 받고, 2002년부터 2005년까지 4년 동안 22승23패를 기록했었고, 추신수는 7년 동안 1억3000만 달러에 계약,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 동안 중심타자(타율 0.260, 114홈런 355타점 464득점 52도루)로 활약했었고, 2018년에는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텍사스 레인저스팀은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템파베이 레이스, 콜로라도 로키즈, 밀워키 브르어스, 시애틀 매리너스팀과 함께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는 6팀 가운데 한 팀이기도 하다.

텍사스, 2월 18일 스프링캠프 시작

텍사스 레인저스의 스프링캠프는 2월 18일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시작된다.

양현종은 스프링캠프 초청선수 자격을 포함한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기 때문에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40인 로스터에 포함될 수 있다.

양현종이 비자를 발급받고 미국에 입국하려면 72시간 내 ‘코로나19 PCR검사 음성 확인서’를 지참해야 한다. 텍사스 주는 자가 격리가 의무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미국에 도착하는 데로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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