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는 ‘고객 언어 혁신 캠페인’을 통해 외국어 표현과 전문용어 100여개를 순화했다고 밝혔다. (사진=LG유플러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우리는 학창 시절부터 올바른 언어생활에 대해 배웠다. 외국어식 표현 방법을 지양하고, 한자어 표현을 자제하는 것이 정석이다. 외래어를 쓰려거든 정해진 규칙에 따라 우리말로 표기하라고 정해뒀다. 올바른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기본이다.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이후 더 와닿는 부분이다. 

기사를 쓰다 보면 약어를 쓰게 될 때가 많다.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을 위해 괄호 안에 풀이를 덧붙인다. 예를 들면 이동통신업계에서 'CTN'이란 휴대폰 번호를, 'MVNO'는 알뜰폰을 말하는 식이다.

간혹 누군가에겐 물음표가 떠오를 용어도 지나칠 때가 있다. 늘 새롭고 어려워서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독자들을 더 생각하지 못한 데서 온 실수다.

그러다 눈길이 가는 소식이 들려왔다. LG유플러스가 복잡하고 어려운 통신 용어를 고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순화하는 '고객 언어 혁신' 활동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업계에 몸 담고 있는 이들 위주로 써왔던 전문 용어나 약어, 한자어와 외래어 등의 표현을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 쓰자는 것이다. 고객과 맞닿는 고객 센터 뿐만 아니라 전 임직원을 상대로 이를 장려하겠다고 했다.

먼저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용어 100여 개를 꼽았다. ▲CTN은 '휴대폰 번호' ▲PPS는 '선불 휴대폰' ▲mVoIP는 '데이터 이용 음성통화' ▲라우터는 '휴대용 와이파이' 등으로 바꿨다. 

한자식 표현과 외래어를 즐겨 썼던 과거에서 탈피하기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 ▲'위면 해지'는 할인 반환금 없는 해지 ▲나밍은 '휴대폰 번호 등록' ▲요율은 '계산법' ▲합봉 청구는 '모아서 한 번에 청구' ▲부달은 '전달이 안 됨' ▲핫빌은 '해지 예상 금액' 등으로 바꿔 쓰기로 했다. 

또 ▲선택 약정 할인은 '통신 요금 25% 할인' ▲공시지원금은 '휴대폰 가격 할인금' ▲모비고는 '휴대폰 정보 이동' 등 직관적인 설명을 덧붙인다. 잘 모르는 고객들에겐 참 고마운 소식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7년부터 고객도 모르게 언어 순화 활동을 펼쳐 왔다. 안내장, 광고 등 모든 언어와 문구들을 우리말 표현으로 바꿔 알기 쉽게 썼다. 이렇게 자체 검수를 거쳐 바뀐 표현만 4년간 3000여 건에 이른다고 했다. 더 나아가 임직원이 고객에게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내부 검색 시스템 개발도 검토 중이다.

꽤 세심한 행보다. 국립국어원이 아닌 이동통신사에서 알려 온 소식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때 '찐팬(충성 고객)' 모으기에 열중하겠다던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최근 새 돛을 달게 된 LG유플러스는 본격적인 항해의 시작 전부터 찐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올해 초 임직원들에게 공유한 신년사에서 "모든 변화의 시작은 고객"이라며 "고객에 미쳐라"라고 당부한 것이 그 배경이다. 

LG유플러스의 고객 혁신의 첫걸음은 고가의 요금제 부담을 덜어주는 데서 시작했다. 지난달 고객 경험 혁신의 첫 행보로 최대 5만원대의 중저가 5G 요금제 '5G 슬림+', '5G 라이트+'를 출시한 것이다. 가격을 확 낮추고, 데이터 제공량을 늘려 고객들의 실질적인 5G 경험을 자유롭게 했다는 평이 나온다. 

가족으로 제한돼 있던 결합 할인 서비스의 범위를 지인까지 확대하기도 했다. 'U+투게더' 요금제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지인과도 결합한 만큼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박(신기)한 서비스다. 지인 간 결합이라니, 이렇게 쉬운데 우린 왜 생각도 못했을까.

초등학생을 위한 가정학습 콘텐츠 'U+초등나라'를 무료로 제공하는 LTE·5G 무제한 요금 상품도 내놨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되면서, 집에 머무는 아이들을 둔 가정이 늘어난 것을 겨냥한 선택이다. 

최근에는 해외 장기체류자 비중이 높은 '제로 요금제'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음성 로밍 서비스 전면 무료화를 약속했다. 기존 프리미엄 요금제에 한해 제공해 오던 음성 발신 서비스 무제한 무료 혜택을 전 요금제로 확대한 것이다. 사실상 제로 요금제를 이용하는 모든 이용 고객은 수신·발신 음성 로밍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확산으로 인해 입·출국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의 배려다. 

알기 쉬운 용어로 고객이 상품·서비스에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게 만들겠다는 언어 혁신 활동도 그의 일환이다. 그래서 더 감명 깊다. 누군가에게는 단순 마케팅이겠지만, 누군가는 생각치도 못한 곳까지 고객의 입장을 고려한 진심을 느꼈을 테다.

요즘의 기업들은 하나같이 고객 사랑이 나라 사랑이라고 외친다. 그러나 2021년의 고객은 똑똑하다. 말뿐인 약속에는 화를 내지만 진심이 느껴지면 '돈쭐(혼쭐+돈의 합성어, 착한 기업에 감명 받은 고객들이 제품 구매 등으로 보답하는 것)'을 내주겠다며 몰려온다.

찐팬 1명이 팬 10명 부럽지 않은 것은 순리이고 정석이다. 그럼에도 찐팬의 '입덕(특정 대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것)'은 생각보다 사소한 데서 이뤄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객에게 미치겠다는 결심을 응원하고 싶어서라도 99점이다. 모자란 1점은 찐팬과 함께 채우며 언젠가 100점 짜리 통신사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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