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4일 명동에 위치한 화장품 가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박은정 기자)
지난 2월 14일 명동에 위치한 화장품 가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박은정 기자)

[뉴시안= 박은정 기자]막바지 한파가 절정을 기록했던 지난 2월 17일, 서울 명동 거리는 '코로나19'라는 폭풍이 지나간 현장이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온 거리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북적였지만, 이제는 발길이 뚝 끊겼다. 명동 거리를 뒤덮었던 화려한 가게들과 맛집들은 모두 문을 닫아 '임대 문의' 안내 글만 가득했다.

명동 상인들의 한숨이 계속되는 가운데 2021년 연초부터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월 14일 오전 4시 55분쯤 명동 거리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건물 1층에서 시작된 불은 3시간여 만에 꺼졌지만 불이 인근 점포까지 번지며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소방서 추산 약 4억5000만원 규모다. 화재가 발생한 화장품 가게는 명동 한복판에 있어 월 임차료만 1억원에 달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화재가 발생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현장에는 폴리스 라인만 처져 있고 아무런 수습은 이뤄지지 않았다. 가장 큰 피해를 본 한 화장품 매장 간판은 불에 녹아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창문은 모두 깨져있고 천장은 모두 내려앉아 내부 벽체가 훤히 드러났다. 진열대에 놓인 화장품에는 잿가루가 한가득 쌓여 있어 당시 화재 상황을 실감케 했다. 

현장을 지나가던 많은 시민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현장을 지나가던 50대 한 여성은 "코로나19로 명동에 사람들이 없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인데 화재까지 발생해 분위기가 더 안 좋다"고 말했다.

과거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던 명동 거리가 코로나19로 인해 썰렁해졌다. 명동 곳곳에는 '임대 문의'를 내걸고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진=박은정 기자)
과거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던 명동 거리가 코로나19로 인해 썰렁해졌다. 명동 곳곳에는 '임대 문의'를 내걸고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진=박은정 기자)

화재로 인해 해당 매장들은 장사를 할 수 없게 됐다. 화재 현장 인근에도 많은 가게가 있었지만, 코로나19 타격 때문인지 문을 열지 않고 있었다. 유명 패션 브랜드들만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화재 현장 앞에 위치한 또 다른 화장품 가게에는 '코로나19로 명동점 1개 매장을 운영 중', '그 외 매장은 임시휴무 진행 중'이라는 안내글이 적혀 있었다. 바로 옆 화장품 가게도 한창 손님이 붐빌 오후 1시임에도 불구하고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영업중단 또는 휴무와 관련된 안내문조차 부착돼 있지 않았다. 

명동 거리에서 전단지 알바를 하는 30대 여성은 "가끔 명동에서 전단지 알바를 해왔는데 올 때마다 유명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어 놀라고 있다"면서 "화재까지 났다는 소식을 들어서 속상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문을 열었다고 해도 겨우 영업만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유명 족발 프랜차이즈 가게 직원은 "코로나19 전에는 하루 매출이 수백만원이었는데 요즘에는 50만~100만원 정도"라며 "매달 적자라서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됐으면 좋겠다"고 한탄했다. 이어 "영업시간이 1시간 연장됐지만 설 연휴가 끝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긍정적인 효과는 아직 미비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5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수도권은 2단계로 하향하고, 다중이용시설 등의 운영을 오후 10시까지로 1시간 연장했다. 그러나 17일 신규 확진자 수가 600명대로 뛰면서, 방역 당국은 또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과 운영 시간 제한 강화 등의 재검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모두가 문을 닫고 떠나는 상황이지만 아직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는 상인들도 있었다. 몇 년 째 명동에서 양말 노점상을 운영 중인 60대 여성은 "하루 벌어도 겨우 교통비 벌 정도이지만 명동이 다시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며 "아무리 힘들어도 문을 닫을 생각은 없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올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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