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8월 22일까지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을 전개한다. 사진 속 작품은 아담 펜들턴의 '나의 구성요소들(These Elements of Me)'이다. (사진=박은정 기자)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8월 22일까지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을 전개한다. 사진 속 작품은 아담 펜들턴의 '나의 구성요소들(These Elements of Me)'이다. (사진=박은정 기자)

[뉴시안= 박은정 기자]최근 기업들이 상품을 생산·판매하는 것을 넘어 고객들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소통수단으로 SNS와 유튜브 등도 있지만 '미술 전시관'도 떠오르고 있다. 고객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고 휴식 등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작품들로 감동까지 선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다. 이에 기업들은 본사 건물을 활용해 미술관을 운영하거나 하나의 콘셉트로 본사를 전시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또 음악공간으로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본지는 기업들이 진행하는 전시회, 음악회 등을 직접 방문해 생생한 메세나 현장을 전달한다. <편집자 주>

코로나19로 침체된 사회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문화예술 향유의 장이 마련됐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역동적인 현대미술을 한자리에 선보이는 'APMA, CHAPTER THREE – FROM THE APMA COLLECTION' 특별전을 개최했다.

'APMA, CHAPTER THREE'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2021년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시회다. 이는 다채로운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대표하는 소장품을 관람객들에게 소개하고자 기획됐다. 

이번 전시는 2019년 첫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 'APMA, CHAPTER ONE'과 2020년 7월 고미술을 다룬 'APMA, CHAPTER TWO'에 이은 세 번째 소장품 특별전이다.

특별전에는 국내외 작가 40여명이 참여했다. 총 7개 전시관에서 회화·설치·미디어·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50여점이 전시됐다. 1960년대 개념 미술부터 2020년 제작된 작품들까지 포괄한다. 관람객들은 현대미술의 역사와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티븐 해링턴 작가의 '우리 주위에서' 작품. (사진=박은정 기자)
스티븐 해링턴 작가의 '우리 주위에서' 작품. (사진=박은정 기자)

◆서로 다른 콘셉트 '7개 전시관'

특별전의 첫 문을 여는 1전시실에는 대형 회화와 현대 목공예 작품들이 전시됐다. 1전시실에는 벽면에서부터 각기 다른 서사를 담은 대형 회화품들이 걸려있다.

가장 이목을 끌은 작품은 스티븐 해링턴의 '우리 주위에서'다. 1전시관의 다양한 작품 중, 가장 다채로운 색상이 사용됐다. 해링턴 작가의 작품에서는 주로 강아지 캐릭터 '멜로'와 야자수가 많이 등장한다. 작가는 다양한 소재에 생명을 불어넣어 누구나 즐겁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로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시원한 색상과 큰 야자수, 익살스러운 멜로의 표정 등은 보는 이들에게 행복감을 선사한다.

1전시관 중앙에는 2017년 로에베 공예상을 수상한 에른스트 갬펄의 목공예가 전시됐다. 작가는 종류가 다른 나무들을 나무 특성에 맞는 건조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특히 작가는 살아있는 나무를 사용하지 않고, 바람에 쓰러지거나 물에 흘러 육지로 들어온 나무들만 사용했다. 작품에 사용된 나무는 최소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이에 나무 고유만이 갖고 있는 거친 표현과 곡선, 홈 등은 작품의 핵심요소로 그대로 표현됐다.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으로 재탄생된 나무들은 관람 위치에 따라 형태가 극적으로 바뀌는 효과까지 준다.

2전시관은 한국의 현대 미술가 두 명의 작품이 전시됐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공중에 매달린 작품들은 시각적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먼저 이불 작가의 작품이 이목을 끈다. 이불 작가의 초기 대표작으로 꼽히는 <사이보그 W7>과 <스턴바우 No. 29(Sternbau No. 29)>, <크러쉬> 등이 있다. <크러쉬> 작품은 여성의 모습이 크리스털과 유리구슬로 장식돼 있어 마치 갑옷을 입은 기사처럼 보인다. 이 작품은 화려게 발산되는 에너지에서 조건과 운명을 저항하려는 힘이 전해지는 듯하다. 그러나 신체의 일부가 없는 모순된 형상은 아름다움과 불안함의 불가분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2전시관에는 이불 작가와 최우람 작가의 작품이 전시됐다. (사진=박은정 기자)
2전시관에는 이불 작가와 최우람 작가의 작품이 전시됐다. (사진=박은정 기자)

2전시관 안쪽에는 최우람 작가의 <울티마 머드폭스>가 자리하고 있다. 앙상한 뼈와 머리만 남은 모습에 날개가 출렁이는 모습이다. 이 작품은 정교한 키네틱 작업으로 잘 알려진 최 작가의 첫 기계 생명체 작품이다.

3전시실에서는 미니멀리스트 조각가 프레드 샌드백의 설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공간을 가로지르는 아크릴 실을 설치해 작품을 관람하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선과 가상의 면을 넘나드는 기하학적인 조각을 만들었다.

4전시실에는 현대미술사의 주요 전환점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작품들과 함께 다수의 현대미술 작가들의 실험성을 확인해볼 수 있다. 미국 미니멀아트의 선구자로 알 알려진 도널드 저드의 설치작품 <무제>와 개념미술가 조셉 코수스의 네온 작품 <다섯 개의 다섯 개(도널드 저드)>를 실제로 만나볼 수 있다.

이 밖에 로셀 파인스타인의 텍스트를 접목한 추상 회화 작품 <러브 바이브>뿐 아니라, 얀보와 양혜규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직사각형 공간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공간 구성은 작품들의 특성을 극대화해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5전시실은 미디어 아티스트 듀오 장영혜중공업의 영상 <유토피아로 여행하기(Traveling to Utopia)>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재즈 음악의 비트에 맞추어 한편으로는 첨단 기술을 찬양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인이 겪는 디지털 시대의 폐해를 역설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6전 전시실에는 국제적으로 활동 중인 아담 펜들턴, 메리 코스, 피타코인의 작품을 포함한 대형 회화와 설치, 조각 등을 전시했다. 그중 아담 펜들턴의 <나의 구성요소들(These Elements of Me)>은 작가의 연작 중 규모가 가장 큰 작품이다. 46개의 액자로 구성된 작품은 전시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다. 흑백으로 실크스크린된 이 작품은 아프리카 조각과 마스크 이미지, 작가가 직접 쓰거나 차용한 글귀, 기하학적 도형들이 중첩되며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메리 코스의 <무제(내면의 흰색 띠들)> 작품은 전시실 한 켠에 공중에 매달려 있어 인상적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꽃들이 모여있는 것과도 같지만, 이 작품은 작가가 조화와 나뭇가지를 왁스에 담근 후 겹겹히 쌓아 올린 방식으로 제작됐다.

작품이 공중에 매달린 형태는 마치 영혼이 상승 또는 하강하는 모습이 표현됐다. 또 겉으로는 연약해 보이지만, 내부는 단단한 철골구조로 만들어졌다. 이는 여성과 같이, 겉으로는 연약하지만 내부는 강하다는 상반된 의미를 전달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겼다.

마지막으로 7전시실은 지난 1월 작고한 김창열 화백을 기리고자 특별히 마련됐다. 그의 작품 철학이 응집된 <회귀> 연작 한 작품과 더불어 육명심 작가가 촬영한 생전의 모습을 함께 전시했다.

현문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학예팀장은 "이번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에서는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소장품을 통해 동시대 작가들의 신선한 시도를 몸소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피타 코인 작가의 '무제' 작품. (사진=박은정 기자)
피타 코인 작가의 '무제' 작품. (사진=박은정 기자)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아모레퍼시픽그룹 창업자 서성환 전 회장의 예술 사랑으로 시작됐다. 서 전 회장은 직접 미술품을 수집하며 1979년 태평양박물관을 개관해 여성·화장·녹차 등과 관련한 공예품과 도자기를 전시했다. 이후 2009년 아모레퍼시픽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꾼 후 현대까지 고미술과 현대미술 등에 대한 전시와 연구·후원 등을 아낌없이 하고 있다. 

◆ 'APMA, CHAPTER THREE – FROM THE APMA COLLECTION'

•장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100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시기간 : 2021년 8월 22일(일)까지

•관람시간 : 오전 10시 ~ 오후 6시 (오후 5시 30분 티켓 발권 마감), 월요일 휴관

•입장요금 : 성인 1만1000원·학생(만 7세~18세) 및 시니어(만 65세 이상) 9000원·어린이(만 3~6세) 및 국가유공자 6000원

•문의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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