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야구단과 계약해 KBO리그 도전에 나서는 야구선수 추신수가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세계 야구단과 계약해 KBO리그 도전에 나서는 야구선수 추신수가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 추신수 선수가 16년 동안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포기하고 신세계 팀에서 뛰게 되었다.

추신수는 지난 2월25일 귀국, 경남 창원으로 이동해서 2주동안의 격리 상태에 들어갔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역대 급 기록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는, 소속팀인 텍사스 레인저스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일인당 1000달러씩(190명에게 19만 달러)을 나눠주어 이슈가 되기도 했었고, 이번에 신세계 팀에 입단할 때도 27억 원의 연봉 가운데 10억 원을 불우이웃 돕기에 쓰도록 하는 등 선행(善行)이어오고 있다.

추신수의 선행에는 추신수의 타고난 성품도 있었겠지만 고 조성옥 감독의 솔선수범의 인성교육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최근 학폭, 지도자 폭행, 성추행 등 ‘스포츠계의 어두운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추신수와 고 조성옥 감독의 관계는 마치 한편의 동화처럼 회자(膾炙)되고 있다.

◆ 추신수, 전 소속팀 상대로 회심의 홈런치고 조 감독 떠올려

지난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추신수는 혹독한 마이너리그 시절을 거쳐 2005년 시애틀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하지만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에 밀려 지난 2006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팀으로 이적했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로 이적 한 후 첫 경기에서 8번 타자로 나섰다. 

상대 팀은 추신수의 전 소속팀인 소속팀 시애틀 매리너스 팀이었고, 당대 최고의 투수 가운데 한명인 펠릭스 에르난데스를 만났다.

추신수 선수는 출루율 머신답게 첫 타석과 두 번째 타석 모두 볼넷을 골랐다. 그리고 세 번째 타석에서 쓰리 볼 노 스트라이크 이후 솔로 홈런을 터트렸고, 그 홈런이 결승타가 됐다.(1대0승), 추신수 에게는 자신을 버린 팀에 대한 통쾌한 복수전이었다.

추신수는 그 경기가 끝난 후 “나를 메이저리그로 이끌어 준 조성옥 감독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 조 감독 사망 소식 듣고 ‘인생 경기’

추신수는 2009년 7월4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프로그래시브필드 홈구장에서 막 훈련을 끝낸 후 '평생 아버지처럼 따르던 조성옥 감독'의 아들 조찬희 씨로 부터 스승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된다. 전화 저 편의 조찬희는 흐느끼기만 했다. 조 감독이 간경화로 인해 방금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추신수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경기를 포기하고 (영원한 스승 조성옥 감독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위해) 부산으로 가고 싶었다.

그러나 조 감독의 (살아생전)뜻은 오클랜드 전을 포기하고 한국(부산)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을 바랄 것이라며, 한국행을 포기하고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전에 임했다.

추신수는 그 경기에서 생애 최고의 기록을 남겼다. 연타석 홈런에 5타수4안타7타점 2홈런을 기록하며 팀의 15대2 대승을 이끌었다. 당시 클리블랜드는 5연패를 당하고 있었는데, 연패에서도 벗어났다.

추신수는 2009년 이후 해마다 7월이면 조 감독을 추모하는 달로 정해 엄청난 활약을 해오고 있다.

2010년 7월25, 26일 탬파베이를 상대로 연속해서 멀티안타를 쳐낸 뒤 28일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3안타를 쳐냈다. 2013년에도 7월 11일부터 15일까지 5경기 연속 멀티 히트를 쳐 냈다. 2015년 7월22일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의 쿠어스 필드에서 벌어진 콜로라도 로키스와 인터리그 원정경기에 7번 타자 겸 우익수로 나와 아시아 타자로는 최초로 사이클링 히트(한 게임에서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순서에 관계없이 모두 쳐낸 것)를 기록하기도 했다.

◆ 추신수, 故 조성옥 감독 영산재 지내

추신수는 부산 고 시절 조성옥 감독과 함께 전국대회 2연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조 감독은 생활이 어려운 선수들의 회비를 대신 내 주는 등, 매사에 사랑으로 제자들을 대 해준 진정한 스승이었다.

추신수는 2011년 메이저리그가 끝난 후 귀국해서, 그 해 11월 서울 구기동 자비정사에서 고(故) 조성옥 감독을 위한 영산재(靈山齋)를 지냈다. 영산재를 지내는 동안 추신수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고, 그 때 까지도 휴대폰에 고 조성옥 감독의 번호를 지우지 않고, “혹시 걸면 받아 주실까”해서 지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날 함께 자리를 했던 사람들 모두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고 조성옥 감독은 부산고와 동아대를 졸업한 후 1982년 야구 대표 팀으로 서울세계선수권대회 우승멤버였다.

조 감독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팀에서 1984년과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었다. 그 후 모교인 부산고에서 추신수와 백차승, 손아섭, 장원준, 정근우 등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조성옥 감독이 또 다른 제자 손아섭 선수는 2018년 사랑의 공동모금 회에서 주는 사랑의 골든글러브상을 받기도 했다. 손 선수는 나눔리더에 가입해 양정초, 개성중, 부산고 등 모교 후배를 포함해 야구선수를 꿈꾸는 부산지역 야구부 후배들에게 2억원 상당의 야구 용품을 지원했다.

지난 1월9일에는 부산 동래구 쇠미산을 등산하고 내려오는 길에 부상을 입은 여성 등산객을 발견하고 직접 부축해 구급대원들에게 인계하는 선행을 베풀기도 했다.

영산재가 끝난직 후 추신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감독님은 참 행복한 분이라 생각이 든다. 지인과 제자들이 진심으로 기도하고 있으니 편히 가실 것으로 생각한다. 제자들이 감독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좋은 제자들을 많이 키워냈으면 좋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근 스포츠계 안팎으로 엄청난 격변기를 맡고 있는 요즘 추신수와 고 조성옥 감독의 이야기는 불현듯 주변의 잊고 지냈던 소중한 인연들을 다시한번 상기시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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