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인수한 제주소주가 사업 5년 만에 철수한다. (사진=제주소주)
이마트가 인수한 제주소주가 사업 5년 만에 철수한다. (사진=제주소주)

[뉴시안= 박은정 기자]'돈 먹는 하마', '정용진의 아픈 손가락', '볕들날 언제쯤' 등… 지난 5년 동안 '제주소주'를 둘러싼 수많은 평가다. 신세계그룹(이마트)은 2016년 제주도를 대표하는 지역 소주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제주소주를 인수했다. 하지만 포부와 달리, 해마다 커지는 적자 늪을 해결하지 못하고 5년 만에 사업을 철수한다. 제주도 명칭을 내세워 주류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제주맥주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자회사인 제주소주는 지난 3일 임직원 설명회를 열고 사업 철수 이유와 처리 절차 등을 설명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제주소주 사업 관련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왔다"며 "수익성과 효율성을 고려해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지난 3월 3일부터 소주 생산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제주소주는 지난 2016년 신세계그룹(이마트)이 주류강화를 위해 인수한 사업이다. 대표 상품은 '푸른밤(알코올 도수 16.9도의 푸른밤 짧은밤·20.1도의 푸른밤 긴밤)'이다. 

푸른밤 소주는 일명 '정용진 소주'라고 불리며 출시 4개월 만에 300만병이 판매되기도 했다. 이마트는 ▲2017년 100억원 ▲2018년 120억원 ▲2019년 100억원 ▲2020년 100억원 등 꾸준히 과감한 투자를 강행하며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대중적인 관심이 뚝 떨어지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 실제로 제주소주 영업손실액은 2016년 19억원이었지만 2019년 141억원까지 증가했다. 2020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38억7100만원이었지만 분기순손실이 86억8900만원에 달했다.

이에 제주소주 직원들은 개별 면담을 거쳐 이마트나 와인 수입 업체 신세계엘앤비(L&B) 소속으로 옮길 예정이다. 향후 거처를 옮기게 될 임직원들은 총 70여명이다.

제주소주 생산 공장과 건물 등 유형자산에 대한 향후 처리 방안은 논의 중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설비 장치나 공장, 토지 건물 등은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되지 않았다"며 "제주소주 법인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존 자산을 활용한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수익성이 떨어진 사업에 대해 과감없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만물 잡화점 '삐에로쇼핑'과 헬스&뷰티(H&B) 스토어 '부츠' 등의 전문점의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

이가운데 신세계그룹이 맥주 시장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L&B는 2월 2일 특허청에 '렛츠'(Lets Fresh Today)라는 이름의 맥주 상표권 출원을 신청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아직 신제품 출시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다"며 "이마트의 SK와이번스 야구단 인수와 맥주 상표권 신청은 전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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