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불매를 맞고 있다. 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롯데그룹이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불매를 맞고 있다. 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뉴시안= 박은정 기자]롯데그룹이 '불매'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아 경영난을 겪었던 롯데는, 최근 일본에서도 불매운동 목소리가 제기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사건은 한 일본인이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롯데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에서 '이토 히로부미 암살장면 세트를 팔고 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트위터에 언급된 블록 장난감은 한국 장난감 회사 '옥스포드'가 지난해 안중근 의사 서거 11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제품으로 '영웅 독립군 하얼빈 의거'다. 블록은 러시아 군인들과 이토 히로부미·보좌관·독립투사 등의 캐릭터로 구성됐다. 독립투사는 안중근 의사를 의미한다.

제품 상세정보에는 '영웅 독립군 하얼빈 의거 상품은 우리나라 독립투사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사건을 연출한 상품'으로 '우리나라 독립투사의 역사적 한 장면을 그대로 연출했다'고 소개돼 있다.

이 장난감은 국내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어, 3·1절이나 8·15 광복절 등 역사 기념일에 인기가 좋다.

롯데온에서 판매 중인 '영웅 독립군 하얼빈 의사' 장난감을 두고, 일본에서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사진=롯데온 캡처)
롯데온에서 판매 중인 '영웅 독립군 하얼빈 의사' 장난감을 두고, 일본에서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사진=트위터 캡처)

해당 제품이 일본 누리꾼들 사이에서 알려지기 시작하자 항의글과 함께 롯데를 불매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일본 누리꾼들은 "롯데온은 폐쇄가 타당하다", "일본의 신용으로 장사하면서 뒤에서 일본인 살해 놀이 장난감을 태연하게 판다", "일본인을 모욕하는 장난감을 파는 롯데를 불매한다", "앞으로 롯데는 내 선택에 없다" 등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는가하면 '불매운동에 동참한다'는 누리꾼들도 눈에 띄었다.

이 제품은 롯데온에서만 판매되는 단독상품은 아니다. 현재도 쿠팡과 옥션·인터파크·G마켓·11번가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다. 다만,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롯데그룹이, 한일 간 역사적 사건을 다룬 상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구설수가 발생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온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옥스포드 상품으로, 롯데온은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몰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 韓日 문제 발생 때마다 '롯데' 타격…"애국마케팅 필요"

롯데를 향한 불매운동은 국내에서 먼저 일어났다. 

앞서 일본이 2019년 7월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배상 문제를 빌미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고 나선 이후 국내에서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당시 유니클로는 불매운동의 핵심 타깃으로 거론되며 큰 타격을 받았다. 유니클로는 2004년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그룹과 롯데쇼핑이 각각 51%, 49% 출자해 만든 합작사다.

실제로 실적 개선이 어려워지자, 유니클로 매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는 덕은 물론 한국 철수설까지 불거졌다. 불매운동 확산 전인 2019년에는 191개 매장이 운영 중이었지만 지난해 175개로 감소했다. 현재는 141개 매장만 영업 중이다.

또 아사히 맥주로 유명한 롯데아사히주류도 불매운동 여파가 컸다. 롯데아사히주류는 불매운동이 시작된 2019년, 매출이 전년 대비 50.1%(624억원) 감소한 성적표를 받았다. 영업손실은 308억원에 달했다. 이에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해 5월에 이어 올해 2월에도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하고 상황이 되버렸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은 "롯데가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애매한 포지션을 갖고 있다"며 "양국가에서 어려운 상황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롯데는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국가와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차별화된 애국마케팅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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