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경기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챔프전 5차전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청주 KB국민은행 스타즈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머쥔 삼성생명 감독과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15일 오후 경기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챔프전 5차전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청주 KB국민은행 스타즈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머쥔 삼성생명 감독과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故 이건희 회장 생존 시 삼성그룹의 스포츠에 대한 투자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막대한 투자 덕에 삼성그룹 산하 스포츠 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4연패 포함 8승, 프로축구 수원 삼성, 프로배구 삼성 화재 등이 많은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2010년대 중반 스포츠 단 운영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었다.

2014년 수원삼성과 삼성 썬더스, 삼성생명 블루밍스가 제일기획으로 편입됐다. 이듬해인 2015년엔 삼성화재 블루팡스가 뒤를 이었다. 마지막으로 제일기획 산하에 합류한 팀은 지난 2016년 삼성라이온즈였다. 제일기획으로 편입된 팀 즉 프로야구, 프로축구, 남녀 프로농구, 프로배구, 등 각 스포츠 단들이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과 팬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해서 자생력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산 규모가 점점 줄어들면서 ‘삼성’이름을 단 팀들이 각 종목에서 우승 기회를 잡지 못했다.

어제 용인체육관에서 벌어진 여자 프로농구 WKBL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삼성생명이 KB스타즈를 74대57로 대파하고 3승2패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삼성 스포츠 단이 제일기획으로 넘어간 이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그룹 산하의 스포츠 팀으로는 7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고, 삼성생명은 2006여름 시즌 이후 15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 삼성생명 정규리그 4위 팀 기적의 우승

삼성생명은 6팀 뿐 인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4위에 그쳤다. 정규리그 승률도 14승16패(0.467)에 그쳤다.

그러나 여자프로농구 WKBL이 ‘코로나 19’로 인해 올 시즌 외국선수 없이 치렀고, 4위 팀까지 플레이오프에 오르기 때문에 임근배 감독은 규정을 최대한 활용했다. 3라운드 이후에는 4위 이상의 성적이 어렵다고 보고 선수들을 로테이션 시켰고, 신인들이 경험을 쌓도록 했다. 그러나 KB스타즈는 우리은행과 정규리그 1위 다툼을 치열하게 벌이느라 체력적으로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삼성생명은 정규리그 1위 팀 우리은행과의 4강전에서 3차(2승1패)까지 치러(KB스타즈는 신한은행에 2연승)서 챔피언결정전에서 불리했지만 정규리그에서 로테이션을 하고, 신인들의 경험을 쌓게 한 것이 결국 챔피언 결정전 5차전 승부에서 체력적으로 우위를 보이게 했다.

◆ MVP는 ‘르브론 제임스’ 김한별

챔피언결정전 MVP는 김한별이 차지했다. 김한별은 기자단 MVP투표 85표 가운데 66표를 획득했다.

김한별은 이번 플레이오프 3경기, 챔피언결정전 5경기 등 모두 8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37분 37초를 뛰면서 18.5득점 8.1리바운드 5.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김한별은 1차전에서 30점, 2차전에서는 5분 연장전 경기 종료 0.8초전 극적인 결승골을 넣으며 19득점 7리바운드 9어시스트를 기록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마지막 5차전에서 22득점을 올리며 팀 우승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김한별의 원래 이름은 킴벌리 로벌슨이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혼혈선수로 2009년 삼성생명에 입단한 뒤 2011년 특별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과 김한별이라는 한국이름을 얻었다.

김한별의 별명은 르브론 제임스였는데, 이번에 별명 값을 톡톡히 한 것이다.

◆ 우승 주역 임근배 감독과 김보미 선수

이번 삼성 생명 우승은 농구 팬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우승 세리머니 이후 선수들에게 큰절을 한 임근배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과 마지막 남은 ‘한방울의 땀’까지 코트에 쏟아 부은 맏언니 김보미 선수(35)의 투혼(12점 6리바운드 1어시스트로) 등이 깊은 감동을 주었다.

임근배 감독은 “나는 숟가락 한 개 얻었을 뿐이다”라며 우승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임 감독은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인천 전자랜드와 현대 모비스 팀에서 만수(萬手)로 잘 알려진 유재학 감독과 함께 3차례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임 감독은 2015년 삼성생명 감독에 오른 이후 두 번은 챔피언결정전에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에 세 번째 도전 만에 정상에 오른 것이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김보미 선수는 “농구 쳐다보기도 싫다”는 의미 있는 고별사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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