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박은정 기자]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無窮花)'의 참 의미를 알고 있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무궁화는 '없을 무(無)·다할 궁(窮)', 즉 '끝이 없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꽃말은 '일편단심·영원함'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가들은 무궁화를 가슴에 품고 독립을 염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본은 무궁화가 우리 민족을 상징한다는 이유로 무궁화나무 대신 벚꽃을 심게 했다. 또 무궁화가 진딧물이 생긴다며 '눈의 피꽃', '부스럼꽃' 등 부정적인 인식까지 우리국민들에게 심겨줬다. 그래서일까. 슬픈 역사 속에서 국화인 무궁화의 아름다움은 점점 잊혀지내고 있다. 반면, 비약적인 표현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이유로 우리들은 매년 봄마다 벚꽃에 열광하고 있는 건 아닐까.
본지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한 무궁화의 가치를 알리고자 앞장서고 있는 김미정 라피움 무궁화식품연구소 대표를 만나 식재료로써의 무궁무진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나라 꽃 무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역사 속 약재였던 무궁화, 꽃차로 재탄생
김미정 대표는 전통식문화 전공자다. 그녀는 석사논문 주제로 새로운 토종식품을 찾던 중 '무궁화를 먹었다'는 역사적 기록을 발견하며 무궁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실제로 무궁화는 한의학 고문헌에 총 148회 언급될 정도로 귀한 약재로 사용돼 왔다.
"무궁화를 먹는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그래서 천안까지 가서 무궁화를 직접 구해 맛봤죠. 무궁화의 아름다운 색과 은은한 맛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를 계기로 무궁화를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연구하면 할수록 무궁화가 정말 좋은 식용 소재이고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무궁화를 식품으로 가공해 사람들에게 알려보자'는 마음으로 무궁화를 사용한 식품을 만들게 됐어요."
김 대표의 도전은 정부도 도왔다. 마침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무궁화를 식품원료로 인정해 식품으로도 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녀는 무궁화 식품 개발에 열을 가하기 시작했다.
첫 도전작은 무궁화 꽃차였다. 김 대표는 최상의 상품을 만들고자 충청도에 있는 무궁화 농장과 계약하며 무궁화 공수에 나섰다. 이어 무궁화꽃이 은은하고 단맛을 가졌지만 건조와 가공 과정을 거치면 향과 맛이 약해진다는 것을 고려해 유자와 한라봉, 히비스커스 등의 재료를 블랜딩해 최대한 무궁화꽃의 향을 재현하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탄생한 무궁화 꽃차 '무궁화다'는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은은하면서도 달콤한 맛과, 붉은 색감은 마치 무궁화꽃의 아름다움을 나타내 미각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상품 패키지에 태극무늬와 무궁화를 담아내 선물용으로도 많이 판매된다.
"무궁화 꽃차가 다소 생소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았어요. 장년층은 무궁화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많이 반가워하세요. 무궁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분들은 '무궁화꽃이 식용으로 가능하냐'며 물어보기도 하시죠. 그럴 때마다 무궁화의 효능에 대해 설명해드리고 있어요. 젊은층은 '너무 예쁘다'며 '이게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냐'고 물어봐요. 무궁화다 제품을 통해 무궁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 소비자들이 뿌듯함을 느끼고 있어요."
◆ 무궁화, 식재로써 소중한 문화유산 대중화 꿈꾼다
라피움 무궁화식품연구소는 무궁화다를 이용한 에이드, 아이스티 등의 제조법을 고민하고 있다. 또 신제품으로 무궁화 초코 프로틴볼과 무궁화청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소비자들에게도 더 가까이 다가간다. 연구소는 올 상반기 대방역에 위치한 여성창업공간 스페이스 살림으로 새로운 둥지를 튼다. 이 곳에서 매장도 오픈하며 고객과 직접적인 소통에 나선다. 끝으로 김미정 대표는 누구나 안전하게 무궁화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전에는 유통채널을 확보하지 못해 제품 출시가 빠르지 못했어요. 이제는 매장을 통해 고객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더 색다른 제품들을 선보이려고 해요.무궁화를 식용한다는 것은 우리가 가진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무궁화가 식용 소재로 대중화되면 좋겠어요. 이를 위해 라피움 무궁화식품연구소는 누구나 무궁화를 안전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