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택시 기사들이 운행하는 코액터스의 고요한 택시 (사진=고요한 택시)

[뉴시안= 조현선 기자]지난해, 유튜브에 공개된 한 다큐멘터리 영상이 화제가 됐다. 서울시 1호 청각장애인 택시기사인 이대호 씨의 '조용한 택시'가 그 주인공이다. 

조용한 택시는 운전자가 알아야 하는 여러 청각 정보를 알고리즘을 통해 시각화해 전방표시장치(HUD)로 노출하고 운전대에는 진동과 빛을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 사이렌과 일반 자동차의 경적까지 HUD에 접근하는 방향 정보와 함께 표시해 준다. 또 운전대를 통해 진동과 여러 색상의 LED를 통해 느낄 수 있으며, 후진시 들리는 경고음도 HUD와 운전대 진동 감도로 전해진다.  

보통의 청각장애인들은 운전 중 소리를 듣지 못해 다른 운전자와 오해가 생기는 일이 잦았다. 청각 대신 시각에 의지하는 탓에 집중도가 높아져 무리를 겪는다. 이런 그를 대신해 보이고, 느낄 수 있도는 비서를 선물한 셈이다. 

들리지 않는 불편함은 더이상 남얘기가 아니다. 최근 전 연령대에서 소음성 난청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준 중학교 1학년 중 18%가, 고등학교 1학년 중 17%가 난청 환자란다.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꼽히며 먼 얘기로 여겨지던 때와 달라졌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생활화가 자리 잡으면서 그간 난청을 자각하지 못했던 이들이 상대의 입모양과 표정이 보이지 않자 문제가 있음을 느끼고 그제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아졌단다. 청각 장애가 언젠가 내 얘기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해당 영상이 공개되자 청각장애인도 안전한 운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실제로 청각 장애인의 시야는 비장애인보다 1.5배 넓다. 이들의 교통사고 발생율이 0.012%에 불과하다. 단순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괜한 우려를 해 왔던 스스로를 반성하고, 미안해하며, 그들을 응원하는 반응이 줄을 지었다.

헬렌 켈러는 보이지 않는 것은 사물과의 단절을 뜻하지만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주위와의 단절을 의미한다고 했다. 언젠가 내 얘기가 될지도 모르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당신이 모르는 사이, 이보다 한 발 앞섰던 스타트업이 있다. 사회적기업 코액터스는 지난 2019년 '고요한택시' 앱(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고요한택시는 차량 내에 비치된 두 대의 태블릿을 통해 승객과 기사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승객에게는 고요한택시 기사라는 것을 알리고, 목적지를 입력하면 기사에게 전해진다.  

몸이 좋지 않거나, 기분이 좋지 않거나. 혹은 그냥 침묵이 필요하거나. 택시 기사님들과의 수다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겐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윈윈'인 셈이다. 실제 이용자들 중 대다수가 "비장애인 기사님보다 더 평안한 운행을 선사해 주셨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서울시와 경기도 장애인 지원센터와의 연계를 통해 택시 면허 취득을 돕고, 서비스 활용 방식 등에 대해서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관련 협회를 통해 기사 양성을 지원해 자립을 돕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내 택시기사님께 약 5개월여 간 소정의 지원금과 휴가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완전한 정착까지 돕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서울 지역 내에서는 지난해 SK텔레콤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고요한 M(모빌리티)'을 운행 중이다. 전 차량에 청각 장애를 가진 기사님들을 위한 첨단 지원 시스템(ADAS)과 T케어 스마트워치를 연계한 시스템을 탑재해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기사의 범죄이력 여부 확인은 물론이고 검증된 드라이버를 직접 고용해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듣지 못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은 여러 곳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KT는 지난해 '목소리 찾기' 프로젝트를 통해 청력 또는 목소리를 잃은 이들을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의 개인화 음성합성기술(P-TTS)을 통해 목소리를 만들어줬다.

LG유플러스은 목소리를 대신 전해주고 있다. 이들에게 전화를 걸면 "청각장애를 가진 고객님의 휴대전화입니다. 문자로 연락 부탁드립니다"라는 통화연결음이 제공된다. 그동안 청각장애인들은 음성 전화 수신 시 주변 사람을 통하거나, 전화거절 문자 후 영상통화를 통해 수화로 소통해 왔다. 

아틀라스랩스가 출시한 인공지능(AI) 전화 '스위치'는 실시간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동시에 문자로 기록해 보여준다. 지인의 목소리를 들을 순 없어도 문자 기록을 확인해 원활한 의사소통을 가능케 했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한다는 말을 근 30년 넘게 듣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그렸던 미래와는 다른 현실에서, 언젠가 이들이 사람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밀려온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건 간혹 차가운 기계들이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는 사실이다. 사람을 위한, '찐~' ICT가 반가운 이유다. 

어디에서도 소외되는 이 없이 더불어 함께 사는 곳. 세상 모든 기술의 종착지가 그곳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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