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왼쪽)이 25일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일본의 축구 한일전 친선경기에 선발 출전해 공을 다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동준(왼쪽)이 25일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일본의 축구 한일전 친선경기에 선발 출전해 공을 다투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 한국 축구가 일본에 2011년 삿포로에 이어 10년 만에 요코하마에서도 참패를 당했다. 이제 한·일 축구는 '서울 참사', '도쿄 참사' 등 경기하는 장소마다 한국축구의 참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0년 전 ‘삿포로 참사' 당시에는 경기 내용 면에서 뒤지지 않았지만, 이번 요코하마 참패는 경기 내용 면에서도 완벽하게 뒤졌다.

이강인을 원톱으로 한 사실상 ‘제로 톱’ 포메이션도, 볼을 빼앗기는 순간 공격진부터 미드필더, 수비까지 유기적인 압박을 가해 오는 일본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롱 볼(사실상 X볼)에 의존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전술도 실패했다.

반면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세계리그에서 수비가 가장 강한 이탈리아 세리에 A리그에서 뛰는 삼프도리아팀의 요시다 마야와 볼로냐팀의 도미야스 다케히로 2명의 수비수로 축구의 생명인 중앙 수비를 단단히 한 후 볼을 빼앗기면 공격수부터 바로 수비로 전향하는 전방 압박, 볼을 빼앗으면 5~6명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상대 팀 보다 숫자상으로 우위를 보이는 공격축구를 내세워 한국축구를 압도했다.

한국, '운 좋게' 3골만 허용

한국이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0대3으로 완패를 당했다.

만약 일본이 30일 일본의 치마 후쿠다덴시 아레나에서 치러질 몽골과의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전반전처럼 후반전에도 총력전을 폈었다면 5골 차이도 가능했다.

한국은 전반 16분 야마네 미키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김영권과 나상호가 서로 미루다가 슈팅을 허용했다.

전반 27분에는 일본의 역습에 당했다. 가마다 다이치가 미들필드 진영에서 공을 잡아 전진하다가 김영권을 앞에 두고 강력한 슈팅을 날렸다.

후반 37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엔도 와타루에게 헤딩 쐐기 골을 허용했다. 코너킥을 허용했을 때는 대인 마크를 해야 하는데, 엔도 와타루 선수를 놓아주는 바람에 자유롭게 헤딩을 하도록 했다.

전체적으로 경기 내용은 3대7 정도로 일본이 압도했다.

한국은 전반 슈팅 1개, 경기를 통해 유효슈팅 1개밖에 기록하지 못했고, 일본은 한국 골키퍼들의 슈퍼세이브까지 포함해서 6골 정도의 완벽한 득점 찬스가 있었다.

한국선수가 일본선수 보다 더 나은 점은 한국어를 잘한다는 것뿐

어제 한·일 축구는 한국이 일본에 전술, 전략은 물론 패스워크, 조직력, 스피드, 골키퍼 위치선정. 심지어 한국축구의 상징인 투지까지 뒤졌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한국 선수들이 일본 선수들보다 나은 것은 한국말을 더 잘한다는 것뿐이었다.

일본 축구는 ‘탈 아시아 수준’으로 인정을 해 주어야 한다.

일본은 세계축구의 정상 프랑스, 브라질, 독일, 벨기에 등과 만나더라도 경기 결과는 차지하더라도 점유율에서는 조금도 뒤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한 벨기에와 16강전에서 전반전을 압도하면서 2대0으로 앞서다가, 후반전에 지키는 축구를 하지 않고 ‘닥 공’ 축구를 하다가 2대3으로 역전패를 당했는데, 당시 러시아 월드컵을 취재한 기자들은 일본이 벨기에에 역전패당한 경기를 가장 아쉬운 경기로 꼽기도 했다.

한국축구, 일본축구 넘어서려면 좀 더 거칠게 해야

그렇다면 한국축구는 어떻게 일본을 넘어설 수 있을까?

어제 경기 후반전 2~30분 사이 어느 정도 해법이 나와 있다. 한국은 양쪽 사이드 풀백과 공격수들의 유기적인 플레이로 일본진영 빈 곳을 파고들며 슈팅 찬스를 만들려고 노력했고, 상대의 역습을 재치 있게 반칙으로 끊으며 일본의 장점인 패스플레이와 역습을 무력화시키며 잠시 경기를 지배했지만 골까지 연결하지는 못했다.

이제 앞으로 한국축구가 일본축구를 상대할 때는 좀 더 강력한 투지와 카드를 받지 않을 정도의 재치 있는 반칙 그리고 압박을 풀 수 있는 창조적이고 지능적인 ‘탈압박 축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어제 경기까지 일본에 80전 42승 23무 15패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 기록은 과거일 뿐 현재의 한, 일 축구 수준은 손흥민, 황희찬, 황의조, 이재성, 황인범, 권창훈, 김민재, 김진수 등이 모두 출전을 해서 ‘베스트 11’을 꾸린다고 해도 강한 전방 압박과 단단한 수비를 내세우는 일본을 이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의 모리야스 감독은 “한국의 세계적인 선수(손흥민)들이 가세하면 또 다른 팀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에 대한 복안도 있다는 말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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