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이 계열사와 친족기업에게 몰아주단 구내식당 일감을 개방하기로 선언했다. (사진=삼성웰스토리)
대기업 집단이 계열사와 친족기업에게 몰아주단 구내식당 일감을 개방하기로 선언했다. (사진=삼성웰스토리)

[뉴시안= 박은정 기자]지난 25년간 대기업 집단이 쥐고 있던 '단체급식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주요 대기업 집단이 그동안 계열사와 친족 기업에게 주던 단체급식 일감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8개 대기업 집단(삼성전자·현대자동차·LG·현대중공업·신세계·CJ·LS·현대백화점) CEO들과 만나 '단체급식 일감개방 선포식'을 열고, 계열사와 친족기업에 몰아주던 구내식당 일감을 외부에 개방하기로 했다.

그동안 단체급식 시장은 대기업 집단 계열사를 중심으로 독과점화돼,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 때문에 해마다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2019년 기준 단체급식 시장은 ▲삼성웰스토리(28.5%) ▲아워홈(17.9%) ▲현대그린푸드(14.7%) ▲CJ프레시웨이(10.9%) ▲신세계푸드(7%) 등 상위 5개 업체가 전체 시장(4조3000억원)의 80%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어 상위 3개 업체의 경우 계열사와 친족 기업과의 수의계약을 통해 일감을 확보하면서 단체급식 60%이상 시장을 장악했다. 이같은 거래관행은 약 25년 동안 지속돼 왔다.

실제로 삼성웰스토리는 삼성에버랜드의 급식·식자재 유통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 해 설립된 회사로,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 등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로 업계 1위에 올랐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현대백화점 등 현대그룹의 단체급식 일감을 차지해왔다. 

이에 '단체급식 일감개방'을 선포한 LG는 전면개방 원칙 아래 그룹 내 단체급식 일감을 순차적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CJ도 65% 이상을 개방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였다. 기업들은 기숙사와 연구소 등 소규모 시설들을 대상으로 일감을 개방한 후, 대규모 사업장까지 점차 확대하기로 했다.

대기업 계열사지만 단체급식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그리 크지 않은 급식 업체는 환영하는 입장이다.

CJ프레시웨이(매출액 비중 10.9%) 홍보팀 관계자는 "단체급식 시장의 문이 열리게 된 계기"라며 "본사 차원에서는 기회를 얻었다고 보고 있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풀무원푸드앤컬처(매출액 비중 5.1%) 관계자도 "기업의 규모마다 입장은 다르겠지만 본사는 긍정적으로 바라본다"고 말했다.

이는 기업지배구조 차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엄상열 기업지배구조개선 연구소 네비스닥 이사는 "공개입찰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우수한 업체를 선정하게 된다면 직원들에게도 좋고, 나아가 회사 차원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기업지배구조가 성숙하게 변화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라며 "단체급식 시장이 바뀔 정도면, 향후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도 기업들이 자정의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소 급식업체 한 관계자는 "계열사와 친족기업에 몰아주던 구내식당 일감을 외부에 개방하는 것은 좋지만, 과도한 경쟁입찰로 인해 서비스품질이 떨어질 것이 우려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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