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내 서랍'(좌측)과 카카오톡의 '지갑' 서비스 (사진=조현선 기자/카카오톡)

[뉴시안= 조현선 기자] 지갑이 귀찮아졌다. 정부가 주도했던 '현금 없는 사회'에 코로나가 힘을 보탰지만,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한 신분증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시대로의 전환과 '일상의 디지털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카카오와 네이버의 '디지털 지갑'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카카오톡은 지난해 12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인증서, 신분증, 자격증 등을 보관·관리할 수 있는 '지갑' 서비스를 내놨다. 

언제든 국세청 홈택스, 행정안전부24 서비스에 민간인증서로 로그인할 수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국가기술 자격증 495종도 필요하다면 언제든 꺼내 볼 수 있고, 신분증과 운전면허증까지 대체한다. 모두 카카오톡의 지갑이 해 주는 일이다.

카카오 지갑은 공인인증서가 독점적 지위를 잃은 시점에서 연말정산을 거쳐오면서 이용자를 대거 유치했다. 지난 4일 기준 카카오톡 지갑을 통해 카카오 인증서를 발급한 이용자 수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출시 3개월여 만의 기록으로 민간 인증 서비스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지난 2021년 1월부터 약 4개월간 국세청 홈택스와 정부 기관 홈페이지 등에 간편 인증 로그인을 한 횟수는 총 1600만 건에 이른다. 하반기에는 모바일에서도 카카오 인증서를 통해 로그인할 수 있게 된다. 

또 공인중개사·공인노무사·사회복지사 등 국가전문자격증을 비롯해 컴퓨터활용능력·워드프로세서 등 대한상공회의소 자격증도 추가한다. 

순항을 시작한 카카오는 곧 카카오톡 더보기 탭에 '지갑 홈'을 추가하는 등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곧 지갑 홈에서 자격증과 QR 체크인 등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최근 카카오 인증서를 사용했던 기록과 관련 프로모션도 한 데에 모아 편의성을 높인다.

또 파트너 확대를 통해 자격 증명 서비스의 활용 분야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현재 카카오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 중인 스마트폰 무선 통신(NFC/BLE)을 활용한 출입문 열기나 복합기 이용 등의 기능도 연내 외부에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카카오와 함께 양대 포털로 불리는 네이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네이버는 이달 중순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개편을 통해 '내 서랍' 기능을 전면에 내세워 맞서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UI(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따르면 네이버 서랍은 모바일 앱 첫 화면의 최상단 우측에서 서랍 모양 아이콘을 통해 이용할 수 있었다. '알림' 서비스를 주로 제공해 주요 기능은 서랍 상단에 작은 글씨로 표기된 게 전부였다.

네이버 서랍은 이용자가 생활 속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모두 모았다. 인증서와 자격증, QR 체크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결제도 가능하다. 

기존 UI(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따르면 네이버 서랍은 모바일 앱 첫 화면의 최상단 우측에서 서랍 모양 아이콘을 통해 이용할 수 있었다. '알림' 서비스를 주로 제공했다. 

그러나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알림 서비스는 별도 메뉴로 마련하고, QR 체크인을 포함한 인증서·자격증 등을 제공하는 개인화된 공간으로 바꾼다. 메일, Keep 서비스는 화면 왼쪽의 메뉴로 통합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폭풍 성장을 지켜본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해 3월 네이버 인증서를 선보인 이후 약 2달여 뒤인 5월께 서랍 기능을 선보였다. 네이버 인증서 발급자는 올해 2월 기준 400만명을 돌파했다. 카카오 인증서 출시 첫 달에만 발급 건수 500만건을 돌파했던 것을 비교하면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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