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올해 7월 개막하는 2020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6일 밝혔다. 북한 당국은 체육성이 운영하는 '조선체육' 홈페이지에 "조선 올림픽위원회는 악성 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김일국 북한 체육상이 평양에서 열린 올림픽위원회 회의 중 연설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북한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올해 7월 개막하는 2020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6일 밝혔다. 북한 당국은 체육성이 운영하는 '조선체육' 홈페이지에 "조선 올림픽위원회는 악성 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김일국 북한 체육상이 평양에서 열린 올림픽위원회 회의 중 연설하는 모습. (사진=AP/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일본의 공영방송 NHK가 지난 4월 6일 “북한의 체육성이 웹 사이트에 지난 3월 25일 평양에서 열린 ‘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이번 여름에 열릴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을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를 하면서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북한은 ‘코로나19’로부터 선수들을 지키기 위해서 도쿄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 것이라며 불참 이유를 덧붙였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왕래를 엄격하게 통제해 국내에 ‘코로나 19’ 감염자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이 ‘코로나 19’로부터 북한 선수 보호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왜 하필 올림픽 개막을 3개월 여나 남겨둔 지금 시점이냐는 의문이 든다.

북한체육의 최고기구인 ‘국가체육지도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결정되었다는 것은 뭔가 설득력이 떨어진다.

북한의 국가체육지도위원회는 2012년 11월 4일, 김정은의 지시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 회의에서 군과 정은 물론 당까지 아우르는 막강한 기구로 탄생했다. 단지 체육 분야 기구인데도 발족 당시 초대 위원장이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었고, 부위원장엔 로두철 내각 부총리와 최부일 인민군 부 총참모장과 리영수 당 근로단체 부장이 임명됐다.

◆ 김정은의 지시로 결정된 듯

국가체육지도위원회가 북한의 최고권력기구인 국무위원회 산하 인민무력성에 버금갈 정도의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는데, 이번 도쿄올림픽 불참에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도쿄올림픽 불참이) 김정은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도쿄올림픽을 3개월여나 앞두고 북한의 불참을 선언한 것은 미·일 회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오는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정세를 협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오래전부터 내부적으로 도쿄올림픽 불참을 정해 놓고 있다가,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세계에서 가장 먼저 불참을 선언하면 극적인 효과가 더 있을 것이라고 본 것 같다.

◆ 북한 체육인들의 꿈도 올림픽

올림픽에 선수를 내보내려면, 선수단 모두에게 백신 주사를 맞게 하거나, 보름 동안 격리를 시키면 안전하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도쿄올림픽 불참 결정으로 올림픽에 도전하려는 선수들의 꿈을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올림픽 출전은 전 세계 모든 선수의 마지막 꿈의 무대이다. 북한도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아시안게임 금메달 에게는 ‘공훈 체육인’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금메달 에게는 ‘인민 체육인’ 의 칭호를 붙여주며 부와 권력을 누리게 해준다.

여자 마라토너 정성옥은 ‘공화국 영웅’으로 까지 신분이 치솟았다.

공화국 영웅은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영웅’의 약칭으로 당과 국가에 막대한 공을 세우고 대중적 영웅주의와 애국주의를 보여준 자에게 수여되는 최상급의 명예 칭호로 김일성은 4번 받았고, 김정일도 1982년 2월 16일 40세 생일에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다.

김정일은 1999년 세비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한 정성옥에게 ‘공화국 영웅’ 칭호를 주면서 평양에 45평 아파트, 고급 외제승용차, 평생 연금 지급과 함께 이례적으로 5만 달러의 우승상금도 개인이 갖도록 했다.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 선언으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상상을 초월한 노력을 한 선수들의 꿈도 모두 날아가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올림픽을 계기로 정체된 북미교섭과 남북관계의 진전을 모색해왔던 한국과 미국의 체육 정책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로 볼 때는 이번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이 다른 나라들의 ‘도쿄올림픽 불참’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코로나 19’ 등으로 도쿄올림픽 출전이 껄끄럽지만, 일본과 국제올림픽위원회 즉 IOC의 눈치를 봐야 했었던 일부 국가들이 잇따라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더스틴 존슨, 개인 최초 불참 선언

개인적으로는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미국의 더스틴 존슨이 가장 먼저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존슨은 지난 3월 25일,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 인근 TPC 소그래스에서 올림픽 불참 의사를 밝혔다.

당시 존슨은 “올림픽도 중요하지만, 올림픽 전후로 다른 중요한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도쿄올림픽) 참가가 어렵다. 도쿄를 오가는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에너지 소모도 너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PGA, 즉 남자프로골프 대회 일정이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7~8월 상이 일정이 빡빡하기는 하다.

올림픽이 끝난 바로 다음 주일에 월드 골프 챔피언십이 벌어지고, 월드 골프 챔피언십 2주 뒤에는 페덱스 컵 플레이오프가 열린다. 또한 올림픽이 열리기 직전인 7월15일(~19일까지)에는 US 오픈 대회가 열린다.

남녀 골프선수들은 국가별 공식 세계 골프 랭킹(OWGR) 상위 4명(15위 이내)의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한국의 여자, 미국의 남자 선수들은 세계랭킹 15위 이내에 4명의 선수가 들어 있어서 4명까지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에도 한국은 세계랭킹 15위 이내 박인비 등 4명이 모두 출전했지만, 미국 남자 골프 최상위 선수들은 대회에 불참했다. 대부분의 미국 골프 선수들은 올림픽(명예)보다는 메이저 대회(달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미국 남자골프 선수들의 도쿄올림픽 불참이 ‘코로나 19’로 올림픽 출전을 망설이는 다른 나라 다른 종목의 선수들에게 ‘올림픽 불참’의 빌미를 줄 가능성이 있어 제2의 더스틴 존슨이 줄줄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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