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LG유플러스 대리점 내 LG전자 스마트폰 진열대 (사진=조현선 기자)

[뉴시안= 조현선 기자]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발표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20년 넘게 이어온 휴대폰 역사의 종지부를 위해 달려가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LG전자는 5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7월 31일부로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부문의 생산 및 판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는 쌓여있는 재고다. 지난 9일 LG유플러스는 LG전자의 LTE 보급형 스마트폰 'LG Q61'의 공시지원금을 최대 32만1000원으로 상향했다. 해당 모델은 출고가가 36만9600원이며, 추가지원금(4만8150) 지원 시 실제 구매가는 450원까지 떨어져 사실상 공짜폰이 되는 셈이다.

플래그십 모델의 상황도 비슷하다. 앞서 올 초에는 'LG V50 씽큐'의 출고가(75만2000원)를 뛰어넘는 최대 84만원 가량의 지원금(공시지원금, 추가지원금 합산)을 지급하기도 했다. LG 벨벳, LG Q92도 마찬가지다. LG 윙의 공시지원금도 대폭 인상돼 실구매가는 40만~50만원까지 떨어졌다.

해외 시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LG전자는 현재 미국, 인도 등에서 플래그십 뿐만 아니라 보급형 제품 등 전 라인업에 걸쳐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플래그십 제품으로서는 이례적인 할인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터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약 1억4500만대 수준으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꼽힌다.

이통사가 LG전자 스마트폰에 대해 마케팅 지원을 확대할 경우 재고 소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오는 5월을 기점으로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으나, 이통사에 풀린 물량은 이미 상당수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LG 스마트폰 철수설이 나온 1~2월부터 이미 재고 소진 계획을 실행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선언한 만큼 불확실성이 강한 상황에서 굳이 LG폰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국 일부 대리점에서는 삼성전자의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1 시리즈 개통 고객에게 갤럭시 버즈 라이브, 갤럭시 워치 할인권 등을 제공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면, LG폰은 관련 행사도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고질병으로 불리던 가격 경쟁력조차 삼성전자에 밀리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일부 언론의 보도 등을 통해 높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LG폰의 재고 소진에 나선다는 것과는 다른 반응도 이어졌다.

실제로 서울 용산 전자상가에서 만난 이동통신사 대리점 직원 A 씨는 "사업 철수를 전후로 LG폰에 대한 공시지원금이 확대된 부분은 있으나 워낙  비싼 편은 아니라 체감되는 부분은 없다"며 "현장에서도 싸다는 이유로 LG폰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기존 고객들 달래기에도 나섰다. 사업 종료 소식이 알려지자 LG폰 이용 고객들은 "롤러블까지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길 잃은 강아지가 돼버렸다"며 실망과 아쉬움을 표현하는 반면, 이용 편의성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LG전자는 오는 사업 종료와 무관하게 기존 사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후 지원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 지원 기간을 프리미엄 모델 2년→3년, 일부 보급형 모델 1년→2년으로 각각 1년씩 연장했다. 대상은 2019년 이후 출시 모델로 제한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출시된 LG 벨벳, LG 윙은 오는 2023년까지 업데이트를 지원한다. 이미 한 차례 업그레이드를 진행한 LG V50S·V50·G8·Q31·Q52·Q92 등은 2022년까지다.

또 LG폰에 대한 AS를 제품 최종 제조일로부터 최소 4년간 지원 조건을 내걸었다. LG폰 이용자는 사업 종료 이후에도 전국 120여개 서비스를 통해 수리를 받을 수 있다. 

LG전자의 간편 결제 서비스인 LG페이도 사업 종료 후 최소 3년간 유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사후 서비스를 약속했지만, 기존 고객들은 사업 철수 후 상대적으로 지원이 부족해졌다고 느낄 수 있다"며 "그러나 LG전자가 그동안 사업 철수, 레인보우·롤러블 출시 등에 떠밀려 개발이 지체됐던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사업 종료 후 최신 OS 개발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국계 신용평가사들은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밝힌 LG전자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12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LG전자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한 단계 상향한 'BBB'로 조정했다.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누적 영업 적자만 5조원에 달하는 MC사업본부 철수를 기점으로 LG전자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