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야경. (사진=뉴시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야경. (사진=뉴시스)

[뉴시안= 정창규 기자] 국내 금융사들이 ESG채권을 앞다퉈 발행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주요 금융사의 ESG 채권 발행 규모는 작년치를 훌쩍 뛰어 넘을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ESG 열풍 속 ESG 채권이 흥행보증 수표로 떠오를 양상이다. 

실제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1년 3월 장외채권시장동향'에서 3월 ESG채권은 전월 대비 2000억원 증가해 총 7조9423억원이 발행됐다. 금융사들이 ESG채권을 발행하는 이유는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적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다양한 외화자금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실리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ESG란 환경·사회·지배구조(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를 뜻하는 단어로 투자 의사 결정 시 사회적 책임이나 지속 가능성의 관점을 강조하거나,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기업의 지배구조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투자 철학을 말한다.

국내 ESG 채권은 2013년 수출입은행이 5억 달러 녹색채권을 발행하면서 국내에 소개됐다. 이후 2018년 5월 산업은행이 3000억원의 녹색채권을 발행하며 ESG원화채권이 시작됐다. 그 해 신한은행이 2000억원의 원화 녹색채권을 금융권 최초로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ESG채권의 종류도 초기 녹색채권에서 사회적 채권, 지속가능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 하나카드, 1000억 규모 ESG 채권 발행

지난 2월 하나카드는 하나금융그룹의 ESG 가치 경영 강화에 발맞춰 중소–영세 가맹점 금융지원 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이번 ESG 채권은 연기금, 금융권, ESG 펀드 등 국내 ESG 채권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3년만기 700억원 ▲4.5년만기 300억원 등 총 1000억원 규모로 2020년 11월 첫 ESG 채권 2000억원을 발행한 이후 3개월만의 2차 발행이다.

하나카드는 이번 ESG 채권을 전액 3년 이상 장기 사채로 발행함으로써 ▲중소–영세 가맹점 금융 지원 ▲재난/재해 피해 고객 등 취약계층 금융 지원 ▲향후 친환경/신재생에너지 관련 스타트업 기업 지원 프로젝트 등 사회 가치 창출을 위한 안정적인 자금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하나카드의 금번 2차 ESG 채권 발행은 작년 11월 1차 발행에 이어 지속적으로 하나금융그룹의 ESG 경영에 동참하기 위한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며 "올해안에 추가 ESG 채권 발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공익 창출과 사업 다각화를 도모하고 향후 하나카드의 ESG 경영을 지속 성장시켜 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 IBK캐피탈, 2000억원 규모 ESG 채권 발행

IBK캐피탈은 14일 2000억원 규모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채권을 발행했다.

조달된 자금은 탄소중립·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친환경 프로젝트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등에 사용될 예정으로, 채권 발행금리는 민평 대비 3~10bp 낮아 조달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 장기물 위주의 채권 발행에도 성공하여 전략적 목적사업에 대한 실효성 있는 자금 운용 또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채권 발행에는 기술보증기금 등 국내 주요 ESG 투자자들이 다수 참여하며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회사의 우수한 사업 펀더멘탈 및 지속경영에 대한 가능성을 채권 발행시장 내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 신한캐피탈, ESG 채권 3500억원 발행

신한캐피탈은 12일 ESG채권(지속가능채권)을 3500억원 발행했다.

신한캐피탈은 신한금융그룹의 ESG 경영 전략에 발맞춰 이번에 발행한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서민주택 공급, 신재생에너지 사업, 스타트업·사회적 기업 등에 투자자금 용도로 사용할 예정이다.

신한캐피탈의 이 분야에 대한 자금집행 실적은 2019년 1712억원, 2020년 3352억원이며 ESG채권 누적발행액은 7500억원으로 캐피탈 업권 최대 규모이다. 이번 채권은 신한금융의 ‘ESG 원칙’의 일환으로 발행됐으며, 앞으로도 ESG경영 원칙에 따라 ESG 관련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신한캐피탈은 지난해 11월 그룹의 친환경 전략인 ‘Zero Carbon Drive’ 선언 이후 TF에 참여해 ESG관련 여신·투자에 대한 심사체계를 수립하고 이를 최종 의사결정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신금투, 1000억원 규모 ESG 채권 발행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6일 10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이번에 발행한 채권은 만기 3년, 금리 1.5%로 녹색사업과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분야에 투자된다. 신한금융투자는 ESG채권발행을 위해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ESG채권 관리체계 사전인증을 받았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019년 환경경영체계 인증(ISO14001)을 획득하고 업무용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하거나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등 이산화탄소 감축에 동참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ESG 체계를 ‘친환경’, ‘상생’, ‘신뢰’ 세가지 방향으로 정하고 다양한 ESG 및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도 이에 발맞춰 국내외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금융자문 및 투자를 확대하고 신한금융그룹의 ‘N.E.O Prjoect’와 연계해 혁신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 BNK경남은행, ESG채권 1000억원 발행

BNK경남은행은 지난 12일 1000억원 규모 ESG채권(사회적채권, Social Bonds)을 발행했다.

BNK경남은행은 최근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등의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ESG채권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이어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사회적채권 평가를 받아 최고 등급인 ‘SB1’ 인증을 획득하고 ESG채권을 발행했다.

BNK경남은행은 ESG채권 중 사회적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중소기업·벤처기업·사회적기업 금융서비스 등에 지원할 계획이다.

◆ 제주銀, ESG채로 3년만에 공모채 시장 복귀

제주은행은 ESG 채권의 일종인 사회적 채권(Social Bond)을 발행하면서 3년 만에 공모채 시장에 복귀한다.

제주은행은 오는 26일 3년 단일물로 1500억원 규모의 사회적 채권을 발행할 계획으로, 대표주관사는 메리츠종금증권이 맡았다.

제주은행은 2012년부터 200~5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해왔다. 1000억원 이상의 공모채 발행과 사회적 채권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행 조건 및 금리 등은 15일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제주은행의 장기 신용등급은 AA+(안정적)이다. 

제주은행은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조달 목적이 정해진 사회적 채권을 발행하는 만큼 사회가치 창출분야 지원에 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제주지역 저신용자 및 중소기업 대출 등 코로나19로 관련 금융지원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제주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장기적인 상승기에 접어들어 조달 금리를 낮추기 위해 발행량을 늘린 것"이라며 "하반기 금리 상승을 대비해 대규모 발행을 결정한 만큼 올해 추가적인 공모채 발행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제주은행은 수요예측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제주 경제가 지난해보다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3년만에 공모채 시장에 나온 만큼 시장의 주목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ESG채권에 대한 기틀이 자리 잡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우려가 지적되기도 하지만, ESG채권 발행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올해는 문재인 정부의 뉴딜정책과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녹색경제로 녹색채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ESG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친환경, 사회적 책임 등 관련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등 사업구조를 다각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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