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오피스. (사진=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오피스. (사진=카카오뱅크)

[뉴시안= 임성원 기자]액변분할로 또 다른 변화를 꾀한 카카오가 15일 거래를 재개한 가운데, 코스피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는 단숨에 10% 이내로 급등했고, 시가총액도 53조원을 넘어서며 현대차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제치고 6위에 안착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날 개장 때 액면분할 가격(11만1600원)보다 9500원(8.48%) 오른 12만1500원에 액면분할 후 첫 거래를 시작했다. 개장 후 5분만에 13만원을 돌파하며 장중 18%대까지 상승 폭을 보이기도 했다.

카카오는 이날 5대 1 액면분할 방식으로 주식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쪼개는 분할(1주→5주)을 진행해 재상장했다. 액변분할을 앞두고 지난 12일부터 사흘 동안에는 거래가 중지된 바 있다.

액면분할은 회사가 자본금 증자 없이 기존 주식의 액면가를 낮춰 총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를 경우 거래량 감소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거래 장벽을 낮춘 '국민주'로 불리기도 한다.

카카오는 거래 중지 전 지난 9일 종가 기준 카카오 1주당 가격이 55만8000원이었으나, 이번 조정을 통해 5분의 1 수준인 11만1600원이 됐다. 반면 주식 수는 기존 8870만4620주에서 5배로 늘어난 4억4352만3100주로 조정됐다. 이는 시가총액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분할 전 액면가를 5로 나눠 가격을 떨어트려 주식 수가 반대로 5배가 늘어난 것이다. 

카카오 주가는 이달 들어 7 거래일 만에 주가가 약 12% 상승해 55만8000원대에 거래되며 시장의 기대감을 키운 상황이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주가 탄력에 대해 일부 지분을 보유한 '두나무'의 미국 나스닥 상장 소식이 견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두나무는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카카오는 두나무의 지분을 총 21.3%(직접 지분 7.57%·카카오벤처스를 통한 지분 13.54%)을 보유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액면분할이 기업 가치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했다는 점에서 국민주로 부각되는 효과로 거래량이 활성화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또 카카오 계열사들의 올해 사업 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가 상향 가능성도 예상하는 분위기다.

주영훈 유진투자 연구원은 "올해도 카카오의 주요 자회사들의 가치가 상승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면서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기업공개(IPO)가 예정됐고,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구글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아 3조35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상화폐 시장 거래 대금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인베이스'가 전일 나스닥 상장을 통해 시가총액 858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향후 두나무 지분 가치 상승도 기대된다"라고 전망했다.

반면 카카오가 재상장한 이후 앞서 액면분할을 추진했던 기업과 같이 주가가 빠질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삼성전자와 네이버 등은 액면분할을 추진하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50대 1 분할을 통해 200만원에서 5만원으로 주가를 조정한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공시(1월 31일) 이후, 거래 정지(4월 27일) 직전까지 3개월 동안 주가가 6% 넘게 올랐다. 그러나 재상장 후 하락세가 이어져 연말까지 주가가 25% 넘게 떨어졌다.

네이버의 경우도 같은 해 7월 26일 분할 공시 후 재상장 전까지 6.26%의 하락세를 겪었다. 액면분할 후 첫 거래가 시작된 그해 10월 12일부터 연말까지도 추가로 14%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다만, 기업의 주가 하락과 관련해 액면분할 이슈보다는 그 기업의 팬더멘털(기초체력)에 중점을 둬 주가 가치를 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8년 이후 3년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액면분할을 한 기업 71곳 중 한 달 뒤 주가가 오른 상장사는 24곳(34%)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재상장 후 주가가 하락한 건 액면분할보다는 기업의 팬더멘털이 불안한 시기였다는 점이 작용했다"면서 "결국 액면분할보다는 기업가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권가 예상대로 올해 1분기에 카카오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또 경신하면 삼성전자와는 다른 주가 행보를 보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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