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사진=한국씨티은행)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사진=한국씨티은행)

[뉴시안= 임성원 기자]한국씨티은행이 철수설만 무성했던 국내 소비자 금융 사업을 접고, 기업 금융 부문에 집중한다. 17년 만이다.

씨티그룹은 15일 2021년도 1분기 실적 발표 행사를 통해 소비자 금융 사업 부문 철수를 공식화했다. 아시아·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은 4개의 글로벌 자산관리센터 중심으로 재편하고, 한국을 비롯 13개 국가에서는 관련 사업 정리 수순을 밟는다.

씨티그룹 측은 "그룹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수익을 개선할 기업 금융 부문에 투자하고 자원을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사업 단순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라고 사업 종료 배경을 설명했다.

이로써 씨티그룹은 지난 2004년 옛 한미은행을 인수해 오늘날 씨티은행으로 재편한 뒤 17년 만에 소비자금융 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이다.

외국계 은행이 국내 소비자 금융을 정리하는 건 지난 2013년 'HSBC코리아'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2월 씨티그룹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인 제인 프레이저의 취임을 계기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국도 호주 등과 함께 아시아 지역의 사업 축소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씨티그룹의 철수 결정이 지난해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인한 실적 악화에 따른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19년(2794억원) 대비 32.8% 줄어든 1878억원을 기록했다. 소비자 금융 부문 당기순이익의 경우 지난 2018년 721억원, 2019년 365억원, 지난해 148억원으로 매년 50% 이상 축소됐다.

그러나 씨티그룹은 이번 사업 철수 결정이 한국 등 특정 국가의 실적이나 역량의 문제로 인한 결정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씨티은행 측은 소비자금융 사업 철수 이후 기업금융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부적으로 기업금융이 고객과 임직원, 주주 등 이해관계자 전부의 이익에 부합하는 경쟁력과 규모를 갖춘 사업 부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금융 사업을 중심으로 국내 사업부를 재편 및 강화하고, 고객 지원을 우선순위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씨티그룹은 사업 재편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추후 이사회와 함께 고객과 임직원을 위한 최적의 사업 재편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씨티은행의 사업재편에 대한 조치 마련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향후 씨티은행 사업 재편 진행 상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소비자 불편 최소화 및 고용 안정, 고객 데이터 보호 등의 조치도 검토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고객에 대한 금융 서비스는 향후 사업 재편 방안이 나올 때까지 기존과 동일하게 제공할 것"이라며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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