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사옥. (사진=씨티은행)
한국씨티은행 사옥. (사진=한국씨티은행)

[뉴시안= 임성원 기자]한국씨티은행의 본사인 씨티그룹이 한국에서 소매 금융 사업 철수를 공식화한 가운데, 씨티은행 노동조합 측이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경영진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 지부가 지난 16일 ‘한국씨티은행 소비자 금융 출구 전략 추진’에 대한 노조 입장을 전하며, 경영진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은 씨티그룹의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발표를 인정할 수 없고, 발표 내용을 이미 인지하고 있던 한국씨티은행 측도 당일까지 모르쇠로 일관한 점 등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앞서 지난 15일 씨티은행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한국 등의 소매 금융 부문 철수를 공식화하며, 사업 재편에 대한 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아시아와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등은 4개의 글로벌 자산관리센터 중심으로 재편하고,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에서는 소매 금융 사업 정리하기로 했다.

씨티그룹 측은 "그룹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수익을 개선할 기업 금융 부문에 투자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면서 "이를 위해 사업 단순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소매 금융 관련 철수를 추진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씨티은행 노조는 이번 철수 결정은 새로운 대안이 아닌 지난 10년간 이어온 것의 결과물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 2011년 영업점이 221곳이었으나 2014년 57곳, 2017년 89곳 등 82%가 폐점해 현재 39곳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이번 결정은 이마저도 정리하겠다는 것으로, 새로운 결정이 아닌 10년째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구조조정의 종착역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소매 금융 철수가 임직원과 고객 등에 대한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씨티은행에서 근무하는 3500명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소매 금융 소속 직원이 2500명(영업점 소속 940명 포함)이다. 이에 현재 씨티은행 측이 추진하는 소매 금융 출구 전략이 현실화될 경우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씨티은행 홈페이지. (사진=씨티은행 홈페이지 캡처)
씨티은행 홈페이지. (사진=한국씨티은행 홈페이지 캡처)

또 고객들이 입을 피해도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예치한 자산을 걱정하는 고객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지점마다 수백억원의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기업 금융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하지만, 작금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기업 금융 고객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수십 년 동안 거래한 로열티 높은 고객들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있다"면서 "앞으로 금융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고객 피해 사례에 대한 외국자본의 작태를 낱낱이 밝히겠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아울러 노조는 이날 긴급전원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투쟁기금 편성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은행 본점에서 규탄 시위 등 본격적인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노조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룹 차원의 발표에 대해 직원들과도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달 27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국내 소매 금융 출구 전략 발표 이후 처음으로 구체적인 추진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인수합병(M&A)을 위한 지분 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상한 뒤, 적절한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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