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뒤셀도르프 거리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에게 맞고 있는 모습의 조형물이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전통 '로젠몬탁' 거리행진은 취소됐으나 정치인을 풍자한 8개의 조형물은 뒤셀도르프 거리에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사진=AP/뉴시스)
독일 뒤셀도르프 거리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에게 맞고 있는 모습의 조형물이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전통 '로젠몬탁' 거리행진은 취소됐으나 정치인을 풍자한 8개의 조형물은 뒤셀도르프 거리에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사진=AP/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대통령들의 힘은 막강하다. 그 강한 힘을 가진 최고의 권력자임은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독일 총통 아돌프 히틀러는 2차 대전을 일으켜 600여 만 명의 유태인과 그 열 배에 이르는 6000여 만 명 가량의 군인과 민간인을 사망케 했고, 존 F. 케네디(구 소련의 후루시초프)는 쿠바 봉쇄로 3차 세계대전을 막아 수억 명의 생명을 구했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 시대(the Apartheid era)를 ‘용서와 화해’로 풀어냈고, 군부독재의 상징 전두환은 86, 88 때 스포츠 장려정책으로 체육인들로부터는 크게 미움을 받지 않고 있다.

리처드 닉슨과 마오쩌둥은 탁구를 매개로 냉전 관계의 미국과 중국(공)의 관계를 녹여내 인류 평화에 막대한 기여를 했고, 조지 웨아는 축구에서 얻은 명성을 바탕으로 스포츠인 최초로 라이베리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도 인간이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은 ‘코로나 19’에 감염되었다가 회복됐다. 일본의 아베 총리와 김영삼 대통령은 골프를 치다가 엉덩방아를 찧는 촌극을 벌였고,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인 알츠하이머를 앓다가 사망했다.

스포츠는 그 나라 대통령들의 관심, 그리고 정책 변화에 따라 활성화 되거나, 침체되곤 했다.

지구촌의 현역, 역대 대통령(수상)들은 그동안 어떠한 스포츠 정책을 폈고, 그 나라의 스포츠는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알아보았다.

<이 연재물은 기자(시간의 물레 간 2013년, 대통령과 스포츠)의 저서를 보강한 것이다>

◆ 푸틴 소치 동계올림픽 유치 위해 적극적으로 뒷거래

2014 동계올림픽 소치 유치를 위해 푸틴은 투표권이 있는 IOC 위원들에게 일일이 로비를 했다.

평창, 잘츠부르크 또는 소치의 고정표는 제외하고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부동표를 대상으로 물량공세를 편 것이다.

푸틴이 과테말라에 도착하기 전 소치올림픽 유치단이 IOC 위원들의 성향을 세밀히 분석해 놓았었다.

그는 포섭 대상 IOC 위원들의 장, 단점이 들어있는 자료를 면밀하게 분석한 후 각개격파를 해 나갔다.

그렇다고 눈에 띄게 사과박스가 오가지는 않았다.

IOC 위원들은 대개 대기업의 오너이거나 억만장자 또는 정치인들이다. 사업하는 사람에게는 막대한 사업이익을 올릴 수 있는 수익사업, 억만장자에게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선물, 정치인에게는 훗날을 약속하는 등의 ‘눈에 보이지 않는’ 뒷거래를 한다.

지난 201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국가적 도핑 파문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불허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 일행.(사진=AP/뉴시스)
지난 201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국가적 도핑 파문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불허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 일행.(사진=AP/뉴시스)

그의 스포츠 정책은 ‘국내적으로는 애국적인 단결, 국제적으로는 러시아 영광의 재현’이라는 그럴 듯한 두 가지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러시아는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거스 히딩크라는 세계적인 축구명장을 내세워 4강에 올랐고, 러시아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팀은 2008 세계아이스하키 선수권대회에서 캐나다를 누르고 15년 만에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해 유럽축구연맹 컵(UEFA) 대회에서는 제니트 클럽이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러시아 석유재벌 아브라히모비치가 잉글랜드 빅 클럽 첼시를 영입한 것도 빼 놓을 수가 없다.

아브라히모비치가 푸틴과의 관계를 의식해서 축구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한 것이다.

러시아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한국의 안현수를 국적을 바꿔가면서 까지 데려가는 등 총력전을 편 끝에 금메달 11개 은메달 9개 동메달 9개(노르웨이 금메달 11개 은메달 5개 동메달 10개)로 노르웨이를 은메달 수에서 9대5로 앞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안현수는 3관왕을 차지해 러시아의 종합우승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었다.

이 같이 스포츠는 푸틴이 내세우는 ‘강한 러시아’를 부활시키는 매개체인 셈이다.

◆ 푸틴, 60억분의 1의 사나이 표도르, 은퇴경기 참석

2012년 6월21일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레도보이 드보레츠(얼음궁전).

한 때 ‘60억분의 1의 사나이’라고 불리었던 러시아의 ‘격투기 황제’ 예멜리아넨코 표도르(당시 36살)가 은퇴경기를 치렀다.

현장에는 블라디미르 프틴 대통령이 만사를 제쳐 놓고 달려와 ‘60억분의 1의 사나이’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봤다.

푸틴은 유도선수 출신이자 무술 애호가다. 22살 때 구소련 유도대회에서 우승했고, 러시아 격투기인 삼보의 대학챔피언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2002년 일본 방문 때는 예고 없이 유도장을 찾아 즉석 대련을 펼쳤고, 당시 무려 203연승에 빛나는 ‘일본 유도의 전설’ 야마시타 야스히로를 식사에 초대하기도 했다.

2006년 중국을 방문 했을 때는 ‘무술 도량’으로 유명한 소림사에 들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푸틴이 지난 10년 가까이 러시아를 대표해서 세계 격투기 계를 석권해 온 표도르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보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푸틴은 평소에도 표도르의 팬임을 자처 했고, 표도르도 푸틴을 존경 했다.

표도르는 은퇴경기인 ‘M-1 글로벌’에서 브라질의 페드로 히조를 1라운드 1분24초 만에 전광석화 같은 카운터펀치로 KO로 제압해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했다.

표도르의 마지막 경기가 끝난 후 사회자가  “떠나지 마라”며 관중의 마음을 전했지만 표도르는 ‘신의 뜻’이라는 말을 남기고 링을 내려왔다.

이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때가 왔다. 링을 떠난다”고 말했다. 그의 은퇴 결정엔 두 딸이 있는 가정이 큰 영향을 끼쳤다.

링 바로 앞에서 표도르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 본 푸틴은 경기가 끝나자 링 위로 올라섰다.

그는 “당신 때문에 격투기가 러시아에서 이렇게 인기가 높아졌다”며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축하 한다”고 치하했다.

표도르는 푸틴 대통령이 격투기를 지원해 준 것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 푸틴 무술실력, 세계정상들 가운데 최강

푸틴은 전 세계 200여명의 대통령(수상, 왕, 총리 포함) 가운데 가장 무술이 뛰어나다.

아마 대통령들의 격투기 대회가 있다면 우승후보 영순위일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두번째)이 흑해 휴양도시 소치 샤바경기장에서 아이스하키 경기를 펼친 후 선수들과 악수하고 있다.(사진=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두번째)이 흑해 휴양도시 소치 샤바경기장에서 아이스하키 경기를 펼친 후 선수들과 악수하고 있다.(사진=AP/뉴시스)

2012년 10월11일 국제유도연맹(IJF)은 홈페이지에 “지난 10월7일 60회 생일을 맞은 푸틴 대통령에게 유도 8단을 수여하게 돼 큰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는 14살 때부터 러시아 전통 무술인 '삼보'에 심취했었고, 유도로 종목을 바꾼 뒤 4년 만인 18살 때 검은 띠를 땄고 고향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천부적인 유도 실력을 보였었다.

푸틴은 22살 때 옛 소련 유도대회에서 우승했고, 러시아 격투기인 삼보 대학챔피언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그는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유도사랑을 계속하고 있다.

유도 교본과 DVD를 만들었고, 언론에 자신이 유도훈련 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2012 런던올림픽 때는 유도 결승 시간에 맞춰 런던을 방문하는 용의주도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마리우스 비제르 IJF회장은 “푸틴 대통령이 IJF 명예회장으로 완벽하게 유도 홍보대사 역할을 하면서 유도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만족 해 하고 있다.

푸틴은 나이가 70줄에 들어섰는데도 불구하고 가끔 대중들에게 웃통을 벗은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구리 빛 피부에 굴곡 있는 복근은 50대라 해도 믿을 정도고, 웃통을 벗은 채 말을 탄 모습은 야생마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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