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국민의힘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야권통합체구성 논의가 어떻게 결론 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미묘한 신경전이 눈길을 끈다.
정치권 일부에서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을 향해 쓴소리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김 전 위원장 주축의 제 3지대 구성이 추진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당직자는 20일 “안 대표에게 합당추진을 고민하게 만드는 발언을 김 전 위원장이 의도를 갖고 계속 던지는 것 아니냐”며 “국민의힘 내부는 이미 합당찬성론으로 기울고 있지만 안철수 대표가 여러 가지 변수에 대해 복잡한 셈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 팩트”라고 말했다.
이 당직자에 따르면 안 대표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김 전 위원장이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국민의힘과 날선 신경전을 벌이면서 국민의힘-안철수 합당논의에 대해 냉소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윤석열 전 총장의 국민의힘 행은 흙탕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 “국민의힘은 아사리판” 등의 발언을 해 조명을 받았다.
또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내 말을 들었으면 지금 서울시장은 오세훈이 아니라 안철수였다”며 “안 대표의 판단력과 정치적 감각이 그 것밖에 안됐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들은 야권통합체를 구성하는데 있어 국민의힘이 그 주도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려는 일종의 견제발언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이 안 대표와 손잡음으로서 야권통합체구성의 깃발을 들게 될 경우 보수야권의 구심점이 돼 윤 전 총장 흡수 가능성과 더불어 금태섭의 제 3지대가 무풍지대가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현재로서는 김 전 위원장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가 국민의힘 주도의 야권통합을 견제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주도가 아닌 다른 방식의 야권통합을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쉽게 말하자면 김 전 위원장이 어떤 의도를 갖고 국민의힘-안철수 통합추진에 고춧가루를 뿌리고 있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합당을 놓고 여러 계산을 해야 하는 안 대표 입장에서 김 전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셈법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일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의 향후 행보, 금태섭 제 3지대, 김 전 위원장의 구상 등 대선변수를 예상하기 힘든 때에 섣불리 국민의힘과 합당할 경우 독배를 마시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실제로 김 전 위원장 말대로 안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당시 김 전 위원장의 제안을 거부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면 김 전 위원장의 고춧가루가 더 맵게 느껴질 수도 있다.
목이 타기는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안 대표와의 합당을 통해 야권통합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야권통합대선후보를 국민의힘 주도로 선출해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 뜻대로 안 대표와의 합당이 무산될 경우 안철수 뿐만 아니라 윤석열 영입도 더욱 어렵게 된다. 야권통합 주도권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향후 등장할 금태섭 제 3지대, 김종인 행보에 대한 대응력이 없어진다. 안철수 카드는 야권통합의 힘을 얻기 위한 첫 관문이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합당논의 순간에 제 식구에서 남으로 돌아선 김 전 위원장의 국민의힘 때리기는 더 큰 배신감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지난 19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야권의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가 빠진다면 흥행이 별로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가 없다면 국민의힘이 대선후보를 낸다 해도 반쪽짜리 후보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야권통합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민심장악력이 현저히 약할 것이라는 소리다.

이 총장은 이날 “안 대표의 대선 불출마 의지는 유효하다”면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본인이 연출자가 되든 주연이 되든 조연이 되든 백의종군하든 역할과 지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의당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입문 시점을 고려해 국민의힘과의 통합을 일부러 늦추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통합의 극적효과를 위해 일종의 ‘야권통합 시나리오’가 세워져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이 같은 추측을 부인하고 있다. 각자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고 의견을 통합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일 뿐 고의적인 부분은 일체 없다고 소문을 일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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