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를 마지막으로 퇴임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기념액자를 받으며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4.7 재보궐선거를 마지막으로 퇴임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기념액자를 받으며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뉴시안= 소종섭 편집위원] 4·7 재·보궐선거 이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이 연일 화제다. 장외에 있으면서도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이슈를 몰고 다니는 모양새다. 여전히 판을 이끌고 있다. 핵심은 국민의힘에 대한 작심 비판이다. 그냥 조언하는 정도가 아니라 독설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의 비판은 국민의힘의 중진들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 메시지에 전략적인 셈법이 읽힌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지목해서는 “뒤로 안철수와 작당을 했다”고 했고, 자신을 비판한 장제원 의원에 대해서는 “(대선주자인 무소속) 홍준표 의원 꼬붕이다. 난 상대도 안 한다”라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지금 국민의힘에 들어가서 흙탕물에서 같이 놀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을 지칭해 “아사리판”이라고 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왜 국민의힘을 이처럼 강하게 비판하는 것일까. 

우선 김 전 위원장은 현재의 국민의힘으로는 내년 대선에서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진들이 당권에만 관심 있다”는 그의 발언은 이런 불신을 내비친 언급이다.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크지 않다는 것은 여론조사에서 이미 공개된 바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4월 12~14일 전국 유권자 1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국지표조사 결과(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3.1%포인트)가 그것이다. 국민의힘이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더불어민주당이 잘못해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61%인 반면 ‘국민의힘이 잘해서’라는 응답은 7%에 그쳤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이 비대위원장 시절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 사과했고 광주 5.18묘역에서 ‘무릎사과’를 했지만 지금 국민의힘 문화 속에서는 언제든 다시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금태섭 전 무소속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회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금태섭 전 무소속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회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김 전 위원장이 이처럼 강한 자신감을 갖고 국민의힘을 비판할 수 있는 데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있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윤 전 총장이 장외에 있기에 가능하다. 반면 국민의힘은 자체적으로 지지율 5%를 넘는 대선 주자가 없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으로서는 답답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김 전 위원장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선 직전 중도 신당 '라 레퓌블리크 앙 마르슈'(Republique en Marche. 전진하는 공화국)를 창당했던 것을 거론한 이유가 의미심장하다. 

윤 전 총장 등 장외 세력을 중심으로 국민의힘을 흡수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할 때도 소환됐다. 당시 민주당 의원 95명 중 65명이 일거에 새정치국민회의에 합류했었다. 유력 대선 주자인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야권을 재편하려는 김 전 위원장의 생각이 구체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려면 일단 국민의힘의 힘을 빼야 하기에 강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혹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경우라도 자신이 야권의 변화를 주도해야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실망감이 반영된 행동이라고 보기도 한다. 4·7 재보선 압승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의힘 당 대표로 추대돼 전국위원회에서 인준받기를 내심 원했으나 그런 움직임이 없어 마음이 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관측만으로 현재 김 전 위원장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언론인터뷰에서 “나라의 장래를 위해 역할을 할 필요가 느껴지면 국민의힘을 도울지, 윤 전 총장을 도울지 그때 가서 결심하겠다”고 말했다. 정리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는 노림수다. 김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야권의 판을 주도하고 있다. 그를 빼놓고 내년 대선을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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