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그룹 사옥 [사진=뉴시안DB]

[뉴시안= 김진영 기자]한화가 무수한 의혹을 낳고 있는 미국 수소트럭 회사 ‘니콜라’ 지분 절반을 팔기로 지난 3월 결정해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달 경영에 복귀한 직후 내려진 결정이어서 이를 두고 여러 관측이 제기된다. 

재계의 한 소식통은 21일 “김동관 사장은 2018년에 미화 1억달러(한화 약 1200억원 상당)를 제 2의 테슬라로 유명세를 탄 니콜라모터컴퍼니(니콜라)에 투자했으나 지난달 보유지분의 50%를 매각하기로 했다”며 “이는 내부적으로 그동안 니콜라 투자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니콜라 지분 매각에 김승연 회장의 결정이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동관 사장이 이에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 알 수 없지만, 한화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니콜라 투자는 아직 수익권에 있기 때문에 2023년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입장이 김 회장의 등판으로 갑자기 지분 절반 매각으로 바뀌었다. 김동관 사장의 투자와 관련해 향후 대두될 수 있는 손실책임론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니콜라 투자 당시 한화그룹은 보도자료를 내고 “김 사장은 평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미국 내 전문가 그룹을 통해 정보 수집에 나선 것은 물론, 실무진과 함께 니콜라 창업주인 트레버 밀턴을 직접 만나 ‘온실가스 배출제로’를 목표로 하는 니콜라의 사업 비전이 한화의 미래 사업 방향과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이후 이른바 서학개미들도 앞다퉈 니콜라 투자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후 공매도 리포트가 나오며 온갖 사기의혹들이 쏟아졌다. 수소트럭 기술은 상용화하기에 무리가 많은 데다 IR(기업설명회)용으로 내놓은 트럭 영상은 조작이라는 폭로가 터져 나왔고 이후 주가는 급락했다. 

김 회장의 경영 복귀 이유를 두고 “김동관 사장 추진 사업 지원과 승계작업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에 재계 일부에서는 “김 회장이 복귀 후 가장 먼저 처리한 것인 니콜라 지분 매각이고 이것이 이런 바탕(승계작업)에서 결정된 것이라면 한화 내부적으로 니콜라 투자에 대한 리스크 분석을 이미 확보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내부적으로 니콜라의 미래를 불투명하다고 전망하면서도 대외적으로 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화 측은 일단 니콜라 투자가 손실이 아닌 수익권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를 보는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은 한화의 설명과 다소 온도차이가 있다. 
니콜라에 대한 투자가 손실을 유발하지는 않았더라도 무모한 투자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가 투자한 2018년 당시만 해도 니콜라는 기술력 등이 명확히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니콜라 폭로이슈만 보더라도 니콜라에 투자한 개인과 회사들이 얼마나 허술하게 투자에 뛰어들게 됐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허술한 투자자들 속에 한화가 포함돼 있는 셈이다. 반면 현대자동차의 경우 니콜라 경영자가 직접 현대의 사업참여를 희망했지만 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김동관 사장의 니콜라 투자를 두고 ‘승계불안’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경제적인 분석력과 기업운영에 대한 안목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 회장 복귀 직후 니콜라 지분매각 결정이 나와 이 우려에 무게를 보태고 있다. 

한화 측은 아직 투자금의 3배에 달하는 수익을 보전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는 성공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니콜라 사업 극초기에 투자했고, 이후 주가가 치솟은 덕에 그 수익분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지 니콜라가 성공했기 때문은 아니다. 니콜라의 주식 가치는 이른바 ‘사기의혹’ 이슈 이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한화의 니콜라지분 매각도 이 때문이다. 

한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니콜라에서 발을 빼는 한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니콜라에 투자했다가 쪽박 찼다’는 한 투자자는 “니콜라에 투자한 서학개미들 대부분이 한화가 뛰어드는 것을 보고 들어갔다”며 “한화 믿고 들어간 이들이 지금은 땅을 치고 울고 있다”고 적었다. 

이 투자자는 “손실을 본 것이 한화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기업을 보고 따라 움직이는 분위기라는 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도 여러 행위에 있어서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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