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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안= 김진영 기자]대한불교조계종 25개 교구 본사 주지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이를 두고 정재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백신수급을 위해 이 부회장 등판을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 부회장을 위해 불교계를 대표하는 사찰 주지들이 선처를 호소하고 나서자 이례적이라는 반응과 함께 ‘이 부회장 사면’을 정부가 물밑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일종의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시선도 있다. 

불교계는 지난 21일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협의회(이하 주지협)는 “문재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 정세균 전 국무총리,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박범계 법무부 장관 등에 탄원서를 보내 이 부회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리는 취지의 탄원서를 지난 12일 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다음 달 하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백신 공급을 위한 논의를 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백신 협력 등 한미 간 현안에 긴밀한 공조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이 얼마나 협조적일지는 미지수다. 미-중 갈등에 우리 정부는 다소 중국에 기운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또 미국에 백신지원을 요청하면서 우리 정부가 내밀 수 있는 보따리가 없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외교부는 한미 간 ‘백신 스와프’ 체결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미국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외교부가 백신 스와프를 검토한 적이 있느냐”는 박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측과 협의도 했다”고 답했다. 
백신 스와프는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통화 스와프처럼, 백신을 빌려주고 나중에 되갚는 것을 말한다. 

아스트라제네카(AZ)가 국내 여론상 희귀혈전증 부작용 논란이 휩싸여 있기 때문에 화이자와 모더나를 미국으로부터 확보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국내 업체가 개발한 최소 잔여형(LDS) 주사기 등 의료물품과 백신을 미국과 교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미국은 큰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우리 정부가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 협력강화를 내세워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 장관은 지난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글로벌 서플라이체인(공급망)에서 우리가 미국을 도와줄 수 있는 분야도 많이 있다”며 “민간 기업의 협력 확대가 미국 내 백신 스와프 여론을 형성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이 언급한 민간 협력 분야는 반도체 및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의미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한미 간 ‘백신 스와프’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미국과 반도체·배터리 분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우리 정부가 미국에 내밀 카드를 두고 “반도체와 배터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일단 미국은 우리 정부의 백신 스와프 요청에 대해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백신 접종률이 50%를 밑돌아 다른 나라에 비축분을 내주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공급망 복원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어 반도체·배터리 분야의 협력 강화 카드가 통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외교안보라인의 한 소식통은 “미국에서 필요로 하는 반도체 공급을 지원하고 부족한 백신 물량을 확보하는 ‘백신·반도체 스와프’가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문재인 정부도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단 불교계가 이 부회장 사면론에 군불을 지피면서 사면논의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백신부족 사태와 맞물려 가장 적절한 구원투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사면될 경우 이는 과거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건희 회장 사면이 추진됐던 장면과 오버랩된다. 
실제로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확산에도 불구하고 백신수급불안이 심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위기 극복와 반도체 경쟁력확보 등이 이 부회장 사면촉구 목소리를 더 키우고 있다. 
이에 재계 일각에서 이 부회장이 조만간 사면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일단 종교계가 움직인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사면명분쌓기’에 돌입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현재까지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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