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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안= 김진영 기자]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 관련주가 급등하고 있어 주식시장에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시장에서는 “백신 도입 가능성이 높지 않고 도입되더라도 관련주의 수혜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무분별한 투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부 종목은 관련성이 없음에도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폭등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23일 주식시장에서 러시아백신 관련 종목으로 꼽히는 이화전기(19.48%), 이트론(9.35%), 코리아에셋투자증권(5.19%) 등을 살펴보면 해당 종목들이 줄줄이 올랐다. 전날엔 상한가를 기록했던 이아이디는 4.58% 올랐다. 이들 종목은 스푸트니크v 관련주로 묶여 폭등하고 있으나 사실 백신과의 관계성이 모호하다는 게 증권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여기에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백신의 도입 가능성을 점검하라”는 지시가 더해지면서 관련주들의 폭주는 더 힘을 받고 있다. 

이아이디는 지난해 12월 ‘스푸트니크코러스 1호 조합’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이 조합은 한국코러스 지분 15.2%를 보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코러스는 최근 스푸트니크v의 국내 위탁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트론은 이아이디의 계열사여서 덩달아 수혜를 보고 있고 이화전기는 최대주주가 이트론이어서 동반상승 중이다. 이아이디의 상승기운이 이 회사와 연결된 회사들의 주가까지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여기에 한국코러스 컨소시엄 관련 회사들도 상승대열에 합류했다. 한국코러스 컨소시엄에 들어간 종목도 전날 크게 올랐다. 
한국코러스는 러시아 국부펀드(RDIF)와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뒤 이수앱지스와 종근당바이오, 바이넥스, 보령바이오, 큐라티스, 안동국립센터 등 6개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그러나 주식전문가들은 “스푸트니크v 도입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며 “해당 백신이 도입되더라도 관련주의 수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에 주의를 당부했다. 

대신증권의 한 관계자는 “이아이디의 지분투자 액수가 100억원인데, 이에 대한 한국코러스 기업가치가 오르더라도 그 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코러스의 기업가치 상승이 관련회사들의 지분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소폭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코러스는 지난 20일 러시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2차 접종분 밸리데이션 배치(Validation Batch) 물량을 출하 후, 러시아로 출항시켰다고 다음날인 21일 밝힌 바 있다.
밸리데이션(Validation)은 특정 공정이 설정된 규격과 품질 요소들에 따라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는지 보증 및 검증하는 절차다.
스푸트니크V는 1차 접종분과 2차 접종분이 각각 벡터로 사용하는 아데노바이러스가 서로 다르다. 1차는 아데노바이러스 26형을, 2차는 아데노바이러스 5형을 사용한다. 때문에 1, 2차 접종분에 대한 별도의 밸리데이션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스푸트니크V’ 등 러시아 백신에 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국내 사용승인에 반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러시아 언론이 문재인 대통령의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 검토 지시 등 국내에서 높아지는 제 3의 백신 도입 분위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러시아관련 외신보도 매체인 ‘바이러시아’에 따르면 러시아 언론들이 지난 21일 연합뉴스 등 국내 언론 보도를 인용해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개발한 ‘스푸트니크V’ 백신의 도입 가능성을 점검해 보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과 “집권여당인 민주당내 주요 인사들이 러시아 백신을 '플랜 B'로 간주할 것을 요청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이날 “스푸트니크V 도입 주장이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민주당 당권에 도전한 송영길 후보 등에 의해 제기됐다”며 “백신 수급 불안이 점차 커지면서 문 대통령이 직접 백신 확보 총력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백신 사용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가 아직 한국 내에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식약처(EMA)가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유럽과 해외에서 스푸트니크 V의 승인 과정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이러시아에 따르면 특히 이 통신은 “이재명 경기 지사가 연합뉴스 측에 ‘러시아 백신의 생산이 한국에서 가능하다. 안전성을 확인하면 가격이 저렴하고 구하기 쉬워 옵션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지만 진영논리 때문에 금기시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또 이 통신은 “러시아 직접투자기금{RDIF)과 직접 계약한 지엘라파가 이끄는 컨소시엄은 다른 국가로 수출하기 위해 총 5억 용량의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며, 기술의 이전도 이미 완료되었다”며 “5월에는 본격적인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고 바이러시아 보도했다. 

바이러시아는 “지엘라파측은 국내 시장 (공급분)을 포함해 RDIF의 요청이 있으면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거듭 강조다고 이 통신은 보도했다”고 밝혔다.

이 통신은 “최근 한국에서 러시아 백신 생산을 위한 또다른 컨소시엄을 휴온스글로벌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며 “월 1억 도즈 규모이며 8월에 시험 생산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푸트니크V’를 명시하거나 RDIF와 계약을 체결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부분이 나중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미지수다. 자칫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주식시장에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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