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총수를 김범석 의장이 아닌 '쿠팡'으로 지정했다. (사진=뉴욕AP·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총수를 김범석 의장이 아닌 '쿠팡'으로 지정했다. (사진=뉴욕AP·뉴시스]

[뉴시안= 박은정 기자]김범석 쿠팡 의장이 총수(동일인)로 지정되지 않았다.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 총수 지정을 둘러싸고 찬반여론이 불거진 가운데, 공정위가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하지 않았던 전례를 택했다. 이에 쿠팡은 '총수 없는 대기업'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자산 5조원 이상인 71개 기업집단과 총수를 지정하는 '2021년도 공시대상 기업집단'을 발표했다. 

올해 공시대상 기업집단 명단에는 쿠팡이 신규로 지정됐다. 쿠팡이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함에 따라, 자상총액이 3조1000억원에서 5조8000억원으로 크게 오르면서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편입된 것이다. 쿠팡은 향후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비상장 회사의 중요사항 공시·현황 공개·주식소유 현황 신고 등의 책임을 져야 한다.

공정위는 쿠팡의 총수를 김범석 의장이 아닌 '쿠팡'으로 지정했다. 공정위는 "그동안의 사례와 현행 제도의 미비점·계열회사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쿠팡을 동일인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공정위는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미국 법인 쿠팡Inc를 통해 국내 쿠팡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음이 명백하다고 판단했지만 ▲기존 외국계 기업집단의 사례에서 국내 최상단 회사를 동일인으로 판단해온 점 ▲현행 경제력 집중 억제시책이 국내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외국인 동일인을 규제하기에 미비한 부분이 있는 점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쿠팡을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현재로서는 계열회사 범위에 변화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공정위가 에쓰오일과 한국GM 등에 대해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하지 않았던 만큼, 김범석 의장을 총수로 지정할 경우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지 않아도 공정거래법 등 다른 법을 통해 쿠팡을 충분히 견제·규제할 수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

그러나 공정위의 결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비난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네이버는 2017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의 지분이 4%에 불과한 점을 근거로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2016년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공정위는 쿠팡 논란을 계기로 현행 총수 제도의 미비점을 인지하고 향후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연구용역 등을 통해 동일인의 정의・요건・확인 및 변경 절차 등 동일인에 관한 구체적인 제도화 작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쿠팡 홍보실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쿠팡은 "공정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앞으로 공정거래법을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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