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민주연구원에서 업무를 본 뒤 건물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민주연구원에서 업무를 본 뒤 건물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소종섭 편집위원]최근 귀국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정중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가의  관심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양 전 원장은 지난 1월부터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객원 선임연구원으로 있었다. 그는 지난해 말 청와대 개편을 앞두고 노영민 전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오르내렸지만, 공직을 마다하고 미국으로 갔다. 지난해 총선 때는 이해찬 전 대표와 호흡을 맞춰 민주연구원장을 맡아 여권의 전략을 막후에서 지휘하며 대승을 이끌기도 했다. 현재 여권에서 양 전 원장만큼 전략적인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진 이는 많지 않다. 이와 관련해 최근 청와대 개편을 통해 이철희 정무수석이 등장한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기획력과 정무적 판단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인물 두 명이 여권의 4·7 재보선 참패 이후 재등장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양정철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우선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다. 두 사람은 ‘특별한 관계’다. <문재인의 운명> 책을 기획하고 히말라야 트레킹 등을 같이 다녀온 사이다. 물론 문 대통령이 양 전 원장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있다. 지난 청와대 인사와 관련해서도 양 전 원장은 노영민 전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최재성 당시 정무수석을 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유영민 비서실장을 택했다. 손혜원 전 의원처럼 “문 대통령이 완전히 쳐낸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저러해도 문재인-양정철의 신뢰 관계에 결정적인 금이 갔다고 볼만한 사건이 드러난 것은 없었다.

두 번째는 여권 내 네트워킹이다. 양 전 원장은 지난 대선 당시 ‘광흥창팀’ 핵심이었다. 그를 중심으로 여권 실무 컨트롤타워가 가동돼 대선을 치렀다. 한마디로 큰판을 움직여본 사람이고 누가 실무적으로 적임자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움직이면 한 사람이 아니라 그런 팀을 움직일 수 있는 중심에 있다. 이것이 그가 가진 또 다른 힘의 원천이다. 세 번째는 지난 총선에서 나타났듯 판단력과 분석력이다. 당시 민주연구원은 과학적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총선 최종 결과를 거의 정확하게 예측했다고 알려져 있다. 전체가 하나의 판인 대선은 총선보다는 훨씬 더 예측과 대응이 수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런 이유로 양 전 원장이 대선 국면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평소 정권을 재창출해야 문재인 대통령을 보호할 수 있다는 생각을 주변에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대선후보 경선 과정이 역동적으로 펼쳐져야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도 밝혀왔다. 대표적인 것이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모두 대선 경선에 나서는 이른바 ‘13룡 프로젝트’다. 양 전 원장의 귀국이 내년 대선을 앞둔 여권의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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