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사진=한국씨티은행)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사진=한국씨티은행)

[뉴시안= 임성원 기자]한국씨티은행이 자산관리(WM)·신용카드·대출 등 소비자금융 부문을 '통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본격적으로 매수자 찾기에 나섰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소매금융 부문에 대한 전체 매각을 최우선으로 정하고, 최근 씨티그룹 내 인수합병(M&A)팀과 국내 씨티그룹글로벌마켓 증권(CGMK) 2곳을 통해 인수 의향서(LOI)를 받고 있다. 이는 지난달 국내에서 소비자금융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힌 이후 나온 구체적인 매각 방침이다.

이번 결정은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의 최근 행보 속에서도 알 수 있었다. 유 행장은 지난달부터 지점을 방문해 직원들에게 "전체 매각과 일부 매각, 단계적 폐지 등 3가지 옵션 가운데 전체 매각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면서 "직원들과 조직을 위한 방안을 찾겠다"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3~4주 정도는 매수 의향자를 살펴보는 데 집중해야 할 기간이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7일 소비자금융 철수 발표 이후 첫 이사회에서도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의 전체 매각과 일부 매각, 단계적 폐지 등 모든 실행 방안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면서도 늦지 않는 시일 안에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라는 입장이 나온 바 있다.

씨티은행은 내부적으로 소비자금융의 매각 절차에 대해 목표 기한을 정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올해 안에는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지 않겠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씨티은행 인수에 관심을 가지는 곳은 외국계 은행 중에선 SC제일은행, 국내에선 DGB금융그룹, OK금융그룹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1조~2조원 상당으로 추정되는 매각 가격과 높은 인건비 등이 통매각의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씨티은행의 지난해 기준 직원 평균 연봉은 1억1200만원으로 은행권 최고 수준에 해당하며, 평균 근속연수도 18년 3개월로 주요 시중은행들(15~16년)보다 높은 편이다.

여기에 더해 씨티은행은 최근 통매각 절차를 염두에 두고 예금 특별 금리 제공 등을 통해 고객 및 자금 이탈을 방지해 매각 절차에서 우위에 서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씨티은행은 지난 5일부터 직장인 대상 등의 신용대출 상품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01%포인트씩 일괄 인하했으며, 이달 말까지 연 최대 2%(세전) 정기예금 특별 금리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씨티은행이 통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으며 몸값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자들이 향후 부담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은행측은 노조의 우려 주장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 지부는 소비자금융 매각 추진 발표 이후 고객들이 입을 피해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예치한 자산을 걱정하는 고객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지점마다 수백억원의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기업 금융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하지만, 작금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기업 금융 고객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측은 "고객들의 문의는 평소보다 25% 정도 증가했으며, 향후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변함없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걸 고객분들께 설명드리고 있다"며 "노조가 주장하는 뱅크런은 전혀 사실과 다르며, 당행의 수신고는 평소 변동 범위 내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씨티은행 측은 구체적인 매각 방향을 굳혀가고 있으나, 현재까지 차기 이사회 일정을 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이사회 이후, 이달 중 이사회 개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현재 업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매수 금융사들도 인수 후보로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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