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옥 전경 (사진합성=뉴시안)
네이버 사옥 전경 (사진합성=뉴시안)

[뉴시안= 조현선 기자]네이버와 카카오가 최근 북미로 건너가 콘텐츠 플랫폼을 인수하며 k-콘텐츠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급성장하는 콘텐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세계 최대 IP 시장으로 손꼽히는 북미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네이버는 지난 11일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이사회에서 결의한 왓패드 인수 건을 최종 마무리한 것이다. 네이버 역사상 첫 대형 바이아웃 딜로 평가 받는다.

네이버는 약 6억 달러(약 6848억원)에 왓패드 지분 100%를 취득했다. 이 중 5079억원은 현금으로, 나머지 약 1769억원은 자사주 매각을 통해 자기주식으로 지급했다. 이로써 네이버는 왓패드(9400만명), 네이버웹툰(7200만명)을 합한 약 1억6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포함해 570만명의 창작자, 10억개 이상의 콘텐츠를 확보하게 됐다.

네이버는 앞으로 네이버웹툰의 검증된 지식재산(IP) 비즈니스 노하우, 수익화 모델을 기반으로 왓패드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를 추진키로 했다. 실제로 양사는 올해 기준 총 167개(네이버웹툰 77개+왓패드 90개)의 다양한 영상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콘텐츠를 확보해 업계의 압도적 1위 글로벌 스토리텔링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도 같은 날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웹툰은 타파스, 웹소설은 래디쉬를 양대 축으로 삼아 북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네이버가 왓패드 인수 발표 후 몇달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같이 결정한 것은 카카오와 네이버간 글로벌 IP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됐음을 의미한다.

타파스는 201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북미 최초의 웹툰 플랫폼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5배 이상 성장하는 등 북미 웹툰 시장을 견인하는 등 업계를 이끌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2014년 전략적 투자 이후 인수를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이며 지난해 11월 관계사로 편입시켰다. 이후 '사내맞선', '승리호', '경이로운 소문', '나빌레라' 등 카카오엔터의 주요 IP를 타파스를 통해 북미 시장에 선보였다. 이후 카카오엔터의 80여개 IP가 타파스 매출의 절반을 견인하고 있다. 타파스가 유통하는 콘텐츠는 9만여개에 달한다. 

이번 인수를 통해 기존 타파스의 최대주주(40%)였던 카카오엔터는 지분을 100%까지 확대해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인수액은 약 6000억원 규모다. 

&nbsp;카카오 판교 사옥 내부 모습 (사진=뉴시스)<br>
카카오 판교 사옥 내부 모습 (사진=뉴시스)

래디쉬는 2016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모바일 전문 영문소설 플랫폼으로,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230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할리우드 코믹과 한국 웹툰의 방식을 결합했다. 래디쉬는 무료 연재 위주로 운영되는 타 플랫폼 대비 전체 매출 90%가 2019년부터 선보인 자체 제작 콘텐츠에서 나오는 등 강한 경쟁력을 가졌다. 월간 이용자만 100만명에 달한다. 

카카오엔터는 이달부터 래디쉬에 대한 투자와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공개매수란 래디쉬가 매각을 결정한 카카오엔터가 다른 주주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으로, 이렇게 확보한 카카오엔터의 지분 비율은 6월께 확정될 전망이다.

카카오엔터는 K-웹툰과 K-웹소설 모두 영미권에서 본격적으로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는 슈퍼 IP는 이미 웹툰과 드라마, 영화 등 2차 창작물로 재창조돼 흥행을 만든 바 있어 래디쉬를 통해 소개될 K-웹소설에 대한 기대도 높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엔터의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노하우가 북미 시장의 타파스, 래디쉬의 인사이트와 결합돼 더 큰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평이 나온다. 카카오엔터는 미국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타파스와 래디쉬를 기반으로 북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같이 국내 대표 포털들이 플랫폼 인수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다양한 지식재산권 확보가 목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콘텐츠의 중요성은 글로벌 전역에서 대두되고 있다. 이의 원천으로 불리는 IP를 확보한다면 웹소설을 웹툰으로, 웹툰을 웹소설로 재창작하고, 이를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제작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양사의 글로벌 플랫폼 네트워크 확장을 위한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이진수 대표는 최근 "한국과 미국 상장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고,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도 "네이버웹툰의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도 고민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