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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이 디지털 전환 대응 차원에서 경쟁보다는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참고 사진=픽사베이)

[뉴시안= 임성원 기자]금융권에 '뭉쳐야 산다'는 新 생존 전략의 바람이 불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금융업에 빠른 속도로 진입하면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무한 경쟁보다는 공생이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사, 간편결제 통합 플랫폼 구축 가동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현대·삼성카드 등 8개 카드사는 최근 모바일협의체 회의를 개최하고 각 사의 간편결제 시스템을 개방해 다른 카드사의 결제 수단을 추가하는 방안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들은 연말까지 각 사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상호 연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용자들은 현재 각 사 간편결제 앱에서 자사 카드만 등록해 사용할 수 있으나,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특정 카드사 앱 하나로 다른 카드사들의 신용·체크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카드사들의 통합 플랫폼 구축은 간편결제 시장에 빠르게 진격하는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대응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이용액은 하루 평균 4492억원으로, 지난 2016년 645억원 대비 4년 사이에 7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러나 간편결제 시장에서 은행·카드사 등 금융사들의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2019년 전자금융사업자인 네이버·카카오페이 등에서 일평균 이용 금액 기준 37.8%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금융사 점유율 33.8%를 앞질렀다. 이어 지난해에는 전자금융사업자의 이용액 비중이 45.7%로 금융사 (30.4%)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은행권, 공동점포 추진해 금융소외계층 보호

은행권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서비스 이용 추세가 가속화 되면서 점포 및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축소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 지점 및 출장소 등 점포 수는 지난해 전년 대비 304개 줄어든 6405개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 7281개, 2017년 7101개, 2019년 6709개 등으로 매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예고한 점포 축소 규모는 60여 곳으로 알려졌다.

은행별로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이 오는 6월에 각각 16곳, 1곳의 영업점을 폐쇄할 예정이다. 이어 7월에는 국민은행이 28곳, 우리은행이 19곳을 폐쇄한다. 앞서 지난 2월 신한은행은 지점 2곳을 통폐합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은행 점포 수가 줄어들면서 고령층·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의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고려해 '공동점포'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동점포는 리딩뱅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직원이 한 공간에서 영업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다만, 비용절감 면에서 분명 효율적일 수 있으나 각 사의 운영 방침이 다를 수 있고, 운영 지역 선정 및 임대료 등 각종 비용을 고려했을 때 현실화하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우선 '은행 대리업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유통업체와 통신판매점 등 비금융기관을 은행대리점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시범적으로 선보인다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선 공동점포와 유사한 방식이 보편화된 상황이다. 영국은 지난 2019년 공동점포 형태인 '비즈니스 뱅킹 허브'를, 독일은 두 은행 직원이 일주일에 이틀씩 번갈아 근무하는 형태로 시범 운영 중이다. 일본도 지바·무사시노·다이시은행 등이 함께 공동으로 영업하고 있다.

업계에선 은행과 카드사들이 이같은 방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불편함을 줄이고,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데도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성 만 따졌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사 한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맞춰 대체로 경쟁보다는 협업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금융소비자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새로운 서비스를 모색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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