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카카오페이, 네이버의 네이버페이 이벤트 페이지 (사진=조현선 기자)

[뉴시안= 조현선 기자]"30원짜리 폐지 주워가세요~"

코로나19 이후 1년. 지독한 취업난과 경제 불황이라는 산을 넘는 MZ세대들에게 짠테크(짠돌이+재테크)'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아껴 쓰고 나눠쓰다 되파는 중고거래의 인기가 폭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 결과 지난 3월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앱 이용자는 1억1432만35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배 늘었다.

 '사이버 폐지 줍기'도 그 중 하나다. 최소 1원에서 100원대에 이르기까지 작은 돈을 모아 커피값, 치킨값이라도 만들자는 뜻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 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새로운 트렌드인 셈이다.

시작은 금융권이었다. 지난해 하나은행이 연 최고 5.01%의 금리를 제공하는 '하나 더 적금'을 선보였다. 제로금리 시대에 갈증을 느끼던 이들은 열광했다. 첫날에만 20만 명이 넘게 가입했고, 가입금액도 590억원을 넘어섰다. 이들이 만기 시 받게 될 금액은 최대 8만2500원, 치킨 5마리 값이다.

이후엔 국내 대표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가 바톤을 이어받았다.

먼저 네이버는 온라인 쇼핑 트렌드 확대라는 물이 차기 시작하자 노를 젓기 시작했다. 네이버페이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고객들이 네이버쇼핑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면 일정 금액을 포인트로 돌려줬다. 이렇게 쌓인 포인트는 현금으로 환급할 수도 있고, 여러 결제처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 인기다. 쇼핑할 때마다 더 많은 포인트 적립률을 제공하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서비스는 올해 말 누적 가입자 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순항 중이다. 

사이버 폐지의 인기는 '공짜'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네이버스토어 '찜하기',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SNS 팔로우 등을 유도해 30원, 120원 등 소소한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 참여율도 높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포인트를 받아 가라며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페이지 주소를 공유하는 글이 게시되고, 이들 대부분이 짧은 시간에 마감된다.

주식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10대 학생이 증권사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온라인으로 정육스토어를 '찜'하는 식이다. 평소 관심 분야와는 상관없다. 100원 남짓의 포인트를 위해 달려가 참여한다. 먼저 폐지를 줍는 사람이 임자다. 

또 'MY플레이스'에 방문한 곳의 영수증을 찍어 인증하고 후기를 올리면 최초 1회 50원, 이후 10원씩 일 최대 3회까지 적립해 주는 서비스도 제법 쏠쏠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들의 열망을 과소평가한 탓일까. 최근 '작심삼일'로 끝난 네이버의 '#오늘일기' 이벤트도 화제가 됐다. 네이버는 2주 동안 매일 블로그에 일기 작성시 1만6000원의 포인트 제공을 약속했다. 한 번에 '1치킨'을 얻을 수 있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은 열광했다. 첫날에만 60만2434건의 글이 올라오는 등 폭발적인 참여율을 기록했다. 작심삼일은 안된다던 네이버는 3일 만에 'GG'(온라인 상 포기선언)를 외치고 인당 1000원을 지급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먼 내용으로 참여한 이들이 많았다는 이유에서다.

네이버의 라이브 커머스 '쇼핑 라이브' 시청자를 대상으로 나눠주는 점도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종일 방송을 시청하며 댓글을 남기면 적게는 1포인트에서 30, 40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팁이 공유되기도 했다. 최근엔 새벽까지 이어진 270분간의 방송을 모두 시청한 고객에게 5000원의 네이버포인트를 제공하는 등 화제성도 챙겨가고 있다. 

온라인 커머스라는 본업에도 소홀치 않는다. 쇼핑 라이브를 통해 특별히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점도 이들을 열광케 했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 1분기 네이버 쇼핑라이브의 누적 시청 수는 1억7000만 뷰, 누적 구매자 수는 170만 명으로 집계됐다. 거래액은 6개월 전보다 2배 이상 성장했다.

카카오는 제휴처에서 카카오페이로 결제 시 랜덤으로 일정 금액의 포인트가 담긴 '알'을 돌려준다. 카카오페이를 이용한 고객들은 카카오톡으로 돌아온 '알'을 까보고, 포인트로 돌려받는다. 신용카드, 타 간편결제 대신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면 카드 이용에 따른 혜택 외에도 즉각적인 포인트로 화답하는 식이다. 특정 횟수 이용 시 '스페셜 알'을 제공하고 있다.

유통 업계는 클리어런스 세일이 결합된 '배송비 딜'을 선보였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0원, 100원 등에 선보이며 사실상 배송비인 2500원 만 받고 제품을 제공했다. 제조사는 재고 처리와 동시에 고객들에게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제품 구매를 유도하고, 고객들은 평소 희망하던 제품을 저렴하게 얻을 수 있어 윈-윈인 셈이다. 

직장인 김 모씨(32)는 "처음엔 1원, 30원으로 언제 모으나 했지만 생각보다 쉽게 모인다"며 "대신 참여하는 이들이 많아 망설이면 늦는다"는 설명이다. 최근 일부 네티즌은 "은행에 10년 동안 1000만원을 넣어두는 이자보다 네이버포인트로 얻는 이익이 훨씬 높다"라고 표현해 공감을 이끌기도 했다. 최근 이렇게 모은 금액이 70만원에 달한다는 후기도 공개됐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사이버 폐지 줍기' 운동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채널 위주의 쇼핑 패턴이 자리 잡았고, 최근 주식 및 비트코인 등 '불로소득'에 대한 열망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말그대로 티끌 모아 태산 바람이 이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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