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혐의를 직접 수사하면서 수사의 칼끝이 여권을 향하고 있다. 이 검사는 ‘윤중천 보고서’를 왜곡한 것 뿐만 아니라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동시에 공수처 판단을 기다리고 있던 검찰도 ‘기획사정’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면서 공수처와 검찰이 여권의 숨통을 조여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지난 13일 최근 이 검사 사건에 사건번호 ‘2021년 공제3호’를 부여하고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에 배당했다. 지난 3월17일 검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검토 끝에 한달여만에 직접 수사하기로 결론 내린 것이다. 

공수처는 이 검사가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지난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조사하면서 건설업자 윤중천씨 등 면담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하고 해당 내용을 일부 언론사에 유출한 의혹을 조사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는 ‘기획사정 의혹’을 수사 중인데 이는 공수처의 이 검사 수사와 바로 연결된 사건이다. 

검찰은 지난 2019년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김 전 차관 사건을 이 검사가 소속된 대검 진상조사단 8팀에 재배당한 경위와 △전·현직 검찰 관계자의 연루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촉구한 배경과 과정 등을 추적 중이다.

말하자면 공수처가 사건의 ‘결과’를 조사한다면 검찰은 같은 사건의 ‘배경과 과정’을 캐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이 윤갑근 전 고검장과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의 명예훼손 고발 사건 등을 확인하는 것도 이를 규명하기 위함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관련법에 따라 사건을 공수처로 넘겼지만 검찰이 최종적으로 재이첩 받아 두 갈래로 찢어진 사건을 병합해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검찰은 이 검사를 상대로 공수처에 이첩되지 않고 남아있는 명예훼손 혐의 사건 등도 따로 다룰 계획이다. 

검찰은 조만간 이 검사를 소환 조사하는 한편 경우에 따라 수사를 윗선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이 검사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을 불러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면담보고서 작성·왜곡과 유출 경위와 관련해 검찰은 이 검사가 청와대 관계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여러 정황을 상당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검사의 통화기록, 이메일 등을 통해 김 전 차관 사건을 놓고 이 비서관과 논의한 흔적을 이미 확보했다는 말이 검찰 주변에서 들린다. 

이 검사는 과거 2019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실무기구인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근무하던 중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중천씨와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면담보고서를 작성한 당사자다.

이와 함께 공수처의 ‘1호 검사 수사’와 관련해 여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사건이 여권을 코너로 몰고 있어서다. 우선 이 사건 자체가 여권이 추진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조사대상도 여기 몸담았던 이 검사라는 점이 여권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해당 사건을 공수처가 조사하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추 전 장관은 19일 페이스북에 “대검 진상조사단 검사가 공수처 수사대상 1호 검사가 되었다니 또 한 번 기가 찬다”며 “부패와 제 식구 감싸기 때문에 만든 공수처인데 수사대상 1호 검사가 부패 검사가 아닌 축소은폐 수사를 조사한 이 검사가 되다니 이 무슨 희한한 아이러니”라고 비판했다.  

여권 대선주자들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도 반발하고 있다. 특히 여권 대선주자들이 추 장관에 힘을 보탰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성역없이, 철저하게 수사하길 바랐던 국민의 기대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고나 말할 법한 일”이라며 “엉뚱한 1호 사건 수사로 공수처의 존재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툭하면 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더니 결국 자신들이 만든 법 장치가 제 발등을 찍게 됐다”면서 "공수처를 밀어붙인 게 여당이지 않느냐"고 냉소하는 분위기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