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스토리텔링PT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소종섭 편집위원]“특정 계파에 속해 있거나 특정 주자를 두둔하는 것으로 오해받는 당 대표라면 국민의힘은 모든 대선주자에게 신뢰를 주기 어렵다.”(나경원 전 의원) “누군가가 의도를 갖고 정확하지 않은 여론조사를 너무 많이 생산하고 또 퍼뜨려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주호영 의원) “지난 총선 때 황교안 대표가 되지도 않을 종로 선거에 내몰아 폭삭 망하게 하더니 정권 교체가 화두가 되어야 할 당 대표 선거를 세대교체로 몰고 가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다.”(홍준표 의원)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서 30대 원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여론조사 1위를 달리자 중진들의 견제가 본격화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계파’를 거론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깝다는 점을 들어 대선 경선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주호영 의원은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던졌고 당 밖 홍준표 의원은 ‘세대교체 바람’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홍 의원은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했으나 예상했던 것보다 ‘이준석 바람’이 강하자 여기저기에서 견제구를 날리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준석 1위’에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히려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난번 진중권 전 교수와의 ‘젠더 논쟁’이나 주호영 의원이 제기했던 ‘뒷산 논쟁’이 결국 이 전 최고위원의 정치적 파워를 더 키워줬던 것이 한 사례다. 신진-중진 대결 구도가 더 뚜렷해지면서 중진들의 ‘꼰대’ 이미지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정책이나 경륜에 바탕을 둔 견제가 아니라 폄하성 발언이나 과거식 ‘계파’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구태의연한 대응법이라는 분석에서다.

이 전 최고위원이 “아무리 생각해도 구(舊) 친박(박근혜)계의 전폭 지원을 받고 있는 나경원 후보가 대표가 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상당히 주저할 것 같다”고 ‘계파’를 거론한 나 전 의원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도 이런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른바 '중진'들의 치졸한 낙인찍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35살 청년 이준석 하나 이겨보겠다고 무덤 속에 파묻혔던 계파까지 끄집어내 모처럼 찾아온 축제판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바람’은 이미 한때의 미풍 수준을 넘어섰다. 상당한 역동성을 갖고 굴러가고 있다. 그것은 곧 변화에 대한 민심의 욕구다. 구체제에 대한 반란이다. ‘장유유서’ ‘뒷산’ ‘계파’로 상징되는 여야 중진들의 반응은 그들이 새 시대의 리더가 아니라 변화의 대상이 됐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