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을 두고 어수선하다. 정치적 셈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게 나오고 있다. 

여권 안팎에서는 회고록 ‘조국의 시간’ 출간이 오히려 민심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또다시 ‘조국 수호’가 민주당 전체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친문의 ‘조국 수호’ 움직임은 조 전 장관에 거부감을 갖는 여당 지지자들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31일 뉴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여당을 지지하는 이들 중 친문을 제외한 대부분은 불평등해소에 대한 갈증을 갖고 있다”며 “이 때문에 각종 특혜의혹에 휩싸인 조 전 장관을 비판하는 당원들도 적지 않은데, ‘조국의 시간’이 출간돼 당론이 갈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비문계 여권 인사들은 ‘조국의 시간’ 출간을 두고 대부분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만 친문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 내부에서 “조 전 장관이 주장하는 바에 대한 진실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책 출간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게 나온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책이 출간될 경우 세간의 관심이 극명하게 갈릴 수 있고 그렇게 될 경우 오히려 ‘대세는 국민의힘’이라는 등식성립에 힘만 보태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정리해보면 회고록 출간은 조 전 장관 개인의 일이고 그 책에 담긴 내용도 그 일에 대한 자기 입장일 뿐 당론은 아니지 않나”며 “이런 부분에 당 지도부나 청와대가 어떤 입장을 갖는다는 것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 당은 쇄신안 마련을 통한 대선 준비와 같은 당에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조국 사태로 촉발된 ‘각종 특혜의혹’ ‘불평등에 대한 분노’ ‘내로남불 논란’ 등을 감안할 때 ‘조국의 시간’은 민주당 입장에서 볼 때 ‘난국의 시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반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분석해 보면 조국사태로 불거진 2030세대의 분노를 제대로 읽지 못한, 말하자면 ‘공감능력부족’ 때문이다. 

민주당 비문계 인사들은 “민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이번에 당이 ‘조국의 시간’ 서적 홍보대행사를 자처할 경우 2030세대가 쥐고 있는 분노의 뇌관을 또 건드리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한다. 

강성친문 진영은 이런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하게 ‘조국 수호’ 프레임을 짜고 있다. 강경파를 중심으로 조 전 장관을 공개적으로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 

강성친문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노동계 화법을 동원해 “(회고록) 다섯 권을 주문했다. 검찰개혁 실행자로서 그가 겪었을 고초를 생생하게 느껴보겠다”며 “조국이 흘린 피를 잊어서는 안 된다. 먼 훗날 그가 뿌린 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나무가 크게 자라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여당의 친문 대권주자들도 동참했다. 이들은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 “마음이 아리다”, “조국의 시간은 우리의 이정표가 돼야 한다”고 기꺼이 ‘조국의 시간’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처럼 대선주자들이 '조국의 시간’ 출간에 호응하는 메시지를 내자 국민의힘은 “지지층 결집에 눈멀어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28일 조 전 장관 딸의 입시비리 논란과 관련해 “이명박(MB) 정부 시대에 도입한 제도 자체가 불평등”이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이를 접한 한 네티즌은 “여전히 ‘지난 정부 탓’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29일 SNS를 통해 “조국은 불공정과 불법, 거짓과 위선의 상징”이라며 “민주당 인사들의 아부는 애국지사를 기리는 찬양시 같다”면서 “조국 사건은 사이비 진보의 밑바닥을 보였고, 이 때문에 민심이 그들을 떠났다. 그들이 한심한 ‘조비어천가’를 부를수록 민심은 싸늘해질 것”이라고 적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국민은 눈에 안 보이고 ‘머리가 깨져도 조국’을 외치는 강성 지지자만 보고 정치하겠다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윤 의원은 “최순실과 정유라, 조국과 조민 사건이 한국 사회에 어떤 시사점을 갖는지를 제대로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은 국민이 공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의 시간'을 출간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랜 성찰과 자숙의 시간을 보내며 조심스럽게 책을 준비했다"며 "밝히고 싶었던 사실, 그동안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촛불시민들께 이 책을 바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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