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AP/뉴시스]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기원 조사팀의 마리온 코프만스(오른쪽)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코로나19 대응전문가 패널인 량완녠(왼쪽) 칭화대 교수가 9일 우한의 기자회견장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WHO 전문가들은 이날 우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2021.02.09.
지난 2월9일 WHO 코로나19 기원 조사팀이 중국 우한에서 가진 기자회견장의 모습. (우한=AP/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보급되면서 코로나19도 조금씩 진압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19 기원을 두고 전세계가 일제히 중국을 의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이 선두로 중국을 겨냥하자 유럽도 중국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 국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콧 고틀리브 전 FDA 국장은 이날 CBS 방송에 출연해 “중국 우한(武漢)의 연구소에서 코로나19가 기원했음을 시사하는 정황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고틀리브 전 국장은 “그것(코로나19)이 동물원성(原性) 감염원, 즉 자연으로부터 나왔음을 시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 우한연구소 다시 조사해야

그는  “오히려 연구가 진행될수록 자연 기원설은 힘을 잃고 있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이른바 중간 숙주, 즉 인간에게 전염시키기 전에 이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동물을 철저히 수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동물을 못 찾았다”고 밝혔다. 

나아가 고틀리브 전 국장은 코로나19의 기원이 우한의 시장이라는 가설은 이제 “전적으로 사실이 아님이 입증됐다”며 “중국이 기원을 파악하도록 도울 수 있는 증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중국 조사당국의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그는 우한연구소 연구원들의 혈액 샘플, 염기서열 분석이 가능한 코로나19의 원형과 초기 샘플 등을 증거의 사례로 들면서 “만약 연구실 유출설이 사실일 개연성이 있다면 그에 따라 대응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고틀리브 전 국장은 “앞으로 추가 조사가 이뤄지더라도 이 바이러스의 기원에 관한 가능성만 알 수 있을 뿐 확실한 답은 얻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우리는 이게 연구소에서 나왔는지 아닌지를 결코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며 “운이 좋아서 중간 숙주를 찾아내거나, 가능성은 없지만 중국 내 내부고발자가 나오거나 정권 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한 추정, 가능성으로 끝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백악관의 고위급 안보 인사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트럼프 백악관의 마지막 국가안보 부보좌관이었던 매슈 포틴저는 코로나19의 기원이 중국이라는 증거를 앞으로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같은날 NBC방송에 출연해 중국 우한 연구소 기원설을 미국 정부가 검토하는 동안 코로나 기원을 알아내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 코로나19 기원 중국의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코로나19 기원추적을 본격화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미 정보당국의 판단이 엇갈린다면서 추가 검토를 거쳐 90일 이내에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의구심 속에 이를 밝혀내라고 정보당국에 다시 지시를 내린 것이다. 

영국 정보기관도 우한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처음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 개연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의 1차 조사에서는 이를 밝혀내지 못했고 중국은 이를 내세우며 이미 조사가 끝난 사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유럽도 중국을 겨냥하며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영국과 노르웨이의 저명한 과학자 두 명은 코로나19의 ‘실험실 제조설’을 주장하는 논문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최근 보도했다.

데일리메일은 29일(현지 시각) 앵거스 달글리시 영국 런던대 세인트 조지 의대 교수와 노르웨이 바이러스 학자 버거 소렌센 박사가 작성한 22쪽 분량의 논문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달글리시 교수는 암 치료와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백신 분야 세계 권위자로 알려졌다. 또 소렌센 박사는 노르웨이 바이오산업협회 회장을 지낸 백신 제조사 최고경영자(CEO)다. 

코로나19는 인위적으로 만든 것

두 과학자는 논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련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는 세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첫째,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6개의 ‘고유 지문’이 발견됐다는 점. 이들에 따르면 이는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손을 댄 경우에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바이러스의 스파이크에서 한 줄로 이어진 4개의 아미노산이 모두 양전하를 띄고 있다는 것이다. 두 과학자에 따르면 양전하의 아미노산은 서로 밀어내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이 같은 형태는 자연적 구성으로 나타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나란한 4개의 아미노산이 모두 양전하를 띨 경우, 음전하를 띠는 인간 세포 부분에 마치 자석처럼 붙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감염력이 상당히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밝혔다.

셋째, 저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엔 신뢰할 만한 ‘자연적 조상’이 없다고 한다.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옮겨졌다면 마땅히 존재해야 할 중간 숙주 등 자연적 고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그것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중국 과학자들이 동굴의 박쥐에게서 발견한 자연 바이러스에 새로운 스파이크 등을 붙여 치명적이고 전염성이 강하도록 조작한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다는 건 합리적 의심을 넘어선다”며 “누군가가 이를 자연적으로 발생한 바이러스처럼 보이도록 조작한 흔적이 있다”고 확신했다. 

철저히 조사해야 재발 방지

이들의 논문은 곧 생물 분야 국제학술지 ‘QRB 디스커버리’에 게재될 예정이다. 미국학회도 이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 뒤 미국 학계에서도 중국 기원설에 무게가 싣고 있다. 이와 동시에 미국 학계에서 “우한연구소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피터 호테즈 베일러 대학 교수는 최근 미 NBC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의 기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코로나26이나 코로나32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이 교수는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미래의 세계적 대유행을 예방하는 데 필수적”며 “이를 위해선 최소한 6개월에서 1년간 과학자들이 우한에 머물며 광범위하고 투명한 역학 조사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정부의 비공개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연구원 3명이 2019년 11월께 코로나19와 일치하는 증상으로 몸이 아파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때는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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