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86세를 일기로 타계한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 생존해있어도 일본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오는 7월 23일로 예정된 2020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대회조직위 홈페이지에 독도가 일본 영토처럼 표시된 것과 관련, 체육계 원로들은 이 같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기흥(66) 대한체육회장과 유승민(39) 대한탁구협회 회장 등 2명이 IOC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2019년부터 도쿄올림픽 성화봉송 지도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시해놓고 버티는 일본의 오만방자한 행태에 속수무책 당하고만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의 항의로 독도가 표시된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한반도기가 수정되었음을 돌이켜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다. 당시 일본은 한반도기의 독도 표시를 문제 삼아 우리 정부는 물론 IOC에도 시정을 요구했고 결국 IOC의 권고에 따라 독도가 지워졌다. 

그러했던 일본이 3년째 도쿄올림픽 성화봉송 지도에 독도를 표시하고 있고 IOC 역시 평창동계올림픽 때와는 달리 일본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IOC는 최근 국내의 한 언론사가 “일본 영토만 표시해야하는 성화봉송 지도에 독도가 포함된 것은 정치적인 문제이니 IOC가 개입할 계획이 없느냐”는 서면 질문에 "도쿄올림픽 대회조직위에서 제기된 이슈는 그쪽의 입장을 참고해 달라"며 대회조직위 메일주소를 보내왔다고 한다. 일본이 성화봉송 지도에 독도를 홍보하려는 정치적인 계산을 깔았지만 IOC는 개입이나 중재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5월 27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국민주권연대 회원들이 독도 표시와 관련,일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5월 27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국민주권연대 회원들이 독도 표시와 관련,일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대권후보 정세균 전 총리,“도쿄올림픽 보이콧해야”

 이 때문에 대통령선거를 9개월여 앞둔 국내 정치판의 유력 후보는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도 나흘 만에 수만 명이 서명하는 등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5월 31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우리 정부는 2018년 평창올림픽 때 일본의 입장을 고려해 한반도기에서 독도를 삭제하는 양보를 했는데 일본은 이에 상응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즉각 국회 본회의를 열어 일본의 영토 침해 행위를 규탄하고 독도 삭제를 요구해야한다"고 촉구했다.
 30일에는 정세균 전 총리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도쿄올림픽 성화봉송 지도에 독도를 표시한 것은 대한민국에 대한 일본의 명백한 정치적 도발"이라며 “일본이 성화봉송 지도에서 독도를 지우지 않으면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IOC의 이중적이고 편파적인 태도는 비판받아야 한다"며 "IOC는 평창동계올림픽과 동일하게 일본 정부에도 독도 삭제를 공식 요청해야만 IOC 위상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대한체육회는 지난주 일본올림픽위원회에 독도 삭제를 요청한 공식 서한을 보냈고 이번 주에는 IOC에도 중재 요청 의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기흥 ‘신참’, 유승민 30대…IOC 영향력 역부족 

 하지만 2020 도쿄올림픽 개막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IOC가 3년 전 평창동계올림픽 때처럼 독도 영유권 분쟁에 대한 중재에 나서 이를 실현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IOC가 대한올림픽위원회(위원장 이기흥)보다 일본올림픽위원회, 도쿄올림픽 대회조직위의 비중을 높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의 IOC 위원인 이기흥, 유승민 두 위원이 토마스 바흐(독일) 위원장, 딕 파운드(캐나다) 부위원장, 위자이칭(于再淸 중국) 부위원장, 존 코츠(호주) 부위원장 등 IOC 핵심인사를 컨트롤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위원은 IOC에 입성한 지 이제 2년 밖에 안된 ‘신참’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탁구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위원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선수위원으로 뽑혔으나 2024년 임기가 종료되는데다 39세의 나이가 말해주듯 노년층으로 이루어진 IOC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당장 6월 8일 바흐 위원장이 화상회의로 주재하는 IOC 집행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거론될 수 있으나 집행위원이 없는 한국은 ‘강건너 불구경하는 처지’에 불과하다.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하루빨리 김운용 같은 스포츠외교 전문가 키워야 

 이런 상황이니까, 1986년부터 2005년까지 20년 가까이 IOC 위원을 역임한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이 만약 생존해 있다면 전화 통화로 IOC 핵심 멤버들을 설득해 적어도 호혜 평등의 원칙에 의거해 한국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체육계에서 나오고 있다.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5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김운용은 1973년부터 31년간 세계태권도연맹(WTA) 총재로서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활약해왔으며 1986년부터 18년간 육상 수영 체조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92개 국제경기연맹이 가입한 국제경기연맹 총연합회(GAISF·현 스포츠어코드) 회장으로서 IOC 등에 영향력을 행사해왔었다. 특히 1992년에는 유색인종으로는 처음으로 IOC 부위원장에 선임돼 IOC의 TV 방영권 협상을 지휘하는 등 국제스포츠계 거목으로 역할을 해왔다. 2001년에는 IOC 위원장 선거에 도전하기도 했었다. 
체육계의 한 원로는 “김운용 회장이 살아계신다면 그의 IOC 인맥을 활용해 일본의 최근 행태에 제동을 걸었을텐데 현재 우리나라 체육계에는 이 같은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며 “하루빨리 스포츠 외교 전문가를 키워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종세 전 동아일보 체육부장·용인대 객원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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