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조현선 기자]정부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국내 IPTV 3사와 콘텐츠 제공사인 CJ ENM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IPTV 방송협회가 최근 강호성 CJ ENM 대표의 발언에 대해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2일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로 구성된 IPTV 방송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유료방송시장의 동반자를 폄훼하고 왜곡했다는 점에 아쉬움을 넘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날 협회는 "회사의 비전을 선포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근거 없는 예시와 수치로 언론과 국민을 현혹하고, 오늘날 K콘텐츠의 성과를 CJ ENM과 티빙이 모두 독식하겠다는 발상을 보며 불과 며칠 전 논의했던 상생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의 오만과 욕심에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의 갈등은 CJ ENM의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안으로부터 시작됐다. CJ ENM이 이들 IPTV 3사에 프로그램 사용료 25% 인상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동통신 3사는 새로이 계약하는 것에는 동의하나, 25% 인상안은 너무하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당시 CJ ENM은 "IPTV 3사가 콘텐츠 가치를 지나치게 저평가하는 점이 핵심"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은 지난달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주재 유료방송업계 간담회에서 화해의 장을 여는 듯했다. 이들은 단기적 이해만을 꾀하지 않고 전체 미디어 산업의 중장기적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키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달 31일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가 콘텐츠 사용료 인상 협상을 겨냥한 듯 "IPTV 3사는 기본채널 수신료 전체 금액의 약 80%를 가져가고, 20%만 PP에게 돌아온다"며 "K 콘텐츠는 우수하지만, 이를 유지해야 할 시장 구조는 국내 수준에 그친다"고 언급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협회는 IPTV 사가 콘텐츠 수급 비용에 인색하다는 CJ ENM의 주장은 사실을 왜곡했다는 주장이다. 

CJ ENM이 IPTV 3사가 고객들에게 수취한 기본채널 수신료와 홈쇼핑 송출 수수료 매출 가운데 약 16.7%만을 실시간 채널 공급 대가로 전체 PP에 배분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콘텐츠 대가 비중 산정 시 홈쇼핑 송출 수수료를 함께 반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CJ ENM과 같은 대형 콘텐츠 사업자뿐만 아니라 지상파 및 다양한 방송 채널 사업자에 콘텐츠 대가를 제공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게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CJ ENM이 IPTV를 포함한 전체 유료방송사업자로부터 지급받은 '방송 프로그램 제공 매출액'은 2210억원에 달한다. 이는 150여개의 PP 사업자의 콘텐츠 제공 매출액 중 약 29.2%를 차지한다. 같은기간 지상파의 재송신매출액은 3612억원을 기록했다. 이미 CJ ENM에 지상파 사업자 수준의 콘텐츠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같은 해 이들 IPTV 3사는 전체 콘텐츠 수급 비용으로 1조1712억원으로 지불했으며, 이는 전체 수신료 매출의 48%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또 CJ ENM이 미국 시장과 비교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내 미디어 시장 규모와 재원 구조에 대한 고민이 결여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시장 규모가 다른 해외 미디어 시장 사례를 '글로벌 스탠다드'로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이용 요금이 9배 이상 비싸고,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려면 이용료가 3~4배 늘어나 이용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선공급 후계약'을 금지해 예측 불가능성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기 계약서를 기준으로 사용료를 월별 지급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받아쳤다. 일방적인 계약 조건을 제시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콘텐츠를 중단시키는 '블랙아웃'이 빈번히 언급되는 만큼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마지막으로 협회는 "서로를 비방하는 언론 플레이를 중단하고, 상생을 논의하자고 했던 기억은 지웠는가"라며 "CJ ENM은 과도하고 불합리한 요구를 지양하고, IPTV사와 함께 산업 전체 파이를 키우는 방안을 고민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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