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 법무부 대변인이 4일 서울고등검찰청 의정관에서 법무부 검찰고위간부 등 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 법무부가 지난 4일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들의 승진·전보 인사를 발표하자 이를 두고 ‘코드인사’ 논란과 함께 검찰 내 반발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도출해낸 이번 인사는 대체로 법조계의 예상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사법연수원 23기)이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하는 등 친정권 인사들이 대거 영전하고, 이른바 '윤석열 라인'은 승진에서 배제됐다.

법무부가 이날 발표한 2021년 하반기 검찰 고위간부 인사 결과를 살펴보면 고검장으로 6명, 검사장급으로 10명을 신규 보임했다.

친 정부 인사의 영전

가장 주목을 끄는 대목은 이 지검장의 영전이다. 이 지검장의 거취를 놓고 여러 관측이 제기됐으나 그에게 내려진 것은 다름 아닌 구원의 동아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이자 대표적인 친정권 인사로 꼽히는 이 지검장이 영전한 것을 두고 야권에서는 “정의와 공정을 외치는 문재인 정부의 민낯”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 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외압 의혹으로 피고인 신분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한 까닭이다.

이를 두고 변호사협회에서 조차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직 혐의에 대한 재판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피고인 신분인 이 지검장이 영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이 아무리 친 정부 핵심인사라고 해도 법무부가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피의자인 이 지검장을 승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일부에서는 이 지검장이 영전한다 해도 피고인 신분인 점을 고려할 때 법무부가 승진은 시키되 법무연수원장으로 이동시켜 검찰 내부 반발을 최소화시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법무부와 김오수 총장은 이 지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올려놓는 인사를 강행했다.

이로써 이 지검장은 피고인 신분인 상태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한 최초의 사례가 됐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는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26기)이 보임됐다. 박 장관의 고교 후배인 이 국장은 지난 2월 서울남부지검장에서 검찰 내 핵심 요직으로 꼽히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발탁된지 4개월만에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윤석열 라인은 찬밥신세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수원지검 검사장에는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27기)이 임명됐다. 

신 부장은 지난해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의 징계위원으로 참석했다. 

당시 윤 전 총장 측은 “신 부장이 채널A 사건의 관계자로 공정을 해할 우려가 있다”며 기피신청 의사를 밝혔으나, 징계위는 이를 기각한 바 있다.

또 수원고검장엔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26기)이 보임됐는데, 그는 추미애 전 장관의 아들 서모씨의 군 복무 ‘특혜 휴가’ 의혹 수사를 맡아 추 전 장관과 서씨를 불기소 처분해 ‘면죄부 수사’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29기)과 함께 윤 전 총장의 징계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28기)은 서울서부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명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의 아내인 홍종희 인천지검 2차장(29기)은 서울고검 차장검사 직함을 갖는다.

여권에 불만을 표시했거나 이른바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된 이들은 아무도 승진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좌천성 인사라는 ‘처분’이 내려졌다. 

추 전 장관에게 윤 전 총장의 직무정지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던 조남관 대검차장(24기)은 법무연수원장으로 좌천됐다.

여권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우려를 표했던 구본선 광주고검장(23기), 강남일 대전고검장(23기)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윤 전 총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검사장(27기)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서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사실상 강등됐다.

코드인사 통한 검찰개혁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조만간 검찰 중간간부에 해당하는 고검검사급 인사를 단행한다. 고위간부 인사 이후 2~3주 내 중간간부 인사가 발표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미 대략적인 인사안은 세워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대통령령으로 추진되는 검찰 조직개편안은 박 장관과 김 총장의 추가 협의 직후인 오는 8일 국무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일단 박 장관은 검찰 직제개편안부터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법무부는 대검 실무진과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직제개편을 통해 형사부의 6대 범죄(부패·공직자·경제·선거·대형참사·방위사업) 직접수사를 제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전담부서가 있는 서울중앙지검을 제외한 일선 검찰청은 검찰총장 또는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일선 검찰청에서는 검찰의 권력 수사가 약화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반대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반영되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총장 또는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부분과 관련해선 ‘수사가 편향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 "박 장관이 민생경제 범죄 대응과 검찰 내부 반발 등을 의식해 조직개편안에 내부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총장은 검찰 내부의 반발을 최소화 조직을 끌고 가기 위해 검찰의 입장을 박 장관에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제스처를 취하지만 지난 4일 인사에서 알 수 있듯이 결국 사전에 계획된 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방향에 모든 인사 포커스가 맞춰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주요 사건 수사팀의 유임 또는 승진·전보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우선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 등의 거취가 주목된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맡고 있어서다. 또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을 수사 중인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에 대한 인사도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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