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마리나컨벤션센터에서 열린 'K-안보포럼 창립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김병주 의원,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광재 의원.(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 그동안 연기만 피어오르던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연기론’에 불길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일단 민주당의 지도부는 대외적으로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지도부는 충분한 공감대 없이는 ‘원칙대로 간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공감대만 형성되면 바꾸겠다는 여지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송영길 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는 당규에 따르면 원칙에 입각해 경선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지만 ‘이준석 돌풍’으로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이 대흥행을 이루자 입장을 급선회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이낙연 정세균 두 주자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협공을 가하는 장면이 연일 펼쳐지고 있어 ‘친문 진영의 후보’ 대 ‘비문주자 이재명’의 대결구도가 그려지고 있다.

이에 정치권 일부에서 경선을 앞두고 친문 대 비문의 계파갈등이 민주당 내부에 증폭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이 한 당직자는 8일 뉴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대선 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의 관심사는 정권교체 여부 아니겠냐”라며 “이번에도 정권교체냐 정권사수냐에 국민적 관심이 모아질 것인데, 그 연결선상에서 보자면 야권의 ‘이준석 돌풍’으로 대변되는 세대교체 여부와 야권단일화라는 흥행코드가 먼저 발동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 분위기를 민주당이 반전시켜 야권에 모아진 국민적 시선을 민주당 경선으로 끌고오는데 실패하면 우리는 위험해질 것”이라며 “당 내부에서는 이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재명이라는 유력주자 한 사람만 보고 당 전체가 움직일 수도 없다"면서 "일단 당에서 추진하는 이벤트가 흥행하고 그 다음 이재명이 있다는 생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의 설명에 따르면 민주당은 야권의 흥행무드가 계속 이어지면 민주당이 서둘러 대선후보를 내세워봤자 주목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일부 권리당원들은 지난 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선 흥행은 대선 승리의 열쇠”라며 경선 연기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9월로 예정된 경선 일정을 이대로 강행한다면 지난 언택트 전당대회와 같이 우리만의 잔치로 끝날 수 있다”며 “국민의힘보다 늦게 하진 못해도 최소한 빨리할 필요는 없다”고 경선연기를 촉구했다. 

내년 초까지 국민의 관심이 야권 내 세대교체와 후보 단일화에 모아지고 있어 ‘우리끼리 경선’은 대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권주자 중에서는 이광재 김두관 박용진 의원, 최문순 강원지사가 경선 연기에 찬성하고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인영 통일장관 등 86그룹 주자들도 경선이 연기된다면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어 경선이 연기될 경우 이 지사는 불리하게 될 수도 있다. 

민주당 경선의 흥행은 이 지사와 다른 후보들의 경쟁이 박빙인 상황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지금처럼 단일후보의 압도적 1위는 ‘이재명 외 볼 게 없는 경선’이 되기 때문에 말하자면 이 지사와 겨룰 선수들이 더 등장해야 한다는 게 친문 진영의 속내다. 

이런 배경에서 추진되는 ‘경선연기’ 움직임을 이 지사가 찬성할 리 없다. 여권 부동의 1위 후보로 경선을 통과해 대선에서 진검승부를 하겠다는 게 이 지사의 생각이다. 

이에 민주당의 대선경선 주자들은 기본소득 반대, 경선 연기론 그리고 개헌론까지 거론하면서 이 지사의 발목잡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 지사에 대한 견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반 이재명-반 친문 진영 간의 갈등이 조금씩 불거지고 있다. 

정세균 전 총리와 이광재 의원은 8일 당 소속 경기도 17개 기초자치단체장 초청 간담회에 참석, 기본소득 반대와 경선 일정 연기에 힘을 실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간담회 참석을 전하며 “상당수 자치단체장이 전면적 기본소득 실시에 문제점을 제기했고, 우리 당이 승리하기 위해선 판이 요동칠 역동적 선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많이 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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