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기업들을 상대로 낸 강제징용손해배상 청구 소송 결과를 두고 비판여론이 확산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강제징용재판과 관련해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됐던 법무법인 김앤장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가 해당 재판의 변론을 맡은 것으로 드러나서다. 

이에 김앤장을 비롯해 일본측을 변론한 국내 대형로펌 변호사들에 대한 비난도 확산되고 있다. 이들을 두고 일각에서는 “매국노에 다름 아니다”라고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판결 엄정초치해야

분노의 불길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강제징용손해배상 각하 판결이 나면서 판결을 내린 재판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이 청원은 순식간에 20만명을 돌파해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살펴보면 '반국가, 반민족적 판결을 내린 판사의 탄핵을 요구합니다'는 제목의 청원이 노출돼 있고 이날 오후 1시 15분 기준 이 청원에 20만6192명이 동의했다.  

청원 게시글 작성자는 “한일협정 당시 부인된 것은 ‘국가 대 국가의 배상권’이지 개인이 일본 정부,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청구하는 ‘개인 청구권’은 부정되지 않았다”고 재판 결과를 반박했다.

또 이 작성자는 “김양호 부장판사가 근거로 제시한 청구권 소멸론은 일본 극우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반민족적 판결”이라며 “강제성이 없는 국제법적 해석을 끌어나 국내 재판에 이용한 것은 법리적 타당함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게시글을 통해 “김 부장판사를 좌시한다면 비선출 권력에 의한 매국적 경거망동이 판을 치게 될 것”이라며 “사법부의 정기를 바로 세우며 민족적 양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즉각 탄핵 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기업 변론한 대형로펌

해당 재판 판사에 대한 엄정조치요구가 나오자 일부에서 “수임료에 눈멀어 국민감정을 외면하고 일본기업의 변론을 맡은 대형로펌 변호사들의 양심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9일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와 유가족 등이 일본전범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인데 일본측 변론을 우리 변호사가 맡을 경우 시장논리를 떠나 분노를 살 수 있다”며 “사건 수임은 국민정서 등 이런 부분도 감안해서 해야 하는데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나서서 이번 재판의 승리를 끌어낸 것은 일반인들에게는 반민족 행위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재판에 피소된 일본기업 16곳 가운데 15곳의 법률대리는 국내 매출 기준 ‘톱3’ 로펌인 김앤장, 태평양, 광장이 수임했다. 

김앤장은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0곳을 대리하고 태평양은 야마구치고도가스 1곳, 광장은 스미세키중공업 등 4곳의 법률 대리인을 맡았다. 미츠비시흥업은 법무법인 두레를 선임했다.

특히 김앤장은 이 사건 외에도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사건’을 비롯한 다수의 일제 전범기업 관련 사건에서 일본기업을 대리한 바 있다.

김앤장은 과거 강제노역 소송 때도 피해자들이 아니라 일본제철을 대리했는데, 이 과정에서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과 유착했다는 의혹,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를 일으켜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사법농단’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법원장은 2015~2016년 한상호 김앤장 변호사와 여러 차례 만나 강제노역 사건에 대해 의논하는 과정에서 ‘재판 거래’를 했다는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사법농단 사건 후폭풍

한 변호사는 법정 증언내용을 통해 “양 전 대법원장과 강제노역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하는 것 등을 논의했다”거 증언해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사건 수사 당시 “양 전 대법원장은 김앤장과 의논해 이 강제노역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는 방법을 통해 ‘전범기업의 피해자 배상책임을 인정한다’고 판결한 기존의 대법원판결에 대한 뒤집기를 도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2년 5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 등 일본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들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2013년 서울고법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이 이뤄졌고 일본기업 측에서 재상고하자 양 전 대법원장은 김앤장과 협의를 주고받으며 상고심 결론을 뒤집기 위해 해당사건을 대법관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넘기려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기업에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린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지난 7일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16개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각하한다”며 패소판결했다.

재판부는 “개인 청구권이 청구권 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돼 노역에 시달린 피해자들은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입었다며 강제노역을 시킨 일본기업들을 상대로 2015년 5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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